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큰 타격을 줬다. 실제로 지난 5월,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18억 500만 달러(약 2조 2,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는데, 여기에 국내 판매마저 줄게 되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이러한 불황 속에서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다.
5월, 가장 많이 팔린 제네시스는 G80, 그 이유는?
지난달, 현대자동차는 국내 7만 810대, 해외 14만 6,700대를 판매했다. 국내 판매는 전년보다 4.5% 증가했지만, 해외 판매는 49.6%나 감소한 수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국내시장에서 제네시스는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126.5% 성장하며 1만2,960대를 판매했다. 그리고 그 주역은 7,582대를 판매한 G80이다.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량 선두에 있는 G80은 지난 3월30일에 출시된 완전 변경 모델 ‘The All-new G80’이다. 5월 판매량에서도 구형 모델 판매는 66대뿐이고 나머지 7,516대는 신형 모델이다. 디 올 뉴 G80의 경우 G90, GV80에서 보여준 제네시스의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디지털키, 뒷좌석 듀얼 모니터 등의 편의사양과 고속도로 주행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등 현대차의 첨단 ADAS가 적용되어 신차효과를 제대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번 G80이 판매 돌풍을 이끌고 있는 비결은, 풍부한 옵션과 첨단 기능에도 불구하고, 경쟁 차종인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보다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예컨대 G80은 가솔린 2.5 터보 엔진 5,247만원, 가솔린 3.5 터보 엔진 5,907만원, 디젤 2.2엔진 5,497만원부터 구입 가능한데, 구동방식부터 컬러, 옵션까지 모두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어 합리적으로도, 또 수입 럭셔리 세단 못지 않게도 구성할 수 있다.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던 GV80, 한달 동안 4,164대를 판매한 비결은?
The All-new G80이 출시되기 전, 제네시스의 판매량을 이끌던 차종은 지난 1월에 출시한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이다. 출시 초, 소비자들에게 “비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GV80의 실제 판매 결과는 출시 첫날만 총 1만 5,00여대가 계약되며 연간 판매량 목표치(2만4,000대)의 60%를 넘겼다. 그리고 지난 5월 역시 총 4,164대를 판매하며 여전히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GV80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해외시장에서도 호평 받고 있는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GV80은 제네시스의 새로운 디자인 패밀리룩을 계승해 전면 오각형 크레스트 그릴을 중심으로 좌우에 슬림형 쿼드 램프를 적용, 심플한 듯 우아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물론 무엇보다도 GV80의 가장 큰 인기요인으로는 풍부한 옵션 대비 합리적인 가격책정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출시 초 6,037만원부터 시작되는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비싸다”는 인상을 줬지만, 현대⋅기아차의 첨단 편의, 안전사양이 대거 포함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 모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프리미엄 브랜드 SUV 중 GV80과 비슷한 크기의 BMW X5 시작가는 9,880만 원, 메르세데스 벤츠 GLE의 시작가는 9,260만 원으로 중형차 한 대 가격의 차이를 보여준다.
갑작스런 인기하락을 겪은 G70,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제네시스 브랜드는 전체적으로 판매호조였으나 G70만큼은 613대라는 초라한 판매량을 보였다.(대형차인 G90의 601대 판매와 비슷한 수준) 사실 G70은 지난 2017년 출시 이후 매달 약 1,000대 가량을 꾸준히 판매했던 모델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1월에는 637대, 2월에는 549대, 3월에는 1,109대, 4월에는 826대를 판매하며 저조한 판매량을 보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올해 2월은 코로나 19 집단 감염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로, G70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동차 생산과 판매량이 모두 급감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후 정부와 민간의 효과적인 코로나 19 대응으로 G70을 포함한 인기차종의 판매 실적이 조금 호조되기 시작했다. 5월들어 G70 페이스리프트 스파이샷이 포착되며, 구매를 미루는 고객들이 생겨났다.
다시 말해 현재 G70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표면적으로는 인기가 하락한 듯 보이지만, 심층적으로는 구매대기 고객이 많아졌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동월(2020년5월) 경쟁차종 판매량을 살펴보면, 기아자동차의 스팅어는 164대에 그쳤으며, 5월 수입차 판매량 5위를 기록한 BMW 3시리즈 역시 738대로 G70을 근소하게 앞섰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코로나 19의 전 세계적 유행은 산업 전반에 불황을 가져왔다. 특히 부품 제조와 완성차 조립, 판매, 정비, 금융, 보험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유관산업을 포함한 자동차 업계의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제네시스는 지금, 연달아 신차 흥행을 성공시키며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글
양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