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실린더의 개수 및 배열 형태는 자동차 구동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개수가 많을수록 출력이 향상되고 정숙성도 좋아진다. 통상 실린더가 늘어날수록 엔진의 배기량도 같이 늘어난다. 그리고 배기량이 큰 다(多)실린더 엔진은 환경 오염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5기통은 다실린더의 고출력과 다운사이징의 강점을 고루 갖춘 방식으로, 에너지 파동 이후부터 각광받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는 더욱 강화된 다운사이징 기조로 인해 이 5기통 엔진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이 직렬 5기통 분야에서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제조사들의 사례를 살펴봤다.
볼보, 안전만큼 유명했던
5기통 엔진의 퍼포먼스
2019년부터 볼보는 2.0리터 4기통 가솔린 단일 엔진으로 통일해 엔트리급인 XC40에서 플래그십인 XC90까지 모두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 엔진의 부족한 출력은 터보차저, 슈퍼차저, 전기모터 등을 결합해 해결했다. 이전에는 트림과 성능에 따라 4기통에서 8기통까지 매우 다양한 엔진을 사용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하고 주력이었던 엔진이 바로 5기통 엔진이다.
볼보는 1992년 볼보 S60의 전신인 850부터 5기통 엔진을 사용하기 시작해 2016년, 그러나 볼보의 모듈화로 2세대 볼보 S60을 끝으로 단종됐다. 배기량은 2.0리터, 2.3리터, 2.4리터 2.5리터 등으로 다양했다. 2.0리터의 경우 자연흡기는 126ps, 터보차저 사양은 220ps를 발휘했다. 2.3리터 엔진은 주로 고압 터보차저와 함께 맞물려 당시 볼보의 고성능 모델 850 R과 V70 R에만 탑재됐으며 최고출력은 250ps에 달했다.
2.4리터 5기통 엔진은 1세대 S60, 1세대 S80 등 비교적 신형 차량들에 적용됐다. 특히 당시로는 배기량 대비 높은 260ps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2.5리터 사양은 볼보 외에 포드 자동차에도 사용됐는데, 이는 당시 볼보가 포드 산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2.5리터 5기통 엔진은 포커스 ST와 포커스 RS 같은 고성능 모델은 물론 몬데오, 쿠가 등 일반 차량에도 두루 사용됐다. 물론 볼보 2세대 S60과 2세대 S80 등에도 탑재됐다. 이 엔진은 볼보의 5기통의 끝판왕이었기 때문에 최고출력이 300ps로 상당히 높은 퍼포먼스를 발휘했다.
가장 강력한 5기통 엔진을 만든 아우디
아우디 최초의 5기통 가솔린 엔진은 1978년 2세대 아우디 100에 탑재된 2.1리터 5기통 엔진이다. 참고로 아우디 100은 아우디 A6의 전신이며 아우디 A6의 코드명 C도 1세대 아우디 100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5세대 아우디 A6의 코드명이 C8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최고출력은 카뷰레터 방식이 115ps, 터보+인젝터 방식이 170ps에 달했다.
그리고 이 엔진은 1980년 아우디 100을 기반을 제작한 2도어 쿠페 아우디 콰트로에도 적용됐으며 1985년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룹 B 랠리 머신으로 기억되는 아우디 스포트 콰트로 S1에도 사용됐다. 아우디 스포트 콰트로 S1에 탑재된 2.1리터 5기통 엔진은 터보차저를 비롯해 시대를 초월하는 개조를 통해 현재 기준으로도 높은 480ps를 발휘했다. 그리고 그룹 B랠리가 폐지된 후 아우디는 1987년, 무려 600ps까지 최고출력을 끌어올려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대회서 10분 47초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우디의 5기통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94년 아우디 RS4의 전신인 RS2에도 사용됐다. 참고로 RS2의 2.2리터 5기통 엔진은 포르쉐가 튜닝해 최고출력이 315ps에 달했다. 또한 2011년부터는 2세대 아우디 RS3 및 TT RS에 2.5리터 5기통 엔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엔진은 람보르기니 및 아우디에 탑재되는 5.0리터, 5.2리터 V10 엔진을 반으로 자른 것으로 최고출력이 340ps에 달했다. 이후 3세대 RS3부터는 최고출력이 400ps로 대폭 향상됐으며 2020년 421ps를 발휘하는 A45 AMG가 출시되기 이전까지 가장 강력한 해치백이었다.
혁신적인 5기통 엔진을 만든 폭스바겐
폭스바겐의 5기통 엔진은 살짝 구조가 독특하다. 폭스바겐의 전매특허인 VR형식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VR엔진은 직렬과 V형의 장점을 결합한 엔진으로, 직렬형 보다 동일 배기량 대비 크기는 작고, 일반적인 V형보다는 뱅크각이 좁다. 또한 일반적인 V형과 달리 실린더헤드가 한 개만 있어 V형 엔진의 장점을 취하고 제작 단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VR5 엔진은 폭스바겐의 상징과도 같은 VR6엔진에서 파생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생산하고 있는 VR6와 달리 VR5는 1997년에서 2006년까지 9년간 제작됐다. 주요 탑재 차량들로는 4세대 골프, 1세대 뉴비틀, 파사트 등이 있다. 배기량 2.3리터이며 뱅크각은 15˚에 불과했다. 협각 엔진은 무게 중심이 높아지는 단점은 있지만 혼합기의 소용돌이를 빠르게 해 출력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폭스바겐은 밸브 수도 늘려 그 연소 효과를 개선했다. 전기형의 경우 실린더당 2밸브 즉 10V 방식을 적용해 최고 출력이 150ps 수준이었는데, 2000년부터 제작된 후기형의 실린더당 밸브는 4개로 총 20V 방식이 됐다. 이를 통해 20ps 즉 13% 개선된 170ps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도록 했다.
참고로 VR5는 VR 방식이긴 하지만 V형 5기통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역사상 최초로 개발된 V5 엔진이다. 물론 폭스바겐의 VR5 이전에도 V5 엔진을 시도한 사례는 있었다. 1980년대 GM개발하려헸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모터사이클 분야에서는 혼다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혼다가 모토GP 출전용 머신 RC211V에 탑재했지만 대회 규격이 바뀌면서 사라졌다.
한국 수입차 최초의 5기통 디젤 엔진 랜드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