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존 리 대표님, 정말 자동차는 재테크의 적일까요?

최근 한 공중파 주말 프로그램에 등장한 투자전문가 존 리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의 ‘자동차 재테크 주적론’이 화제다. 그는 재테크를 생각한다면 차부터 팔고 한 번 산 차는 10~20년을 탈 것을 주장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일체의 소비성 지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종종 표출한다. 심지어 부동산에조차도 부정적이다. 노후 대비를 위해서 주식과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 자신은 이런 신조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한국 경제를 보는 그의 눈은 그 어떤 전문가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우스갯소리로 한국 메이저 경제지의 부동산 담당 부장 중 강남에 집 있는 사람 드물고 증권부 담당 부장 중 주식으로 돈 번 사람 없다는 이야기가 씁쓸하게 통용되는 것을 보면 더 그러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가 설파하는 재테크의 중요성이라는 관점에서 과연 그의 자동차 주적론은 얼마나 타당할지 궁금해졌다. 아니, 그보다도 재테크와 자동차가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인지, 그가 다양한 방송과 저서를 통해 설파한 논리에 비추어 살펴보았다.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현대차 관련 주식 투자 상담은 안 돼?

존 리는 한국의 투자문화 부족, 금융 교육 부재를 비판해 왔다. 이를 두고 항상 예로 드는 미국의 사례가 있다. 한국에도 지점이 있는 미국 최대 완구 체인 토이저러스에서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 사의 주식을 판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마텔 사는 2010년대 말 토이저러스의 파산으로 실적 부진을 겪은 건 ‘안 비밀’이다. 그나마 2019년에는 BTS 캐릭터 인형의 흥행으로 실적이 약간 호전된 정도니 이젠 더 이상 ‘주식으로 아이에게 미래를 선물하라’는 주장의 선례로 사용되긴 어려울 것 같다.


[오피니언]존 리 대표님, 정말 자동차는 재테크의 적일까요?
존 리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이미지 출처 : https://www.meritzam.com/company/ceo/)

조롱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토이저러스처럼 자동차 전시장이나 대리점에서, 차량 구매 시 주식을 구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존 리 대표의 말대로 상당수 한국인들이 금융과 주식에 대한 ‘문맹률’이 높다면, 그건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어렵게 느끼도록 돼 있는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 만약 현대자동차 직영점이나 딜러 그리고 도산대로, 일산, 하남 스타필드의 모터스튜디오에서, 차량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현대자동차 및 계열사 투자 상담을 안내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현대자동차의 경우로 상상력을 조금 더 발휘해보자. 차종 구매 시 ①현대차증권(현대차가 49%의 지분 보유)고객으로 최근 일정 기간 내 투자 금액이 일정 금액을 넘는 고객을 위한 특별 할인, ②현대차를 포함해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한 고객들에게 일정 비율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 ③할인 혜택 대신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주식을 일정 액수로 지급하는 방법은 어떨까? 세제 면으로 고려할 부분은 있겠으나, 국내 상장 주식이라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적다.

이런 시스템과 서비스만 도입된다면 기업과 고객이 보다 유기적인 자본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상당수 고객들은 우량주의 주주가 된다. 또한 자연스럽게 경영과 품질에 대한 적극적 의견 표출이나 단체 행동 개진도 가능하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COVID-19 사태 초기 주가 폭락 시, 국내 기업을 떠받쳤던 ‘동학개미운동’처럼 자본 자생력을 조금 더 강화할 수 있는 여건도 될 수 있다.

물론 관련 세제에 대한 정부의 셈법이 복잡할 것이고 대기업은 또 그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에 있어 관의 역할보다 민간의 활력 상승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럴 때 존 리와 같은 영향력 있는 경제인이 이러한 모델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자동차 주적론보다는 첨단적이지 않을까?

자동차에 대한 관심,
미래 모빌리티 투자 유도는 불가능한가?

존 리가 투자 철칙으로 삼는 것 중의 하나는 공부다. 투자하려는 기업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 자신의 생활과 접점이 적은 분야의 공부는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피상적인 지식은 아무리 쌓아도 오류와 허상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고, 결국 이를 기반으로 한 투자는 묻지마 도박이나 다를 바 없다.

자동차 기업의 위상이 과거 같지 않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동성(mobility) 자체는 과거보다 더 큰 비즈니스 영역이 됐다. 여기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아마존, 구글과 같은 현존 최고의 IT 기업들이다. 모빌리티는 단지 과거 자동차의 영역뿐만 아니라 물류, 서비스 체계, 의료, 보안 등 여러 분야와 결합된 종합 솔루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과거 휴대전화가 보급되던 시기,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기와 비슷하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손잡고 망을 확장하며 그에 따른 독점적 단말기를 세트화하던 작업은, 현재 주요 자동차 제조사와 IT 기업 연합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 흐름은 아무래도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내용일 수 있다. 따라서 우선 자동차 구매 고객 특히 전기차 구매고객에게 모빌리티와 관련된 주식 투자 안내와 교육을 서비스화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저널리스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하이투자증권의 고태봉 센터장처럼 ‘스타 애널리스트’들의 강의를 패키지화한 서비스는 불가능할까?

또한 존 리가 CEO로 있는 자산운용사 정도라면 주요 프리미엄급 수입차 브랜드 고객들과 연계한 패키지 상품으로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금융과 투자에 대한 교육이야말로 존 리 본인이 강조해 마지않는 가치다. 자산운용사와 자동차 제조사 간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오피니언]존 리 대표님, 정말 자동차는 재테크의 적일까요?
국내 최고의 자동차 분야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하이투자증권의 고태봉 센터장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극단적으로 봐서, 그의 주장대로 현재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가 노후 세대를 위해 자동차에 대한 일체의 관심을 끊고, 구입을 포기하면 어떻게 될까? 한 달 평균 12~13만 대 정도의 내수 시장에서 이 연령대의 구매 대수는 3만 대 내외다. 그러니 이들이 차량 구매를 포기하면 차량 내수 판매량의 20% 이상이 증발한다. 현대차 울산, 한국 GM 부평, 창원, 르노삼성 부산 등 주요 공장의 상당수 라인들이 받을 타격은 안 봐도 유튜브다.

멀리 갈 갈 것도 없이,  자동차 제조사들의 공장 가동 차질로 인해 한국 제조업계 전반이 겪은 충격은 COVID-19 사태 초기에 접했다. 사회 전체적 소비 심리는 물론 투자 심리도 위축됐고, 코스피 지수는 십수년 전으로 퇴보했다. 세계 무역 규모 자체가 줄어든 지금 그런 제조업 쇼크가 다시 발생한다면 상상 이상의 재앙이 된다.

또한 10, 20년 이상 연식을 가진 차를 탄다는 건 대기오염 저감이라는 국책에도 맞지 않는다. 아무리 관리를 잘 하더라도 엔진의 연소 능력이라든가 배기 계통의 소모품은 견디는 데 한계가 있다. 노후한 엔진의 불완전 연소로 인한 검댕과 일산화탄소는 또 어떤가?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 바뀌는 최근의 신차로 바꾸는 것은 환경적인 측면으로도 권장할 만한 일이다.

젊은 세대가 주 타깃인 기아차의 K3(왼쪽)와 현대자동차의 7세대 아반떼(오른쪽)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고효율 파워트레인의 대표, 푸조 2008(왼쪽)과 렉서스 UX 250h(오른쪽)

물론 존 리가 이룬 부는 훌륭한 업적일 뿐만 아니라 금융 투자에 있어서 귀감이 될 만한 부분이 많다. 검약이 밴 그의 습관은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을 만하다. 그러나 자동차라는 한 재화 뒤에 있는 산업의 규모를 헤아리고 그 제조업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가진 시각은 다소 의아함을 갖게 만든다. 산업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의 부재인지, 아니면 그런 상상력이 필요가 없을 정도의 부를 가졌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어떤 조언이든 취사선택하기 나름이다. 존 리 본인도 그건 마찬가지일 테니까.


한명륜 기자

※ 개별 기자의 의견입니다. 온갖차는 정론지(政論誌)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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