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은 유행에 매우 민감하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및 운송수단이 아닌,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출력이 적당하고 연비도 잘 나와야 좋은 차라고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그런 것들은 기본이고, 그 외의 매력 포인트가 필요하다. 이런 매력 포인트는 단순히 유행을 따르기만 해서는 얻을 수 없고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과감한 시도들을 이야기해본다.
현대 벨로스터 : 1+2 비대칭 도어
2007년, 현대는 서울모터쇼에서 콘셉트카 HND-3를 선보였다. 해치백과 쿠페가 교묘하게 섞여있는 듯한 디자인의 HND-3에는 굉장히 파격적인 부분이 있었다. 바로 운전석은 쿠페와 같이 1개의 도어, 보조석은 일반적인 해치백과 같은 2개의 도어를 가진 1+2의 비대칭 도어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짐작했을 수도 있지만) HND-3가 공개된 후 4년 뒤인 2011년, 벨로스터가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쿠페와 해치백을 합친 특유의 디자인은 물론 1+2 비대칭 도어까지 그대로 적용되었다.
이 1+2 비대칭 도어는 세상에 없었던 형식으로 현대가 처음 시도한 도어 구성이다. 뒷좌석 승객이 앞 도어를 통해 승하차해야 하는 쿠페의 불편함을 개선한 것이다.
벨로스터는 날렵하고 스포티한 디자인, 그리고 과감한 펜더 디자인 등으로 빨리 달릴 것 같은 느낌을 물씬 풍겼다. 실제로 출시 당시 소비자들은 주행성능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당시 아반떼 MD나 엑센트에 적용되었던 가솔린 1.6 자연흡기 엔진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는 아반떼는 물론 같은 엔진에 더 가볍고 콤팩트한 엑센트보다 가속 성능이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은 벨로스터에 새로운 모델이 추가됐다.
바로 가솔린 1.6 터보 엔진을 장착한 벨로스터 터보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kg·m로 스포티한 디자인에 걸맞은 출력이었다. 처음에는 6단 수동변속기 혹은 6단 자동변속기와 매칭되었으나, 2015년부터 자동변속기 대신 새로 개발된 7단 DCT가 현대 가솔린 차량 최초로 적용됐다.
이후 2세대 모델도 출시되었으며,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 N의 두 번째 차량이자 한국에서의 첫 모델인 벨로스터 N이 출시되었고, 이어 새로 개발된 습식 8단 DCT 모델도 출시되었다. 2세대 벨로스터와 벨로스터 N 역시 1+2 형태의 비대칭 도어를 그대로 채택했다.
쉐보레 말리부 : 1.35T 3기통 엔진
슈퍼차저나 터보차저와 같은 과급기의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과거에는 배기량이 높을수록 고급차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래서 배기량 1,000cc는 경차, 1,600cc는 준중형차, 2,000cc는 중형차, 3,000cc 이상은 준대형차란 인식이 있었다.
아울러 중형 세단인 쉐보레 말리부는 8세대 모델부터 국내에 판매되었는데, 8세대 모델 역시 2,000cc 가솔린 엔진이 기본 모델이었고 2,400cc 가솔린 엔진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후 2016년 9세대 모델이 출시되었다. 파워트레인은 1.5 가솔린 터보와 2.0 가솔린 터보의 두 가지 모델로 전 라인업이 터보 엔진이었다. 출시 당시 ‘중형차인데 준중형보다 작은 1,500cc 엔진이 괜찮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9세대 말리부에 적용된 1.5T 엔진은 2,400cc 자연흡기 엔진급의 출력으로 부족함이 없었으며 ANC(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술을 적용해 실내 소음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2018년 11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되었는데 기존 가솔린 1.5 터보 엔진을 가솔린 1.35 터보 엔진으로 변경했다. 물론 당시 배출가스 등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다운사이징 열풍으로 낮은 배기량을 사용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1.4 엔진을 사용하는 소형차보다도 낮은 배기량이었다. 더구나 말리부는 중형 세단임에도 꽤 긴 전장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판매되었던 쏘나타나 K5보다는 약 80mm나 길었고, 그 당시의 그랜저보다도 25mm 더 길었다.
그리고 작은 배기량보다 더 화제가 됐던 것은 3기통 엔진이라는 점이다. 당시 3기통 엔진은 경차에만 사용되었고, 준중형과 중형은 4기통, 준대형 이상부터는 6기통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국내에서 준대형 차량급 사이즈의 중형 세단에 3기통 엔진을 적용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1.35리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에 최대토크 24.1kgf·m로 2.0 자연흡기 엔진을 상회하는 충분한 출력을 가지고 있었고, 소음 및 진동 역시 3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경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숙했고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낮은 배기량 덕분에 저렴한 자동차세와 저공해 3종으로 분류되어 공영 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16/17인치 휠 장착 모델 기준 14.2km/l라는 훌륭한 연비도 갖췄다.
현재 말리부는 신규 발주 및 생산을 종료했으며, 재고에 한해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재고가 소진되면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될 예정이다.
코닉세그 제메라 : 캠리스 엔진
요새 자동차의 거의 모든 부품들은 전자 제어 형식으로 바뀌었다. 우선 연료 공급은 카뷰레터 방식에서 전자제어 인젝터 방식으로, 댐퍼 역시 전자제어를 통해 스스로 감쇠력을 조절한다. 스로틀 바디 역시 전자식으로 제어되며, LSD 또한 전자제어를 통해 구동력을 배분하는 e-LSD가 국산차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거의 모든 부품들이 전자제어 형식으로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기계식에 의존하는 부품도 있다. 바로 캠샤프트다. 엔진의 크랭크샤프트와 연결되어 회전하며 흡기 및 배기 밸브를 열고 닫는다. 캠샤프트가 오작동을 할 경우 엔진 출력이 떨어지거나, 엔진이 고장 나게 되므로 신뢰도가 높은 기계식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