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허위 매물 근절이 다가 아니다?

한국의 중고차 시장은 224만대로 신차 178만 대의 약 1.2배 수준이다. 신차 구입 시엔 초기 제품 불량으로 인한 하자 말고는 큰 문제점이 없지만 중고차 시장에선 허위매물, 주행거리 조작, 차량 상태를 속이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8 19,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중고차 허위 매물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중고차, 95%가 허위매물로 판명

싸고 좋으면 허위매물이다?

경기도가 6 5일에서 7 24일까지 차량 소재지, 사업자 정보, 차량 시세 등의 내용이 부실한 31개 사이트를 선정해 사이트당 100대를 임의 추출한 뒤, 자동차등록원부와 대조한 결과 총 3,096대 중 2,946(95.2%)가 허위매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유형으로는 차량말소 71, 번호변경 304, 차량번호 조회 불가 24, 명의이전완료(판매완료) 2,547대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명의이전이 완료되었는데도 인터넷 사이트 상에선 계속해서 판매 중인 매물로 게시물로 방치되고 있어 사실상 관리가 부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조사대상 3,096대의 판매 가격과 주행거리를 살펴본 결과, 사이트에 게시된 판매 가격은 평균 748 3,000원 정도였으나 실제 취득 가액은 2,129 6,000원으로 2.8배 비쌌고, 평균 주행거리는 5,899km이나 명의 이전 당시 2 8,422km 4.8배 차이를 보였다.

이에, 경기도(도지사 이재명) 측은 공정한 시장 거래를 망가뜨리는 허위 매물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단정 지었다. 경기도에서만큼은 정해진 규칙을 어겨 이익을 볼 수 없으며 우선적으로 포털사이트 내 온라인 허위광고부터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속적인 모니터링, 간담회, 실태조사 등 관련 전문가 및 업계 의견 반영해 실질적 대안 마련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법 영업을 하라고 부추긴 건 아니지만 하기 좋은 환경?

허위매물을 게시하고 허위광고를 하는 것은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그 형벌 또한 가볍지 않다. 중고차 딜러 불법행위 3회시 업계 퇴출, 허위&미끼 매물(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인한 뒤 다른 매물로 거래 유도) 거래 2회시 매매업 등록 취소, 성능점검 오류 1회 적발 시 점검업체의 영업허가가 취소된다.

그럼에도 허위매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피해 사실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현재 법 체계의 허점 때문이다. 위법 혐의를 입증하더라도 일부 악질적인 중고차 판매자는 대포통장 등을 사용하여 수사망을 피해가는 경우도 있어 처벌이 쉽지 않다. 또한 검찰에 기소되기 전, 피해 금액의 일부나 전체를 환불하고 합의하는 경우도 법의 엄정한 처벌을 끌어내지 못하고 ‘합의해 주면 그만이라는 행태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지난 7 9일에는 허위매물을 올려 6억 원가량을 가로챈 딜러 A 씨 등 44명이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 씨 등 딜러 44명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인천 서구의 한 중고차 매매 단지에서 중고차 사이트에 허위매물을 올려 구매자들을 유인한 후, 차량에 문제가 있다며 다른 차량을 구매하도록 유도하여 시세보다 비싸게 팔았다. 35명에게 이와 같은 수법으로 차를 팔아 약 6억 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다.

2013, 정부가 중고차 매매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 조치는 지난 2019년에 6년의 기한이 만료됐지만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도입으로 중고차 업계는 재지정을 요청하고 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은 앞으로 5년 동안 한 번 더 막히게 된다. 물론 대기업이 들어오면 기존 영세한 업체들의 생존권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체계화된 운영 체계를 갖춘 대기업의 진입이 시장의 자정 효과와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존 소상공인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사례도 있다. 경쟁 상대가 없으니 낙후된 행태도 개선되지 않고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불신만 가득 찬 현재의 중고차 시장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허위매물 발본색원에 나선 경기도 측은 어떤 입장일까? 경기도 측 역시 이 건에 대해서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일하는 생활 터전인 골목에 대형 상점들이 진입해서 골목상권을 망치는 것과 똑같다”라며 반대 입장이다.

경쟁 구도 없이 기존의 낙후된 시스템을 타파할 수 있을까?

온라인상의 허위매물이 사라진다면 중고차 시장은 바뀔 수 있을까? 대면 방식으로 판매하던 때에도 주행거리를 조작하거나 사고 내역을 속여 판매하는 불법 행위는 존재했다. 본질적인 문제는 정보의 불균형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소비자는 속을 수밖에 없다. 허위매물이 없어지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차량 상태나 정보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중고차를 구매하는 데 있어 느끼는 어려움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 천국이자 중고차의 왕국이기도 한 미국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 기준으로 4,081만 대가 거래됐다. 신차 판매 대수가 1,706만 대에 비해 중고차는 신차의 2.4배인 셈이다. 거래액은 8406억 달러(한화 약 996조 원)로 2015년 대비 9.6% 성장한 수치다. 이처럼 미국의 중고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과는 다르게 대기업의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인증 중고차와 경쟁하기 위해 수준 높은 경쟁력을 키웠고 경쟁을 넘어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통해 중고차를 팔기도 한다.

중고차 판매회사의 엄격한 성능점검과 품질 보증뿐 아니라 중고차 이력 및 상태 정보 제공 업체, 중고차 잔존가치 및 시세 제공 업체, 중고차 고객 관리 및 솔루션 업체, 중고차 시험·인증 전문기관 등 관련 사업도 다양하게 활성화되어있어 소비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 미국 최대 중고차 판매회사인 카맥스(Carmax)’는 자체 점검 시스템을 마련하고 125개 항목 검사와 함께 구매 후 90일 또는 6,437km까지 품질을 보증한다.

또한, 완성차 브랜드 전시장에선 신차와 중고차를 같이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판매하는 중고차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해당 브랜드의 수리 센터에서 정밀 성능점검과 수리를 거쳐 무상보증기간을 연장해 판매하는데 이른바 인증 중고차라고 불리는  CPO(Certified Pre-Owned) 중고차와 일반 중고차가 있다. 아닌 일반 중고차를 판매하는 경우에는 차량 이력 리포트 중 가격이 비싼 편에 속하는 카팩스의 리포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처럼 미국에서 중고차를 구입할 경우 소비자는 차량 이력과 성능 점검표 등 다양한 업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으며 완성차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중고차 업계에서도 높은 신뢰도와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ㅌ

미국의 사례는 중고차 시장 역시 경쟁이 없으면 발전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한다. 중고차를 판매하는 소상공인의 생계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허위매물 근절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시장이 되도록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일 것이다.   


이재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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