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롤링, 왜 생기는 걸까? 비밀을 풀어주는 ‘롤 센터’

자동차 시승기에는 롤링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많은 매체나 리뷰어들이 선회 성능을 시험할 때 이 차는 롤이 조금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롤링이란 단순히 선회 시의 기울어짐이 아니라 자동차에 작용하는 다양한 힘과 관련된 복잡한 메커니즘의 반영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살펴봐야 하는 요소가 바로 롤 센터라는 개념이다.

자동차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단어 롤링, 요잉, 피칭

자동차의 움직임을 가리키는 명칭은 방향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자동차에 가상의 축이 있다고 했을 때 x축을 중심으로 한 차체의 움직임을 롤링이라 한다. y축을 중심으로 하면 피칭, z축을 중심으로 하면 요잉이라 부른다. 쉽게 이야기 하면 좌우로 기우뚱거리는 움직임이 롤링, 물고기가 움직이듯 후미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요잉, 시소처럼 앞뒤로 움직이는 것이 피칭이다.
 

이러한 현상들의 본질은 각 축을 중심으로 한 하중의 이동이다. 각 무브먼트가 과하면 주행 불안정이나 사고의 요인이 된다. 요잉의 경우 주로 과속으로 코너 진입 하거나 또는 운전자의 조작 미숙에 의해 발생하는데, 전문가의 경우 일부러 코너를 빨리 돌기 위해 요잉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도로가 젖어 있거나 얼어 있는 노면 마찰력 부족 상황에서 발생하기 쉽다.

피칭 현상은 급가속 및 급감속 시 관성에 의해 무게가 앞뒤로 쏠리며 자동차의 후미 또는 앞부분이 주저 앉았다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롤링은 노면이 고르지 못해 일어나는 가로 흔들림이나 선회 시 원심력에 의한 기울기를 말한다. 롤링이 심하면 조종성이나 승차감에 나쁜 영향을 주며 심할 경우 전복될 위험마저 있다.

롤링은 서스펜션 지오메트리에 의해 발생한다

롤링 현상이 그저 지상고가 높고 무게 중심이 높아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롤링은 롤 센터와 무게중심에 의해서 발생한다. 롤 센터와 무게중심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자동차의 무게중심은, 거대한 가상의 원뿔 위에 자동차를 올려놨을 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수평을 유지하는 지점이다. 이 지점은 차량의 높이와 파워트레인 레이아웃, 엔진 배기량과 무게, 섀시의 구조 등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영향 받는다.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행 상황에 따라서도 그 위치가 이동한다.

롤 센터는 서스펜션 지오메트리에 의해 결정된다.  참고로 지오메트리는 서스펜션 및 바퀴 등의 배치를 비롯해 하부 총괄을 뜻하며, 복잡한 수학 계산을 통해 산출된다. 그래서 롤 센터를 찾는 방법은 전체적으로는 비슷하나 서스펜션의 타입에 따라 살짝 차이가 있다. 먼저 더블 위시본 타입의 경우 서스펜션의 로어암이 향하는 방향과 어퍼암이 향하는 방향으로 선을 그은 뒤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다. 이 지점을 순간 중심(Instantaneous Center)이라 부르는데, 이 점과 타이어 접지면의 중심점을 잇는다. 그리고 반대편도 같은 방법으로 선을 그어 순간 중심점을 찾고 타이어 접지면의 중심점과 이었을 때 두 이 교차하는 지점을 롤 센터라 부른다.

물론 맥퍼슨 스트럿 방식의 서스펜션도 이와 동일하다. , 맥퍼슨 스트럿은 별도의 어퍼암을 두지 않는 구조이므로 로어암과 상단의 스트럿(댐퍼)이 향하는 방향을 선으로 그어 순간 중심(Instantaneous Center)을 찾고 그 점과 타이어 접지면의 중심점을 이으면 된다. 반대편도 동일하게 선을 그었을 때 교차하는 지점이 그 자동차의 롤 센터다. 후륜 서스펜션도 마찬가지로 로어암과 스트럿 또는 멀티 링크 등의 방향을 이어 롤센터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찾은 전륜과 후륜의 롤 센터를 이은 것을 롤 축(Roll axis)이라 부른다. 통상 후륜의 롤 센터가 전륜의 롤 센터 보다 높이 있으나 예외적으로 일부 스포티한 성향의 자동차들은 전륜이 후륜 롤 센터 보다 더 높이 위치한 경우도 있다. 또한 롤 센터의 위치는 항상 지상 또는 자동차의 하단만이 아니라 지면 아래에 위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주로 차체가 낮은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롤 축을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원심력에 의해 좌, 우로 움직이면서 차체를 기울어 지는 것이 롤링이다. 따라서 무게중심과 롤 센터 간의 거리는 롤링의 양에 영향을 미친다. 가까울 수록 롤링이 적어지고 멀어질수록 롤링도 커진다. 쉽게 예를 들면 추를 실로 묶어 흔들었을 때 실을 잡은 손과 추의 거리가 길어 질수록 추가 흔들리는 것이 커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무작정 서스펜션 튜닝 하면 안 되는 이유 여기에 있다

간혹 롤링을 줄이기 위해 서스펜션을 낮추는 튜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능사는 아니다. 만약 다운스프링을 장착하면 서스펜션 암의 각도가 변하게 되고 그러면 롤센터의 위치도 변하게 된다. 그래서 롤은 억제되지만 승차감이 매우 안 좋아 지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휠 스페이서를 장착해 자동차의 폭을 넓히는 튜닝도 타이어 접지면의 중심점이 변하기 때문에 롤 센터 역시 달라진다.

가장 이상적인 튜닝은 무게 중심을 낮추고 롤 센터는 그대로 둘 수 있는 방식이 최고다. 물론 최근에는 애프터마켓을 통해 롤 센터 보정킷을 구입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리한 다운스프링보다 스프링과 댐퍼의 경도를 단단하게 셋팅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또한 안티 롤 바를 장착하는 것도 대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이러한 서스펜션 튜닝 셋업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며 난이도도 높다고 전한다. 따라서 튜닝샵 중에서도 서스펜션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

자동차의 움직임은 곧 그 자동차의 정체성이다. 물론 기술력의 차이 혹은 제작 단가의 차이로 인한 것도 있으나, 대부분은 엔지니어들이 오랜 시간 연구를 거쳐 그 자동차의 주요 구매층과 사용 목적에 따른 최적의 결과물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차의 움직임이나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를 논하는 것은 있어보인다. 하지만 그 자체로 자동차 제조사가 막대한 비용과 뛰어난 연구인력들의 노력을 할애해 만든 만큼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전문적인 리뷰의 홍수 속에서, 섀시 세팅에 관해 너무 단정적인 메시지들은 어느 정도 걸러 들을 필요가 있는 이유다.


정휘성 기자



자동차의 롤링, 왜 생기는 걸까? 비밀을 풀어주는 ‘롤 센터’
안볼거임? 클릭하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