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픽업 바라기들이 입도선매한다고 기다리는 차가 있다?

국내에 꼭 출시해 주세요” 수입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다소 곤란한 이야기다출시만 되면 산다는 호언장담이 결혼 서약만큼 공허하다는 건 차치하더라도자명한 재고 부담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설령 그것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차라 하더라도 냉정해야 할 수밖에 없다그런 점에서 포드가 야심 차게 밝힌 2021년 국내 출시 라인업 중레인저 픽업트럭의 존재는  눈길을 사로잡는다포드 코리아가 단순한 호기로 움직이는 브랜드가 아니기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알맞은 제원,
개선되는 환경

픽업트럭에 관한 포드의 명성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F-150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픽업트럭이자 북미시장에서는 전 차종 통틀어 판매량도 최상위권이다한국에서도 여기에 로망을 품은 이들은 많았으나, 5,800mm에 달하는 전장과 2,029mm의 전폭, 1,907mm의 전고 때문에 개러지가 딸린 튜닝샵을 운영하는 이들이나 그 외 부가적인 주차공간을 보유한 이들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이었다.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도시 구획 자체가 오래된 유럽에서도 이런 한계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포드는 지난 2018년 전설적인 이름을 통해 그들 기준으로는 중형급 픽업트럭을 부활시켰다. 그게 레인저 픽업트럭이다. 특히 한국에 들어오는 레인저 픽업트럭은 유럽형으로, 유럽 시장에서 2018년 출시 후 5만 1,500대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통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선다.

국내의 환경적 정비도 레인저에게 우호적이다한국의 주차장 구획은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1970년대에 규정된 주차장법의 규격을 따르고 있었다그러나 최근에는 해당 법이 개정되면서 신축 건물과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주차장 구획의 폭이 2,500mm까지 확대됐다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과 쉐보레의 콜로라도 같은 픽업은 물론 다른 대형 SUV에게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포드 코리아는2021 라인업에 익스플로러보다 한 체급 위인 익스페디션과 그 링컨 브랜드 버전인 내비게이터도 선보일 예정이다참고로 쉐보레는 타호를 들여올 계획이다

2.0리터 디젤이라는데,
그걸로 괜찮을까?

포드가 2021년 한국에 출시할 레인저가 유럽형인만큼엔진 역시 2.0리터 디젤 엔진이다최신의 요소수 기반 SCR(선택 환원 촉매시스템을 적용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인 버전이다디젤 엔진의 토크가 커 해당 장르에 적합하다지만 그래도 배기량이 너무 적은 게 아닐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비슷한 제원의 렉스턴 스포츠 칸 조차도 2.2리터의 디젤 엔진을 쓴다

그러나 레인저는 직렬 4기통임에도 트윈 터보차저를 적용해 50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최고 출력은 213ps에 달한다직렬 디젤 엔진에 트윈터보를 적용하는 방식은 르노 마스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무거운 차체의 거동을 확실히 보조하기 위함이다. 레인저의 2.0리터 트윈터보 엔진은 렉스턴 칸의 2.2리터 엔진보다 최고 출력은 약 30ps, 최대 토크는 7.2kgm 이상 강하다견인 가능한 최대 하중은 3.5톤에 달한다

변속기는 10단이 적용된다출발 시나 등판 시 그리고 고속 항속 영역에서 엔진의 부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포드 익스플로러와 머스탱 등에서 그 가치를 입증한 바 있다다만 제원 구조상 동력 성능을 짜내는 엔진이므로 비교적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연비는 유럽 기준으로10.8km/L(9.2L/100km) 수준이다자동차의 중량이나 장르적 특성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2.0리터 디젤 엔진을 적용한 차종으로 비교하자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와일드트랙과 랩터,
스타일 선택 폭 다양해

포드의 레인저는 외관 스타일에 따라 와일드트랙(Wildtrak)과 랩터(Raptor) 두 가지 트림으로 운용된다와일드트랙은 픽업트럭이지만 고급스러운 외관 및 실내 디자인을 가미한 버전이다세이버 오렌지 컬러의 차체와 티타늄 다크 컬러가 적용된 사다리꼴 라디에이터 그릴은 에어인테이크와 하나의 플레이트로 이어지며 대담함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보여준다또한 테일게이트 이지 리프트 기능이 추가됐다

와일드트랙의 인테리어에는 외관과 같은 컬러의 스티치가 적용된 대시보드 및 부분 레더 시트를 포함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했다헤드레스트와 대시보드에 새겨진 와일드트랙 영문 표기 역시 세이버 오렌지 컬러다.

랩터는 거친 랠리 지향형의 강인한 외관을 갖고 있다랩터라는 명칭 자체가 포드 픽업트럭 라인에서는 고성능 배지이기도 한 만큼 오프로드 레이싱 지향의 외관을 갖고 있다지상고도 높고 프런트 범퍼 디자인 역시 랠리카의 면모를 자랑한다무엇보다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엠블럼 없이 대문자로 새긴 ‘FORD’가 인상적이다이는 다름아닌 F-150 랩터를 연상케 한다

픽업트럭이지만 기본적인 안전 사양도 다양하게 갖췄다보행자 인식 시스템과 충돌 방지 기능이 적용됐고기존 적용된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에도 추돌 방지 및 경감 기능이 적용돼 있다큰 문제가 없다면 한국 인증 시에도 무리 없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픽업트럭에 대한 한국 유저들의 로망은 점점 가상의 수요에서 실제적인 것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특히 상대적으로 감염병에 대한 걱정이 적은 실외 레저 활동과 연관되는 차종들은 더욱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이러한 흐름이라면 픽업트럭 역시 장르적 특성에 묶이지 않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현재 영국 기준으로 레인저 와일드트랙 더블캡은 약 2만 8,800파운드(한화 약 4,200만 원), 랩터의 경우 4만 1,150 파운드(한화 약 6,060만 원)  수준이다국내 도입 가격을 감안하면 결코 만만치는 않겠으나 그럼에도 입도선매(立稻先賣, 벼가 고개를 숙이기도 전에 매입함)를 외치며 포드의 2021년 제품 전략에 찬양을 보내는 사람들이이번엔 허수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