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만 아니라 기아도 있었다? 이름셔 에디션

유명한 튜닝 회사를 이야기하면서 이름셔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름셔는 대우자동차의 르망 이름셔 덕분에 우리나라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친숙한 회사다. 그런데 이 독일의 튜닝 업체는 의외로 국산 자동차 제조사와 협업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이번 콘텐츠에서는 르망 이외에 이름셔 튜닝을 거친 국산차들을 살펴본다.

90년대 ‘오렌지족’들의 로망, 르망 이름셔

이름셔를 이야기하면서 르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르망은 1986년 대우자동차에서 출시한 준중형급 자동차다. 또한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처럼 각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월드카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오펠에서 개발하고 한국의 대우자동차가 생산, 미국의 폰티악에서 판매를 담당했다. 그래서 차명도 국가별로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르망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됐으며 그 외 국가에서는 카데트로 출시됐다.

르망은 해외 선진 기술로 제작되어 당시 시판 중이던 국산차들 중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크게 히트했다. 독일에서도 폭스바겐 골프와 경쟁할 정도로 인기 있었다. 르망은 4도어 세단, 3도어 해치백, 5도어 해치백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판매됐다.

1991년 출시된 르망 이름셔는, 이름셔 자체 튜닝 버전의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20ps를 발휘했다. 여기에 이름셔만의 에어로 파츠와 포르쉐가 조율한 서스펜션 그리고 레카로 버킷 시트 등 고성능 차량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갖췄다. 국산차로서는 당시에 가장 강력했던 현대자동차의 2도어 쿠페, 스쿠프를 월등히 뛰어 넘는 성능을 갖추었으며 마니아들 사이에서 고속도로의 제왕이라 불렸다.

그래서 가격도 매우 비쌌다. 르망 이름셔는 당시 기준 1,200만원에 판매 됐다. 이는 대우자동차의 중형 세단 프린스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재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000만 원 이상이다. , 쏘나타와 가격이 비슷한 벨로스터 N과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시대를 앞선 가격과 성능 때문에 판매량 저조했고 1년만에 단종됐다.

기아자동차와 콜라보레이션, 쏘렌토/쏘울 이름셔 에디션

200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기아자동차가 이름셔와 손을 잡고 쏘렌토 이름셔 에디션을 발표했다. 참고로 쏘렌토 이름셔 에디션은 1세대 쏘렌토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에는 2세대 쏘렌토가 한창 판매 중이었지만 해외에는 1세대 쏘렌토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쏘렌토 이름셔 에디션은 블랙 또는 브릴리언트 실버 메탈릭 컬러만 적용됐다. 또한 쏘렌토 이름셔 에디션 전용 5스포크 18인치 휠과 7스포크 18인치 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실내에는 이름셔 로고가 새겨진 투톤 가죽 시트가 적용됐으며 8.5인치 대형 스크린과 DVD 플레이어 등 탑승자를 배려한 엔터테인먼트 장비도 탑재됐다. 아쉽게도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78ps 2.5리터 디젤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다. 대신 변속기를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수동 및 자동 변속기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쏘렌토 이름셔 에디션은 기아자동차 튜온 패키지처럼 차량을 구입 후 이름셔를 통해 튜닝하는 방식으로 판매됐었다.

1년 후, 기아차와 이름셔는 다시 손을 잡았고 쏘울 에디션 이름셔 001을 선보였다. 쏘울은 2008년 출시한 기아차의 소형 SUV로 스타일리쉬한 외관 디자인과 펑키한 인테리어로 특히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애매한 세그먼트 포지션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또한 쏘울은 출시 당시 국산차 최초로 제조사가 차량의 외장 튜닝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쏘울 이름셔는 외관에 유광 터스크 범퍼와 사이드미러, 블랙 루프스킨 등 곳곳에 블랙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쏘울 이름셔 에디션 전용 18인치 휠을 장착됐다. 또한 양 옆과 후미에 에디션 001’ 데칼을 부착했다. 외적인 변화를 이게 전부지만 실내에는 다이아몬드형 퀼트 패턴과 붉은 실로 박음질된 가죽 시트가 장착했으며 스티어링 휠과 기어 부츠, 대시보드 등에 카본파이버 스타일 패턴으로 마감해 일반 모델과 차별화를 두었다. 파워트레인은 1.6리터 가솔린 및 디젤로 일반형 쏘울과 똑같다. 쏘울 에디션 이름셔 001은 쏘렌토 이름셔 에디션과 마찬가지로 유럽 시장에서만 판매됐다.

쉐보레 크루즈 이름셔 에디션

얼마 전까지 한국 자동차 제조사로 분류됐으나 지금은 제조사의 요청에 의해 수입차로 분류되고 있는 쉐보레도 이름셔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이름셔가 오펠 차량을 전문으로 튜닝했었다. 그 오펠을 GM 1929년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2017 PSA 그룹으로 매각되면서 현재는 PSA 그룹 소속이지만 2017년 이전까지 출시한 오펠과 GM의 차량들은 서로 파워트레인, 플랫폼을 공유했으며 이름셔의 튜닝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이름셔가 튜닝한 쉐보레 자동차들은 스파크와 아베오, 크루즈, 트랙스, 윈스톰(캡티바) 등 이 있었다. 물론 이 차량들 모두 출력을 상승시키는 퍼포먼스 튜닝이 아닌 단순 익스테리어 튜닝 패키지 중 가장 유명한 차량은 쉐보레 크루즈 이름셔 에디션이다. 크루즈 이름셔 에디션은 2009년과 2010년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2009년 버전은 영화 트랜스포머2 개봉을 기념해 공개한 크루즈 범블비 이름셔 에디션이다. 이 차량은 1.8리터 가솔린 엔진 트림을 기반으로 오렌지 컬러 18인치 휠과 스트라이프 무늬 등 퍼포먼스 보다 익스테리어 위주로 튜닝한 전시용 자동차였다.

이후 2010년 익스테리어 보다 퍼포먼스 튜닝에 집중한 크루즈 이름셔 에디션을 출시했다. 전시용이었던 범블비 이름셔 에디션과 달리 실제로 판매까지 됐었다. 크루즈 이름셔 에디션은 리어 스포일러와 이름셔 전용 18인치 휠 그리고 듀얼 머플러가 적용됐다. 그리고 서스펜션을 기존 보다 25 더 낮게 세팅 했으며 최고출력은 기존 163ps를 발휘하는 2.0리터 디젤을 튜닝해 186ps까지 끌어올렸다. 아쉽게도 글로벌 판매가 아닌 유럽에서 한정판으로 판매됐다.

여전히 기아자동차의 유럽형 준중형 해치백 씨드나 소형 SUV 스포티지 등의 익스테리어 튜닝 패키지를 제공하며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름셔는 코스워스처럼 극한의 퍼포먼스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저 소소한 출력 상승에 만족하고 익스테리어 튜닝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이번 콘텐츠에 소개한 차량들도 어딘가 하나씩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다음에는 어떤 자동차와 협업할지 매우 기대가 된다.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