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대도 피우는 바람, 의외로 증거 많이 남기는 이곳?

수 년 전 한 콘돔 브랜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기혼자들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외도 경험이 있다고고백해 화제가 됐다. 비교적 잘 알려져 있듯 한국처럼 외적 금기가 강한 사회일수록 내적인 욕망의 음성적 분출은 더 거세지기 쉽다. 어쨌든 외도한 이의 배우자는 피해자다. 쉽지 않겠으나, 해당 배우자는 두렵고 참담한 심경에 마구 뛰는 심장을 잠시 멈춰서라도, 자신을 기만하고 피해를 끼친 배우자의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자동차는 그런 흔적이 의외로 많이 남는 공간이다. 알고 보면 ‘불륜 증거 맛집’인 자동차의 속살을 잠시 살펴본다.


죽는대도 피우는 바람, 의외로 증거 많이 남기는 이곳?
KBS 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의 한 장면. 차종은 DS 오토모빌이 PPL로 협찬한 DS7 크로스백

‘빼박’ 증거 잡아주는
합법적 심부름센터 직원, 블랙박스

블랙박스는 10년 전인 2010년만 하더라도 연간 50대 정도가 장착됐지만 현재는 거의 출고 시 딜러 서비스일 정도로 보편화됐다. 물론 영악한 불륜 커플들은 이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빼놓기도 한다. 그러나 불륜을 즐기는 이들은 성향 자체가 모험적인 경우가 많아, 계획과 실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기기도한다. 또한 감정적으로 서로에게 탐닉하다 보면 KBS 드라마 <바람 피면 죽는다>의 O.S.T 넘버인 수란의 ‘O.V.E.R’ 가사처럼 뒤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을 때가 있다.

설령 메모리 카드를 빼놓는다고 하더라도 주차된 근처 차량들의 블랙박스에 촬영되는 것까지를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직장 주차장 등 자주 들르는 곳의 근처 차량 차주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통상 외도 상대자의 절반 이상은 다른 배우자도 아는 직장 동료가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의심스러운 상황이 감지되기 전에 미리 배우자 직장의 한두 명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아무리 증거가 명명백백하다 하더라도 해당 차량의 주인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면 증거로서의 능력을 갖기 어렵다. 외도한 배우자가 증거 보유자와 업무로 얽혀 있다면 더욱 곤란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민형사상 다툼이 발생할 소지도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죽는대도 피우는 바람, 의외로 증거 많이 남기는 이곳?
뒤를 밟는 것보다는 블랙박스가 훨씬 안전하고 합법적이다

정말 이런 데다 흔적을 남긴다고?
글로브 박스

믿기 어렵겠지만 글로브박스, 일명 ‘다시방’은 외도한 배우자의 상대가 자신의 소지품을 실수로 두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상간남녀의 소지품들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공간으로 꼽히기도 한다. 물건의 종류는 다양하다. 귀걸이, 휴대전화, 콘돔은 물론 심지어 결혼반지(상간자도 기혼인 경우)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너무나 뻔한 곳에 이런 증거를 남기는 데는 어떤 심리가 작용하는 것일까? 사기나 사체 유기 등 범죄자들의 경우, 들킬 위험을 알면서도 증거를 남기는 것은 상황에 대한 기억을 통제하기 위해서라고 상담 심리나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후에 검거됐을 때, 자신이 남긴 증거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기억하고 거기서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을 통해 대응하려는 전의식적 전략이다. 상간남녀가 글로브박스에 소지품을 두는 행위 역시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획득한 물품이 바로 외도의 증거가 되긴 어렵다. 그러나 믿기 싫은 이야기를 완성시켜주는 실마리는 될 수 있다. 심리 상담가나 변호사들은, 배우자를 다그치는 대신 철저히 증거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이미 상대를 배신한 배우자는 ‘바람을 피려면 이런 곳에 증거를 남기겠느냐’고 큰소리를 칠 수도 있다. 거짓말이 쉬워진 이들에게 이쯤은 큰일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반대로 잘못을 순순히 시인하더라도 그것은 진심이 아닐 경우가 많다고 한다. 허탈감과 안도감 사이를 오가는 상대 배우자의 반응을 보며, 상간남녀에게 발각 사실을 알리고 배우자의 연락처를 알려주며 전화를 피하도록 하는 등 시간을 버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배우자보다 상간남녀를 더 사랑하며,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러려고 풀플랫 되는 차를 샀나?
시트, 트렁크 바닥은 ‘고전’

재판 상 이혼에서 상대 배우자의 귀책 사유가 되는 외도가 반드시 부적절한 육체관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친밀한 메시지나 잦은 만남 등도 이른바 ‘플라토닉’한 관계 역시 외도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육체의 증거’는 입증만 된다면 파괴력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 육체의 증거들은 주로 시트에 남는다. 다양한 종류의 체액 흔적, 머리카락 및 그 외 부분의 체모, 손톱, 화장품 자국 등이 대표적이다. 진한 향수 냄새도 포함된다. 한국 자동차 유저들은 일부 수입차 옵션에 섬유재 시트가 들어가면 극히 싫어하지만 의외로 가죽 시트에 이런 죄의 증거가 더 깊이 밴다는 것이 함정. 특히 타공한 시트의 경우 그 사이에 체모가 박혀 깊이 들어갔다가 불의의 순간에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다. 땀과 뒤섞인 화장품의 경우는 가죽 제품에 변색을 일으키며 빨리 지우지 않으면 변색 등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체액이 묻어 있는 휴지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SUV에 제공되는 풀플랫 즉 2열 폴딩을 통한 후석 평탄화 기능은 다급한 욕망을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므로 트렁크와 등받이 뒤쪽도 증거 노다지라 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면이 어두운 색의 부직포 재질인 경우 의외로 이곳에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증거들 역시 정황 증거들과 함께 맥락을 이뤄야 쓸모가 있다. 체액이 묻은 휴지와 긴 머리카락이 함께 나온다고 해서 외도한 배우자가 반박할(빠져나갈)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휴지는 자위의 증거이고 머리카락은 우연히 동승한 동료의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확실한 증거 없이는 도리가 없다. 물론 그런 상황의 전후 대화가 녹음된 블랙박스 메모리 등과 함께 갖춰진다면 증거력은 배가된다.

배우자의 외도는 삶에 있어 큰 충격이자 공포다. 실제로 배우자 외도를 겪은 이들의 뇌파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참고로 PTSD 진단은 전쟁, 자연재해, 고문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외상이 원인이다. 외도가 그런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이선균 분)이 외도한 아내인 강윤희(이지아 분)에게, 괜히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오열한 게 아니다.

어렵겠지만, 앞서 살펴본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이 때는 사람보다 증거와 대화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이미 거짓말하기로 마음먹은 배우자보다, 그 배우자의 거짓말을 품은 자동차가 훨씬 더 정직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자의 차에서 증거를 뒤져야 할 일 없는 평안한 연말 연시가 되길 기원한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