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조련사로 돌아오다, 푸조 신임 CEO 린다 잭슨

2019년 12월, 시트로엥 CEO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린다 잭슨이 푸조의 신임 CEO로 일선에 복귀한다. 잭슨 CEO는 2020년 PSA 그룹의 임원진으로서, FCA와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스텔란티스(Stellantis) 설립 등 굵직한 일들을 치러냈다. 전임 CEO인 장 필립 임파라토는 범 ‘한식구’가 된 알파로메오 브랜드의 대표로 지명됐다. 

<포츈(Fortune)>이 주목한
영향력 있는 여성 CEO

잉글랜드인인 린다 잭슨 CEO는 1990년대 초반 로버 그룹에 입사하며 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도버 해협을 오가며 화려한 이력을 쌓은 인물이다.  잉글랜드 명문 워윅 대학교 MBA 출신이기도 하다. PSA 그룹에 처음 몸담게 된 것은 2005년의 일이다. 


사자 조련사로 돌아오다,
푸조 신임 CEO 린다 잭슨
2019년 12월 방한 당시의 린다 잭슨 CEO

이후 2014년 시트로엥의 CEO를 맡게 됐다. 잭슨 CEO가 맡은 기간 동안 시트로엥은 과거의 명성을 회복했다. 파격적인 디자인에 시트로엥의 엔지니어링 전통을 잇는 기술적 완성도가 결합됐고, 여기에 ‘Inspired By You’라는 캠페인을 통해 시트로엥을 잊었던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한 시트로엥 CEO 임기 마지막 해인 2019년에는 브랜드 설립 100주년 행사 등을 성공리에 치러냈다. 이 해에 린다 잭슨 CEO는 미국 <포츈(Forturne)> 지가 선정하는 ‘미국 외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 24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에어크로스’의 여왕,
사자 타고 더 높은 곳 오를까

잭슨 CEO의 업적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SUV 라인업인 ‘에어크로스’라인업의 과감한 확충을 통해 유럽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C3 에어크로스의 경우는 2018년 초 출시된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10만 대 판매를 달성했고, C5 에어크로스는 원래 아시아 시장 전용 차종이었는데 유럽으로 역수입된 케이스다. 참고로 이 두 차종은 한국에도 출시됐고 현재 JTBC 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에 PPL 차량으로 등장하고 있다. 

잭슨 CEO가 맡을 푸조는 새로운 전기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를 누린 3008과 5008의 페이스리프트 차종이 공개됐다. 또한 고성능 PHEV인 508 스포츠 엔지니어드의 공식 출시를 통해푸조의 고성능 시대를 선언했다. 2022년에는 르망 하이퍼카 영역에서의 우승에 도전한다.

“푸조 브랜드의 모든 업적을 일궈낸 현재의 팀원들과 함께 일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는 취임 일성을 전한 잭슨 CEO는 “스텔란티스 그룹의 출범과 함께 푸조 브랜드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것 이상의 존재감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 밝혔다. 전체 그룹의 리더가 되는 브랜드가 필요하고 거기에 있어 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읽을 수 있는 메시지다. 14개나 되는 브랜드를 거느린 스텔란티스의 구심점은 결국 원 PSA 그룹에 있음에 대한 부드러운 암시이기도 하다. 푸조의 재도약까지 성공시킨다면 잭슨 CEO의 미래는 더 높은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진취적인 성향과 화려한 이력, 탄탄한 입지와 기대되는 전망을 가진 새로운 CEO의 푸조 합류는 한국 시장 전략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푸조의 국내 수입원인 한불모터스(주)는 지난 2020년 7월, 한국 시장에 B 세그먼트 해치백과 SUV인 뉴 푸조 208 및 2008을 런칭했다. 그중 208은 전기차인 e-208로 출시했으며, 2008은 디젤 엔진을 적용한 2008과 전기차 e-2008을 큰 가격차 없이 배치해 파워트레인 선택의 자유도를 높였다. 현재 전기차 듀오인 e-208과 e-2008을 테마로 한 ‘전기차 사자’ 캠페인도 함께 진행 중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