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 SUV 영역은 불과 2~3년 사이 급속히 확장됐다. 좁은 시장에서 결국 브랜드 간 제 살 뜯어먹기 경쟁이 될 거라 본 회의론도 있었지만 의외의 수요는 계속 발전했다. 수요층의 깊이와 두께도 증가했고 중형 SUV 아니면 그랜저로 굳어지려던, 재미없는 국내 시장과 거리에 새로운 볼륨과 활력을 만들기도 했다.
포드는 그런 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였다. 다들 로우 앤 와이드와 쿠페 디자인을 외칠 때 홀로 ‘각’을 잡은 익스플로러로 몇 년째 수입 SUV뿐만 아니라 수입차 시장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퍼포먼스를 냈다. 판매량만 높았던 것이 아니라 장르를 정의하고 시장을 형성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 포드가 이번엔 익스플로러보다 한 체급 위의 익스페디션을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한다. 이미 대형 SUV 팬들 사이에선 명성이 자자했던 ‘대물’의 매력 포인트를 보다 상세히 살펴보았다.
기함의 가치를 넘어서는 존재감,
뉴 포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
익스플로러만 해도 크기는 충분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보다 고급스러운 레저 활동을 즐기거나 차박의 차원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이들 그리고 해외 거주 경험 등을 통해 진짜 풀 사이즈 SUV를 경험해본 이들에게는 아쉬운 몇 인치가 남아 있었다. ‘프리미엄 틈새’ 수요다.
뉴 포드 익스페디션의 국내 출시는 그 틈새가 유의미한 영역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SUV 브랜드로 재편된 포드의 상징성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당 세그먼트의 수요를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과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결정이다. 40년 가까이 묶여 있던 주차 구획 차폭이 개선되고 도로 여건이 정비되는 등의 제도적 변화도 익스페디션에게는 유리하다.
미국 시장에서 익스페디션의 경쟁자로 꼽히는 차종은 쉐보레 타호나 곧 출시될 지프의 그랜드 왜거니어 등으로 꼽힌다. 이 중 타호는 국내 출시도 예정돼 있다. 익스페디션의 전장은 5,335㎜로 타호와의 차이가 1㎜에 불과(5,334㎜)하지만 휠베이스는 3,110㎜로 3,070㎜에 달한다. 전폭도 2,078㎜로 타호보다 20㎜ 더 넓으며 실내 공간 총 용적도 4,867㎜로 타호보다 크다. 2열의 경우는 3인승 벤치 시트와 2인승 캡틴 시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익스페디션이 크기만 한 차는 아니다. 요즘 드문 ‘각’이 살아 있는 디자인이지만 각 모서리의 연결이 매끈해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준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F-150 트럭과 비슷한 얼굴을 갖고 있지만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보다 타이트하게 연결되어 구조적으로 안정되고 모던한 모습을 보여준다.
3월 22일에 공식 출시되는 익스페디션은 편의성 면에서 최고급 트림인 플래티넘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차를 살 때 비용보다는 그에 걸맞은 가치를 꼼꼼히 따지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선택이다. 8,240만 원의 가격은 실제 가망 고객들에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요트 견인도 가뿐한 4,173kg의 견인력,
그 비결은?
이 정도 되는 수입 SUV 구매자들이 꼭 확인하는 제원이 하나 있다. 바로 견인 하중이다. 특히 카라반이나 요트, 심지어 제트 스키 등 견인하려는 장비도 다양한데, 하나같이 고중량이다. 뉴 포드 익스페디션의 견인 하중은 4,173kg이다. 동급 SUV로 4톤 이상의 견인력을 발휘하는 차량은 찾기 어렵다.
견인 하중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한데 핵심적인 것은 역시 파워트레인과 섀시다. 엔진은 최고 출력 405ps(5,500rpm), 최대 토크 66kg∙m를 발휘하는 3.5리터 에코부스트다. 여기에 10단 셀렉트쉬프트 자동변속기가 결합됐다. 레이아웃은 세로 배치 엔진 후륜 기반 4륜 구동이다. 저단에서 거동성을 높이고 상향 변속 타이밍을 앞당겨 엔진의 부하를 최소화한다.
또한 동급 차종들이 견인력을 발휘하기 위해 5, 6리터급의 대배기량 엔진을 채용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낮은 효율, 환경 영향에 대한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3.5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은 효율이 높은 트윈 터보 방식으로 7.4km/L의 복합 연비(도심 6.6, 고속 8.8)를 발휘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31g/km로 준수하다.
섀시는 고강도의 경량화 합금강인 보론강(붕소강)을 기반으로 한다. 보론강의 가장 큰 장점은 인장 강도라 할 수 있다.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견인해야 할 장비 사이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소재 및 구조역학의 완성도가 견인 하중의 한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트레일러나 캠핑 카라반을 연결했을 때 안정적인 주행은 물론 후진 주행 시 직진성을 보조하는 프로 트레일러 백업 어시스트(Pro Trailer Backup Assist)가 적용됐다. 해당 기능은 간단한 콘트롤 노브 조작만으로도 작동 가능하다.
전륜 서스펜션은 상부 암이 하부보다 짧은 숏-롱 암 방식이다. 조향 안정성과 상하 충격에 대한 유연한 대처 방식에 강점을 지닌다. 후륜은 멀티 링크로 유연성과 승차감에 중심을 둔다. 크고 높은 차체의 거동을 안정시키기 위한 전후륜 모두 스태빌라이저가 적용돼 있다.
이러한 견인력에 오프로더로서의 기본기도 더해졌다. 또한 자갈, 모래길 등을 포함한 7가지 지형 대응 모드인 터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지상고는 약 250㎜에 달한다. 전후 오버행이 짧아, 경사로 진입각은 약 23°, 탈출각은 약 21°에 달한다. 여기에 까다로운 경사로에서의 주행을 도와주는 힐 디센트 컨트롤도 적용됐다.
편의성도 빼놓지 않았다,
코-파일럿 360도 탑재
대형 SUV가 크기로만 만족을 주던 시대는 지났다. 미국 시장에서도 변화하는 수요자들의 니즈 변화에 부응하고 있다. 특히 장거리 여행에 자주 사용되는 레저카의 특성상, 운전자의 피로도를 덜어주고 안전을 보장하는 ADAS(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코–파일럿 360도 적용됐다. 해당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시스템, 360° 카메라 및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을 포함한다. 여기에 편리한 운전을 위해 8인치 LCD 터치 스크린과 싱크3(SNYC®) 시스템 등이 탑재되어 있다.
플래티넘 트림답게 실내 편의 기능도 준수하다. 2열과 3열의 좌석을 접으면 평탄화가 가능하며 좌석 폴딩 형태에 따라 다양한 공간 연출과 활용이 가능하다. 킥 모션으로 여닫을 수 있는 리프트게이트와 높은 지상고에 대응하는 파워 러닝보드가 적용되었다. 더불어, 12개의 고성능 스피커가 장착된 뱅 앤 올룹슨(B&O™) 사운드 시스템도 적용됐다.
2020년 하반기에 이어 2021년에도 포드와 링컨은 공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형 SUV 시장에서 압도적인 행보를 이어가기 위한 공세는 링컨 브랜드의 초대형 럭셔리 SUV인 내비게이터와 함께 멀티 트랙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크기를 넘어 새로운 삶의 영역을 개척하려는 한국의 모험가들을 향한 포드 익스페디션과 링컨 내비게이터의 쇼케이스가 시작됐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