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의 전쟁, 메르세데스 EQ EQS VS 테슬라 모델 S

국내 출시된 EQC가 렌터카 업체에서조차 반품의 굴욕을 맛볼 때, 많은 메르세데스 마니아들에게 EQS는 희망이었다. 이것저것 다 막힌 성장의 기회, 밤 열 시만을 기다리던 서학개미들에게 테슬라는 구원이었고 모델 S는 그 신표였다. 자동차는 하나의 소비재에 불과하지만, 누구도 볼 수 없는 미래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각 지지자들의 열정은 종교적이다. 그런 종교 전쟁에서 각 진영의 기치에 그려질 가장 수승(隨乘)한 세단을 간략히 비교해본다.

주행 거리 개선한 EQS,
압도적 격차의 모델 S

770km, 해볼 만한 싸움, 메르세데스 EQ EQS

메르세데스 벤츠가 모든 기술 영역에서 가장 최신을 지향하는 브랜드는 아니었다. 그들에게 속도보다 중요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1위의 품격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영역에서, 그들은 빠르지도 않았고 최고라고도 할 수 없는 제자리걸음의 상태를 지속했다.

EQS는 그 답답함을 날렸다. 퍼포먼스와 1회 완충 시 주행거리 등 테슬라를 포함한 신생 회사들이 주도권을 가져갔던 영역에 진짜 삼각별 박힌 명함을 내밀었다. 배터리용량에 따라 90kWh, 최고 출력 245kW(333ps) 450+, 107.8kWh, 최고 출력 385kW(523ps) 580 4매틱+의 두 가지 사양으로 구분된다. 주된 배터리 공급사는 중국 CATL이다.

최대 토크는 450+ 568Nm( 58kgm), 580 4매틱+ 855Nm(87.1kgm)에 달한다. 최고 속력은 210km/h. 아직 0100km/h 가속 시간은 나오지 않았지만 580 4매틱+의 경우는 4.1~4.2초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제가 됐던 770km의 완충 시 주행 거리는 580 4매틱+의 기록이다. 국내 인증 시에는 어느 정도가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600km 후반대는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무선 업데이트(OTA, over the air)를 지원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과 0.20Cd로 양산차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 계수가 고효율에 기여한다.

최장 837km 주행 가능, 최고 출력도 1,100ps까지? 모델 S

EQS가 메르세데스 EQ 브랜드의 기술력을 집약했다지만, 아직 테슬라 모델 S의 벽은 견고하다. 듀얼 모터 4륜 구동인 롱 레인지만 해도 최대 주행 거리 663km에 달한다. 트라이모터 시스템인 플레이드+(Plaid+)는 최대 837km까지 주행 가능하다. 바로 아래 트림인 플레이드도 628km 주행이 가능하다.

퍼포먼스도 가공할 만하다. 플레이드+의 경우에는 최고 출력이 1,100ps까지 발휘된다. 바로 아래 트림인 플레이드가 1,020ps 0100km/h 가속 시간이 2.1초 수준이다. 두 모델 다 최고 속력은 322km/h. EQS와는 한참 차이를 보인다. 테슬라의 압도적 에너지 집적기술은 현재 양산차를 기준으로는 추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주된 배터리 공급사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LG 화학이다. 참고로 배터리 부문 분사로 설립된 LG 에너지 솔루션은 2023년 테슬라에 새 배터리 공급을 위한 미국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LG 에너지 솔루션은 특히 지난 2020 9, 일론 머스크가 배터리 데이에서 언급한 지름 46, 길이 80 배터리의 시제품까지는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럭셔리’에 대한 가치관 차이,
두 브랜드의 플래그십

럭셔리 EV 세단의 기준 선언, EQS

동력원의 첨단화라는 이슈를 고급차의 새로운 정의라는 프레임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 EQS의 전략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오너들이 모두 메르세데스 AMG 같은 머신만을 선망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W221 이전의 S 클래스처럼 정숙성과 편의성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차를 그리워하는 고객들도 만만치 않다.

EQS는 바로 그런 성향의 고객들에게 다시 어필하는 한편, 전기차 시대야말로 과거 벤츠가 지향했던 럭셔리 가치를 펼칠 수 있는 시공간임을 역설한다. 최대 350개의 센서와 인공지능을 탑재한 EQC는 차량 주변 환경과 탑승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학습할 수 있고 운전자에게 더 나은 편의를 제공한다.

특히 운전자의 편의와 정서에 기여하는 에너자이징 네이처(ENERGIZING NATURE) 프로그램에는 자연 음향학자인 고든 햄턴(Gordon Hempton)과 협력해 개발한 포레스트 글레이드(Forest Glade), 사운드 오브 씨(Sound of the Sea), 썸머 레인(Summer Rain) 3개의 사운드가 추가된다. 또한 미세먼지는 물론 꽃가루 등도 걸러주는 대형 헤파(HEPA) 필터,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 및 악취를 잡아주는 활성탄 필터가 쾌적한 환경을 만든다.

또한 LG 전자가 공급하는 대형 MBUX 하이퍼스크린은 매끄러운 표면에서 기계식 스위치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아날로그적인 느낌도 전한다. 높은 시인성뿐만 아니라 차량 인테리어 전체와 어울리는 예술성이 무기다.

모델 S, 충성도의 힘은 인테리어에도?

모델 S는 이미 지지층이 견고하다. 테슬라의 양산차로서는 그 역사가 가장 길고 유명인들의 내돈내산인증도 잇따랐다. 모델 S의 인테리어는 언뜻 다른 브랜드의 럭셔리 세단에 비해 휑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걸 휑함이 아닌 간결함으로 느낄 이들이 바로 테슬라의 최고 고객들이다. 여기에 테슬라는 2021년 업데이트를 통해 마치 항공기 조종간 혹은 게임기를 연상케 하는 스티어링휠과 가로본능이 적용된 17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또한 리어 디스플레이는 1열 센터콘솔 뒷면에 들어갔다.

프리미엄 커넥티비티 역시 테슬라의 강점이다. 구입 시 1년간 제공되는 차량 내 인터넷, 비디오 스트리밍 등은 어찌 됐든 테슬라가 이 영역에서의 선구자임을 강조한다. ‘Netflix and Chill?(‘라면 먹고 갈래?’의 미국 버전)’가 가능한 세단인 것이다.

크게 강조되지 않을 뿐 테슬라의 가죽 시트도 고급스러움에서 그리 빠지지는 않는다. 헤파 필터도 적용돼 있다. 전기차의 NVH 특성에 맞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반 22 스피커 오디오 시스템도 적용된다.

3단계 자율주행,
차만이 아닌 사회의 교감이 과제

독일에서는 가능한 레벨 3, 드라이브 파일럿

메르세데스 벤츠의 ADAS 시스템은 홍보의 비중이 낮았을 뿐 완성도가 높은 시스템이다. 국내 출시된 차종의 상위급 트림에서 경험할 수 있는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의 거리 조절 기능과 조향 보조의 정확성 및 안정성, 대처의 신속성 등은 신뢰도가 높고 편리하다.

독일에서는 EQS에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3 자율주행인 드라이브파일럿(Drive Pilot) 기능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체 상황에서도 최대 60km/h의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SAE 기준 레벨 4에 해당하는 인텔리전트 파크 파일럿(INTELLIGENT PARK PILOT) 기능도 탑재됐다. 이는 일정 조건이 충족됐을 때를 기준으로, 무인 주차 및 출차도 가능하다.

더 개선된 900만 원짜리 옵션,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

테슬라의 주요 전자 제어 기능들은 구입 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것이 매력이다. EQS 소개와 함께 공개된 기능들은 이미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에 거의 적용돼 있는 것들이었다. 다만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은, 차로를 밟으면 경고와 함께 원래 차로로 복귀하는 타사의 ADAS와는 달리 해당 기능이 해제돼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아쉽다. 지향하는 센서의 특성 차이라고는 해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실 레벨 3 자율주행의 경우에는 제조사의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능이 도로에서 구현됐을 때의 다양한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의 마련이 먼저여야 한다. 지금 단계에선 완전 자율 주행 기능을 개발한다 해도 특정 제조사 차량만 해당 허가를 받아 완전 자율주행을 시도하는 건 불가능하다. 천하의 일론 머스크도 제 팔꿈치는 남이 핥아줘야 하는 법이다.

메르세데스 EQEQS2021년 내 한국 시장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580 4매틱+은 영국 기준 11 5,000 파운드( 1 7,800만 원 선)이다. 이를 통해 국내 출시 가격을 어림잡자면 2억 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모델 S의 플레이드+에 별도 색상과 휠, 인테리어,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 등 유가 옵션을 모두 추가한 가격은 2 1,140 5,000 (홈페이지 예상 절감비용 적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