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자동차 제조사가 원 오프 모델을 제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오너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와 로열티를 높이는 수단이기도 하고, 완성도 높은 콘셉트카의 성격으로서 자사의 기술력도 과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차들은 아무나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콘텐츠에서는 돈이 있다고 해서 절대 가질 수 없는 자동차들을 모아 봤다. 흔히 잘 알려져 있는 원 오프 모델보다는 덜 알려져 있는 모델을 중심으로 한다.
BMW 역사상 가장 빠른 SUV, BMW X5 LM
BMW에도 정말 희귀한 자동차가 있다. 바로 BMW의 대표 SUV인 X5 V12이다. 이 차의 정식 이름은 BMW E53 X5 LM이며 2000년에 공개됐다. 콘셉트카가 아닌 BMW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나온 원–오프 모델이다. X5 LM에 들어간 엔진은 맥라렌 F1에 들어간 6.1리터 V12엔진, S70/2을 개량한 6.0리터 V12 S70/3엔진으로 1999년 BMW 르망 24시 출전 레이싱카인 BMW V12 LM에 탑재되기도 했다.
BMW X5 LM의 외관은 공기 흡입구 몇 개가 추가 됐을 뿐 일반 BMW E53 X5와 큰 차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실내도 경량화를 위해 1열과 2열 모두 버킷시트가 적용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동일하다. 대신 BMW X5 LM의 파워트레인은 6.0리터 V12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가 결합해 최고출력이 700ps, 최대토크는 73.4kg·m으로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4.6초면 충분했고 최고속도는 약 300km/h로 당시 세상에서 가장 빠른 SUV였다. 이는 현재 판매중인 BMW G05 X5 M 보다 강력한 퍼포먼스다.
또한 심지어 뉘르부르크링을 7분 50초만에 완주했다. 물론 X5 LM은 양산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식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BMW에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비운의 자동차가 하나 더 있다. 바로 E31 M8이다. E31 M8은 맥라렌 F1에 들어간 6.1리터 V12엔진을 탑재했으며, 최고출력은 549ps, 최대토크는 50.9kg·m로 당시로는 매우 강력한 성능을 발휘 했지만 BMW 내부 사정으로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 못했다.
영국 비밀요원을 위한 롤스로이스 팬텀 쿠페 9.0리터 V16
롤스로이스라고 하면 하이엔드 끝판왕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왠지 고성능이나 빠른 자동차와 거리가 매우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롤스로이스에서도 엄청난 퍼포먼스의 9.0리터 V16엔진을 제작한 바 있다. 심지어 이 엔진은 퍼포먼스도 매우 우수했다. 최고출력은 770ps에 달했으며, 최대토크는 152.1kg·m인 무시무시한 성능이었다.
이 엔진은 2004년 공개한 롤스로이스 100EX 콘셉트카를 통해 공개됐다. 참고로 100EX은 2008년 롤스로이스 팬텀 쿠페로 출시됐지만 양산형에는 환경규제 때문에 9.0리터 V16 엔진 대신 6.75리터 V12엔진이 탑재됐다.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한 이 엔진은 어떤 돈 많은 어느 배우의 요청으로 영화를 통해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있었다.
그 배우는 다름아닌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슨이고 롤스로이스 팬텀 V16이 출연한 영화는 ‘쟈니 잉글리시 2 네버다이’다. 이 영화는 007 시리즈를 패러디한 영화로 로완 앳킨슨이 제임스 본드 같은 영국 첩보 요원으로 나온다. 그리고 롤스로이스 팬텀 V16은 007 시리즈의 본드카 같은 역할로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이 차에 대해 ‘9.0리터 V16 엔진이 탑재되어 바람처럼 빠르고 조용하다.’ 라고 소개한다. 또한 영화 속 설정이지만 롤스로이스 보닛에 있는 환희의 여신상에서 레이저도 나온다. 영화 자체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지만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롤스로이스 V16을 실물로 볼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영화다.
전설의 디젤 엔진 미드십 슈퍼카 아우디 R8 V12 TDI
아우디는 독일 3사 중 디젤 엔진 기술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DTM, 르망 24 등 각종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레이스에서 항상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또한 한창 아우디가 디젤 엔진으로 잘 나갈 당시에 무려 6.0리터 V12 디젤 엔진을 만들어냈다. 대형 트럭에 탑재되는 디젤 엔진도 배기량은 높아도 8기통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12기통 디젤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이 엔진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르망 24시 출전 레이싱카 아우디 R10 TDI에 들어갔던 최고출력 650ps의 5.5리터 V12 TDI를 살짝 손봐서 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07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아우디의 슈퍼카 R8의 디젤 버전 콘셉트에 장착돼 세상에 공개됐다. 이 아우디 R8 V12 TDI는 정말 보기 드문 디젤 슈퍼카였다. 성능을 간략히 살펴보면 6.0리터 V12 TDI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가 조합으로 최고출력이 500ps, 최대토크는 102kg·m에 달했다. 또한 디젤 엔진답게 1,750rpm에서부터 최대 토크가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 시간은 4.2초 최고속력은 300km/h에 달했다.
지금 슈퍼카의 기준으로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성능이다. 그러나 아우디 R8 V12 TDI는 양산 직전까지 들어갔지만 환경 규제를 충족하지 못했으며, 동급 차종대비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물론 이 엔진은 없어지지 않고 나중에 아우디 Q7에 탑재된다. 그러나 아우디 Q7 V12 TDI도 환경 규제 문제로 금방 단종 됐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매물을 찾기 힘든 엔진이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그런 대중적이고 많이 알려진 원 오프 모델이 아닌 기억 저편에 있는 마이너한 원 오프 자동차들 위주로 소개했다. 이미 대중적이고 원 오프 모델은 이미 다른 콘텐츠를 통해 많이 소개됐고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콘텐츠를 제작할 의미가 없다. 그래서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콘텐츠를 보고 이런 자동차도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글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