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한국 드라마들의 극적 완성도가 높아지고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서도 호평을 얻으면서 드라마 PPL의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2~3년간 한국 드라마 콘텐츠에서 잘 나가는 배우만큼 자주 등장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볼보 이야기다. 제작 편수나 규모 면에서 압도적으로 선두를달리고 있는 볼보의 드라마 PPL, 과연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또 거두고 있는지 짚어 보았다.
PPL이 왜 불편해?
시대 감각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오브제
PPL(Product Placement) 혹은 제품 간접 노출 광고가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특별하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거나 지나치게 ‘물주’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라는 이유다.
하지만 콘텐츠 특히 시각 예술 작품에서 극적 환경의 완성도 구현, 캐릭터 분위기의 전달 수단으로서 필요한 오브제들은 있다. 그 오브제들이 시대의 산물이라면, 극 속에서는 당연히 동시대의 감각을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이런 장치들을 모두 구입해서 쓰려면 제작비가 어마어마해진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1950년대부터 이러한 오브제들의 효율적 조달을 위해 조직화된 PPL을 시도했고 발전시켜왔다. 컨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비용을 줄여 주고,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보다 고객들의 정서와 감성에 강렬하게 다가가게 해주는 고마운 기회다.
사실 최근에는 PPL에 대한 불편 논란은 조금 줄어들어 있다. 과거에 이를 불편하게 생각한 이들이 많았던 건, 당시만 해도 스토리의 각 장면에서 제품의 상징성을 어떤 식으로 녹여넣을지에 대한 이해가 부재한 까닭이었다. 제작자와 브랜드 모두의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 수 년 사이 한국 드라마들의 완성도는, 해외 콘텐츠 플랫폼을 소비하며 높아진 유저들의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몰라보게 높아졌다. 새로운 감각을 지닌 제작자와 작가들은 PPL로 등장하는 제품의 브랜드 성격과 스토리 그리고 시각적 분위기를 연결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물론 각 브랜드의 홍보 기법도 이와 함께 진화했다. 자기 브랜드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극과 매치시키는 방향을 알고 있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 덕분이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tvN <마인>
tvN의 드라마들은 최근 5년 동안 신작을 기다리게 하는 힘이 있다. 케이블 방송의 조금 더 자유로운 상상력 발휘 조건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은 부수적으로,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트렌디한 이슈와 잘 반죽해 그럴 듯하게 익혀낸다. 멜로부터 누아르, 싸이코드라마, 스릴러까지 틀도 다양하다.
그 가운데 지난 5월 8일에 시작한 16부작 드라마 <마인>은 단연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자 문제작이라 할 만하다. 이 드라마의 큰 줄거리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 권력 집단의 상징인 ‘재벌가’에서, 여성 주인공들이 종속되는 타자이기를 거부하고 자신을 찾아나간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동성애, 출산의 모성과 양육의 모성, 물질에 의해 뒤틀린 인간의 본성 등 무거운 테마들의 화학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흥행에 있어 주인공 배우들의 힘은 무엇보다 돋보인다. 어두운 인간 내면을 잘 연기하는 배우 김서형은 국내 최대 재벌가 ‘효원’의 맏며느리 정서현 역을, 밝고 아름다운 이미지에서 필요에 따라 독기도 품을 수 있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 주는 이보영은 둘째 며느리이자 스토리라인을 끌고 가는 핵심 인물인 서희수 역을맡아 열연하고 있다. 처음에는 서희수의 대적자였지만 극의 중반 이후로 갈수록 서희수와 힘을 모아갈 것으로 보이는 하준(아역배우 정현준 분)의 생모 이혜진(옥자연분), 피도 섞이지 않은 효원가의 서자로 컴플렉스와 욕망이 얽혀 괴물이 된 한지용(이현욱 분)도 90분 내내 시청자를 드라마에 가둬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