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매력을 판별하는 요소는 디자인, 동력 성능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소리를 빼놓을 수 없다. 아직 많은 이들이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을 선호하는 이유도 바로 이 소리 때문이다. 엔진의 소리는 분당 회전수, RPM이 결정한다고 봐도 무관하다. 그래서 이번 콘텐츠에서는 양산차 중 분당 엔진 회전수가 높은 차량 6대를 소개한다.
포르쉐 918 스파이더 – 9,150rpm
2013년 출시한 포르쉐의 하이브리드 슈퍼카, 918 스파이더는 V10 엔진이 들어간 포르쉐 카레라 GT의 후속 모델이다. 하이브리드답게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608ps를 발휘하는 4.6리터 V8 엔진과 290ps의 최대출력을 내는 2개의 모터가 결합되어 총 906ps의 합산 출력을 낸다. 참고로 이 엔진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아메리칸 르망 시리즈에서 활약한 포르쉐 RS 스파이더의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내구성이 검증됐으며, 9,150rpm의 최고 엔진 회전수를 자랑한다.
또한 포르쉐 918 스파이더는 포르쉐의 자랑인 7단 PDK 변속기와 결합되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2.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현재 내연기관 슈퍼카들 중 가장 빠른 가속 능력이다. 포르쉐 918 스파이더 보다 더 가속이 빠른 차는 리막 네베라나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등 고성능 전기차밖에 없다.
페라리 라페라리 – 9,250rpm
페라리 라페라리는 2013년에 출시한 엔조 페라리의 후속으로 앞서 언급한 포르쉐 918 스파이더와 라이벌격 이다. 또한 페라리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800ps를 발휘하는 6.3리터 V12 가솔린 엔진과 HY-KERS 시스템을 사용한 두 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해 무려 963ps이라는 최고출력을 자랑하며 최대 9,250rpm이라는 높은 회전수를 기록한다.
라페라리는 이처럼 강력한 출력을 7단 DCT를 통해 뒷바퀴로 전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3초 이하이며, 최고 속도는 350km/h로 제한되어 있다. 또한 엔진은 페라리의 플래그십에 탑재되는 F140 엔진으로 F12 tdf와 GTC4루쏘 페라리의 트랙전용 차량인 FXX 시리즈의 최고봉인 FXX-K에도 사용된다. 오랜 포뮬러 원 출전으로 자연흡기 내연기관을 제작에 통달한 페라리답게 라페라리의 엔진은 올해의 엔진상을 총 6번 수상하기도 했다.
렉서스 LFA – 9,500rpm
렉서스의 슈퍼카인 LFA는 10년이라는 긴 개발 기간을 거쳐 2010년에 출시되었다. 파워트레인은 4.8리터 V10 엔진과 6단 아이신 변속기가 맞물려 있다. 초기 개발 계획은 알루미늄 차체로 가닥을 잡았지만 도중에 탄소섬유 차체로 변경되었다. 이로 인해 개발기간이 늘어났지만 주행성능은 경쟁 슈퍼카들과 비교해봐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렉서스는 F1 엔진을 제작하던 야마하와 협력하여 LFA의 엔진을 개발하였다. 빠른 스로틀 응답성을 얻기 위해 실린더 헤드에 총 4개의 밸브를 배치하고 흡·배기 모두 가변 밸브 타이밍을 탑재했다. 또한 각 실린더 당 1개의 스로틀 밸브를 할당하여 총 10개의 독립식 스로틀 밸브를 가지고 있으며 좌우 실린더 헤드는 각각의 ECU로 제어된다. 이로 인해 LFA 엔진의 최전수는 0.6초라는 매우 짧은 시간 안에 9,000rpm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엔진 최대 회전 수는 9,500rpm에 이른다.
애스턴마틴 발키리 – 10,500rpm
애스턴마틴 발키리는 2017년 공개된 하이브리드 하이퍼카다. 발키리는 이게 정말 공도에서 주행할 수 있나? 의심 될 정도로 공기역학적인 차체가 특징이다. 특히 공력 성능을 위해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적용하거나 벤츄리 효과를 노린 언더플로우 덕분에 최대 1,814kg의 다운포스를 발휘할 수 있다. 또한 독특한 차체만큼 엔진도 매우 특별하다.
애스턴마틴 발키리의 6.5리터 V12 엔진은 모터스포츠 엔진 명가 코스워스가 제작했으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 슈퍼카의 최고봉인 리막에서 제작했다. 엔진의 경우 코스워스가 그 동안 쌓아온 F1 지식의 결정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부품들을 단조로 제작해 경량화와 강성을 모두 확보했으며, 최고출력이 1,014ps에 달한다. 참고로 이는 현존하는 자연흡기 엔진 중 가장 높은 출력이다. 또한 자연흡기 엔진이기 때문에 회전수도 10,500rpm으로 매우 높다.
아리엘 아톰 V8 500 – 10,600rpm
영국의 수제 스포츠카 제조사 아리엘은 경량 스포츠카 장르의 끝판왕이다. 사실 아리엘의 자동차들은 경량화를 추구해 지붕도 없고 프레임이 그대로 드러나있어 바퀴 4개 달린 모터사이클이나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배기량이나 출력은 낮지만 가속 능력과 선회능력은 웬만한 하이퍼카 뺨을 후려칠 정도로 빠르다.
특히 아리엘 아톰 V500은 혼다 2.0리터엔진을 고집하던 아리엘 답지 않게 3.0리터 V8엔진을 탑재했다. 물론 이 엔진은 생긴 것과 달리 무게가 90kg으로 가볍다. 덕분에 차량의 공차중량도 550kg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엔진이 보어보다 스트로크가 짧은 숏스트로크 방식을 채택해 최대 10,600rpm까지 엔진 회전이 가능하며, 최고출력은 507ps에 달한다.
GMA T.50 S 니키 라우다 – 12,100rpm
GMA는 고든 머레이 오토모티브(Gordon Murray Automotive)의 약자로 각종 포뮬러 원 머신과 희대의 슈퍼카 맥라렌 F1을 디자인한 고든 머레이가 제작한 자동차 회사다. 지금까지 맥라렌에서 F1의 후속을 자처하는 플래그십 슈퍼카들을 제작했지만 사실상 진짜 후속은 GMA T.50이다. T.50은 고든 머레이의 철학이 전부 담겨 있다. 가볍고 강력하며, 운전석도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참고로 T.50 S 니키 라우다는 트랙 전용 머신이다.
T.50 S 니키 라우다는 1970년대 F1머신들처럼 에어로다이나믹 팬이 장착되어 있으며, 공력성능을 극대화해 최대 1,500kg의 다운포스를 발휘한다. 그리고 공차중량은 고작 852kg 밖에 되지 않는다. 파워트레인은 코스워스에서 제작한 3.9리터 V12 엔진이 장착된다. 이 엔진은 사실상 F1 머신에 들어가는 엔진과 동일한 스팩을 지녔다. 최고출력이 711ps에 달하고 최대 12,100rpm까지 회전이 가능하다.
F1도 랠리도 마찬가지로 엔진 규격이 다운사이징 및 전동화 되면서 더 이상 고음역대의 엔진 소리를 들을 수가 없게 됐다. 그리고 양산형 자동차 시장도 내연기관 보다 전기차에 더 집중하면서 더 이상 좋은 소리를 내는 고회전 엔진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동차의 매력은 빠르게 달리는 데도있지만 엔진음을 듣는 맛도 크다. 전기차가 아무리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소리라는 맛은 절대 전기차에서 볼 수 없는 맛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내연기관을 찾고 사랑한다.
글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