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가주 레이싱, 폭우 뚫고 원투 피니시로 르망 24h 4연패!

현지 시간으로 8월 22일, 프랑스의 르망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FIA 세계내구선수권대회(WEC) 4차전 르망 24시간 결승 레이스에서 토요타 가주 레이싱 (TOYOTA GAZOO Racing, 이하 TGR) GR010 HYBRID 2대가 1,2위를 차지하며, 르망 24시간 레이스 4연패, 그리고하이퍼카클래스 최초로 우승을 거두었다.

드라이버와 차량 진용은 마이크 콘웨이, 코바야시 카무이, 호세 마리아 로페스 3명이 운전한 GR010 HYBRID 7호차, 지난해 우승팀인 세바스찬 부에미, 나카지마 카즈키, 브렌든 하틀리의 GR010 HYBRID 8호차였다. 콘웨이·카무이·로페스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 왔지만 르망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구단주인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어도 여러분들이 르망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이 차량의 탓인 것만 같아 미안했다”며 “이제야 잃어버린 것을 찾았다”고 축하를 건넸다. 

레이스는 폭우 속에서 시작됐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건 라 사르트에서 예삿일이었지만,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더욱 드라마틱했다. 7호차는 말 그대로 폴 투 윈을 달성했으나 부에미·카즈키·하틀리의 8호차는 포메이션랩 직후 글리켄하우스 레이싱의 708호 차량(루이스 펠리페 델라니, 프랭크 마일, 올리비에 플라)과 충돌하면서 최하위로 처지기도 했다. 

심지어 6시간 정도를 남긴 오전 10시 경, 8호차의 연료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주유를 해도 예상했던 랩을 다 돌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 뒤따르던 알피느팀(ALPINE ELF MAMUT)의 36호 차량과 4랩 정도의 간격이 있었다. 팀은 주유 간격을 짧게 하는 전략으로 순위를 지켜낼 수 있었다. 결국 브렌든 하틀리는 “매년 르망에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만 사고 이후부터 계속 선두를 쫓아 원투 피니쉬를 완성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라며 감격을 전할 정도였다. 

우승을 달성한 7호차도 순탄한 경기를 펼친 것은 아니었다. 두 번에 걸친 펑쳐가 있었고 8호 차량과 마찬가지로 연료 계통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8호차와 마찬가지로 짧은 주유 간격과 긴밀한 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우승 드라이버 중 한 명인 코바야시 카무이에게 “문제 없이 샴페인을 잘 땄다”며 “샴페인 따는 법을 잊어버리기 전에 우승 가능한 차를 준비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애정 어린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코바야시 카무이는 토요타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세계적인 레벨에 올라선 드라이버다. 포뮬러 원에서 철수하기 전 머신의 시트에 앉았던 바 있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대신 WEC에 와서는 비교적 우수한 성적을 내 오고 있다. “마지막 7시간은 사력을 다해 싸워야 했다”고 경기를 돌아본 카무이는 올바른 판단으로 이끌어준 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호세 마리아 로페스는 “마이크와 카무이는 나와 형제 같은 존재”라며 동료애를 과시했다. 또한 그는 “그들은 한번 레이스 카를 타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며 이번 우승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또한 일본과 독일 쾰른의 가주 레이싱 엔지니어들에게도 영광을 돌린다고 전했다. 

한편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찾아오는 인기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르망 24h에는 손흥민이 골을 넣은 축구 경기, 만원 관중의 포뮬러 원 대회처럼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물론 마스크를 하고 있는 관객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도 자유롭게 섞여서 관람했다. 프랑스의 백신 접종 비율은 55% 수준이고 확진자 수는 1만 7,000명이 넘는다. 

그러나 매일 완치되는 환자의 수도 5,100명에 달하며 치명률은 1.7%다. 라 사르트 지역의 상주 인구는 약 6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데, WEC 르망 24h 대회 때의 방문객은 수 배에 달한다. 그래서 이 대회는 ‘한 해 농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은 경제적인 피해가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넘어서는 상황을 직시하고 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그러한 방향은 이번 르망 대회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확진자 중심의 방역, 일상의 축소, 경제의 마비를 부르는 행정이 얼마만큼의 득이 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