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100년을 위한 조용한 비행, 100주년 맞은 링컨

200년이 채 안 되는 자동차 산업은 현재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전기로의 동력원 변화 때문이죠이는 단순한 변화가 아닙니다철저히 화석연료 특히 석유에 기댄 산업 혁명 이후 인류 문명의 본질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00년을 이어온 자동차 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 있습니다. 이럴수록 더 멀리 볼 수 있는 쪽이 승자입니다. 2022년 2월 4일로 링컨이 포드와 함께 한 지 100년이 됐습니다. 

에드셀 포드의 가장 잘 한 일

포드 모터 컴퍼니의 창업주 헨리 포드의 외아들인 에드셀 포드는 어려서부터 부친의 일을 도왔습니다누구도 그가 대를 잇지 않을 거라곤 생각하진 않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죠업적을 보면 부친의 뒤를 이어 회사의 기틀을 다진 무난한 경영자였습니다. 그러나 실수도 많았습니다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런칭했다가 3년만에 350만 달러를 말아먹었습니다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24억 달러이니 대략 2조 8,700억 원에 달하는 돈입니다.


다음 100년을 위한 조용한 비행, 100주년 맞은 링컨
에드셀·엘레노어 포드 부부

하지만 이런 실수에도, 포드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만들었다는 그의 업적은 지울 수 없습니다링컨이라는 브랜드를 800만 달러에 포드 브랜드로 편입시킨 것도 그의 작품이었습니다. 링컨과 포드의 친분은 1차 세계대전 당시부터로 볼 수 있습니다. 링컨이 항공기용 V12 엔진을 미 공군에 납품했는데 그 실린더를 포드 공장에서 생산하면서 두 회사 사이엔 친분을 넘어 교감할 수 있는 영역이 커졌습니다에드셀 포드는 부친을 적극 설득했고, 결국 링컨은 포드의 식구가 됐습니다그게 1922년 2월 4일이었습니다


다음 100년을 위한 조용한 비행, 100주년 맞은 링컨
1930년대 링컨 제퍼. 이젠 진짜 중국 전용 전기차가 됐습니다

다음 100년을 위한 조용한 비행, 100주년 맞은 링컨
1940년대 링컨 컨티넨탈

사실 자동차 역사 초기에 태어났던 브랜드들이 1970년대 에너지 파동일본 브랜드의 약진 등에 밀리면서 힘들어하다 다른 브랜드에 인수되어 연명하고 역사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그러나 링컨은 피인수 브랜드임에도초창기부터 포드가 할 수 없는 럭셔리 스타일의 차량을 만들어줄 브랜드로 가능성을 낙점받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링컨 브랜드가 맞이한 100년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럭셔리를 넘어 노블함미국 부자의 아이콘

링컨은 상당히 오랫동안경쟁브랜드인 캐딜락과 미국식 럭셔리카 시장을 양분해왔습니다아닌 게 아니라 두 브랜드의 창업주 중 한 사람은 헨리 마틴 릴랜드(Henry Martyn Leland)라는 동일인이기도 합니다

유럽 브랜드들이 어떻게 하면 연료를 조금 적게 쓰고 조금 더 빨리 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것에 비해 링컨은 요즘 말로 하차감에 주목했습니다그래서 좋게 말하면 클래식나쁘게 말하면 그 당시에도 다소 올드한(outdated) 스타일에 집착했습니다. 1930년대 링컨 제퍼(Zephyr)의 중앙 개폐식 코치도어는 1950년대를 바라보는 시점까지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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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링컨 컨티넨탈

링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 컨티넨탈은 1950~60년대 미국 자동차 문화의 과시적이고 낙천적이기 까지한 관점을 반영한 차였습니다스트레치 리무진컨버터블 등스타일 보면 바로 소리 나오는 차들이죠물론 에너지 파동 미국 내의 안전 법령 개정 등의 이유로 1970년대 이후에는 디자인의 스케일이 줄어들었으나 3박스 형태가 명확한 구조와 묵직한 주행 감각은 미국 백인 상류층의 여유를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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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링컨 컨티넨탈 80주년 기념 차종. 코치 도어가 적용됐습니다
링컨의 기사회생, SUV 라인업 

그러나 링컨은 2000년대 들어오며 급격히 세가 위축됩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전 제조사들이 고효율과 고성능의 접점을 찾아가는 한편 새로운 스타일링으로 럭셔리를 재정의해갔는데, 미국의 젊은 부자들도 그런 트렌드를 따르기 시작했죠. 더 이상 클래시컬한 멋이 통하지 않게 된 겁니다. 그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광고가 2014년의 A6 광고였죠. 모터사이클을 탄 경찰 기동대가 A6를 경호하며 달려갔는데, 정작 경호를 기다리고 있던 요인은 다른 곳에서 ‘왜 아직 안 오나?’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중후한 요인이 경호팀을 기다리며 타고 있던 차가 링컨 3세대 타운카로 추정되는 차였습니다. 의전용으로 많이 사용됐던 시그니처 리무진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 100년을 위한 조용한 비행, 100주년 맞은 링컨
1991년형 링컨 타운카

시대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한 링컨을 기사회생시킨 것은 바로 SUV 라인업이었습니다물론 원래도 SUV 라인업이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그러나 2000년대 초반 1세대 에비에이터도 머큐리 마운티어의 레이블 갈이 정도였고 그나마 내비게이터 정도가 체면치레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물론 MK로 라인업을 개편한 이후 MKX(노틸러스의 전신)를 선보이기도 했는데링컨만의 브랜드 철학이 녹아든 SUV라곤 할 수 없었죠지금 보면 이 당시 내비게이터에비에이터, MKX는 네이밍은 물론 디자인까지 장르적인 통일성이라곤 찾아볼 순 없었습니다.

링컨 SUV가 힘을 얻게 된 것은 포드 전체가 SUV 중심으로 전환한 것과 무관치 않지만 SUV로 인한 효과가 드라마틱했던 건 링컨 쪽이었습니다. 포드는 영화 <쥬라기공원> 1편에 나왔던 익스플로러부터 SUV 라인업의 전통이 꽤 탄탄했지만 링컨은 세단이 근간인 브랜드였기 때문이죠. 2019년 무렵 링컨 브랜드는 그야말로 기사회생급의 역전 드라마를 쓰는데, 거기 기여한 게 2세대 에비에이터였습니다.


다음 100년을 위한 조용한 비행, 100주년 맞은 링컨
한국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2세대 링컨 에비에이터

에비에이터를 포함한 링컨의 SUV들은 고유한 헤리티지를 첨단화하고 파워트레인에 있어서는 개선을 가했습니다. 드라마틱한 계기판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아름답고 편안한 시트 디자인, 그리고 디트로이트 오케스트라가 디자인한 6가지 차임(chime)은 과거 링컨이 추구했던 우아함과 실용성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결과입니다. 오디오 시스템은 어떤 브랜드에서도 쉽게 듣기 힘든 균형 감각을 제시합니다. 이런 요소가 결합돼 지상에서 항공기 비즈니스석 이상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콰이어트 플라이트(Quiet Flight)’의 가치를 전합니다.

2018년에 공개해 2021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SUV 라인업의 플래그십이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쌍벽을 이루는 내비게이터는 링컨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의하는 한편 30-Way 퍼펙트 포지션 시트 등 압도적인 편의 사양을 자랑합니다. 2021년에는 올해는 엑티브글라이드 (ActiveGlide) 핸즈프리 운전자 지원 기술을 포함한 새로운 최첨단 기능을 적용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됐는데, 국내에도 곧 출시 예정입니다. 유럽 브랜드들이 모든 SUV를 서킷용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 났을 때 링컨은 정반대의 길을 택한 것이죠.

이런 사양과 출력을 모두 갖춘 차를 유럽 브랜드에서 찾으려면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죠.파워트레인 다양화도 한몫 했습니다. 배기량 당 토크와 출력이 우수한 트윈터보 3.0리터, 3.5리터급 에코부스트 엔진과 3.0리터급 엔진에 결합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각기, 440hp(446ps), 400hp(405ps), 495hp(501ps)의 최고 출력을 발휘합니다. 이런 사양과 출력을 모두 갖춘 차를 유럽 브랜드에서 찾으려면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