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 비해서는 유가가 약간 낮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데도, 집 근처 주유소의 가솔린 가격은 리터 당 2,000원을 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석유 수요량은 일정하고 완만하게 우상향해왔으며 역병, 기근, 전쟁과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급변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참고로 이 세 가지 재난을 ‘삼재(三災)’라고 하죠.
다행히 자동차 제조사들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비롯해 치솟는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비용에 대비하기 위한 치열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됐던 수소 엔진 차량의 양산화를 한층 앞당겼습니다. 물론 찬반의 의견은 있습니다. 과연 수소를 연료전지가 아닌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가능성으로 다가와 있으며, 그것이 필요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일반휘발유
리터당 2,000원의 현실에 반영된 글로벌 경제 상황 |
자동차 연료유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2021년 상반기가 끝날 무렵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국제 유가는 2021년 하반기부터 올랐는데, COVID-19의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 가능성과 북반구의 겨울이 겹쳤다는 점 등이 복합적인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그리고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는 전쟁이 유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죠.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포함 세계 3대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원유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조치까지 내놓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유럽 국가들의 연료 부족 공포를 심화시키면서 원유를 사들이자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되겠지만 단기적으로 각 국가는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압박과 경기 둔화의 이중고 즉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혹자들은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장기적으로는 큰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희망찬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영국의 BP가 대표적인데, 2020년, 여러 국제 기구나 다른 정유사들이 2040년 1일 전세계 석유 소비량을 1억 배럴로 본 것과 달리 BP는 약 6,700만 배럴로 예측했습니다. 회사 명칭의 의미를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에서 ‘비욘드 페트롤리엄(Beyond Petroleum)’으로 바꾸고 다가오는 대체 에너지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만큼, 순수한 데이터 기반의 예측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왕복 엔진 고집은 퇴보다?”
에너지 패권 전쟁과 이동성의 총 비용 문제 |
사실 BP의 예측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습니다. 특히 각 자동차 제조사들이 2030년에서 2050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 판매 차종 전부를 전동화하겠다는 ‘공약’에 대한 신뢰랄까요? 실제로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 10~80% 충전 시간, 충전 인프라 등 전기차 활용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이 소비자들에게 편리하게 개선돼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런 와중에 각 제조사들이 수소를 직접 연료처럼 연소실에 분사하는 기존 왕복 엔진(reciprotating engine) 아키텍처를 다시 들고 나오는 데 대해 거부감의 목소리가 큽니다. 특히 일본 제조사에 대해 반감이 큰 유저들은 ‘철 지난 하이브리드에 매진하다가 전기차 전환 시기를 놓쳐 겨우 선택한 고육지책’이라며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기차는 과연 왕복운동 엔진을 모두 폐기해버릴 만큼 강력한 대체재일까요? 2040년까지 세계의 자동차는 20억 대에 달할 것으로 예견되는데,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3억 3,000만 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억 8,000만 대 정도로 봅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그 때까지도 주된 것은 엔진을 적용한 자동차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전기차의 전기는 발전의 방법만 있다면 거의 모든 것들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지질학적 우연의 산물인 화석 연료보다 미래를 맡기기에 상대적으로 미더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를 만들어내고 공급, 소비에 달하는 과정의 비용은 복잡한 변수를 통해 산출됩니다.
에너지 관련 리포트나 정책 관련 의사 결정을 쉽게 하기 위한 발전 비용 단순화 모델 중 자주 언급되는 것이 에너지 균등화 비용(LCOE)입니다. 총자본 비용(Capex), 운영 유지 비용(Opex), 연료 비용(Fuel), 해체 비용(D), 이자율(i), 발전량(Qt), 여기에 탄소 비용(Carbon)을 적용한 수치인데, 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는 IEA가 사용하는 대표적 지표로, 추후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될 경우의 비용까지 추가로 고려한 것입니다. LCOE는 통상 메가와트당 달러(USD/MWh)로 계산되는데, 이를 에너지원별로 살펴 보면 원자력이 가장 낮고 주거용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비용은 각 국가별 지형, 기후 및 제반 기술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요. 중간값을 기준으로 했을 때, 확실히 그 차이는 큽니다. 예컨대 유럽에서는 해상 풍력이 55USD/MWh로 가장 낮은 LCOE를, 해상 풍력이 가장 높은 90USD/MWh의 LCOE를 보입니다. 일본은 원자력이 87USD/MWh로 가장 낮은 LCOE를, 해상 풍력이 200USD/MWh로 가장 높은 LCOE를 보이는데 세계에서 단가가 가장 비쌉니다. 반대로 에너지 면에서도 축복받은 미국은 해상 풍력이 39USD/MWh이고 석탄이 110USD/MWh입니다.
이러한 수치들은,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국가별로 그것이 주류가 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런 차이는 전기차 기술이 엔진만큼 단기간에 국가 간의 표준화를 이뤄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물론 IEA가 기존 석유 및 원자력 등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는 기관이긴 합니다만, 최근 들어 상당히 환경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보이고 있음에도 이러한 계산이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유럽이 저탄소 시대로의 이행에 원자력을 중요한 키워드로 꼽은 것도 LCOE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소, 정말 석유처럼 엔진에 쓸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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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엔진에 휘발유나 디젤을 대신해 바로 분사하거나 혹은 석유 연료와 혼합하여 연소하는 일반 왕복 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기술을 넘어 생존 문제입니다. 왕복 엔진의 대안으로 고려되는 프리 피스톤 타입은 폭발력을 상하 왕복 운동으로 한 번 전환하는 단계 없이 바로 회전력으로 사용해, 구조가 간단하고 효율이 높지만 아직 고출력을 구현하는 데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2021년 이스라엘의 아쿠아리우스 엔진이 선보인 초경량 선형 프리 피스톤 수소 엔진은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왕복형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것은 기존 제조사들이 견고하게 갖춘 왕복엔진 기반 생산 라인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실제로 전동화 선언을 한 제조사들조차도 어떻게 하면 기존 엔진 차 생산 라인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차의 생산 라인 구축 비용을 최소화할지 고민했습니다. 마일드하이브리드가 그러한 고민이 반영된 대표적 결과물이며, 그 외에 볼보의 SPA, 스텔란티스 내 구 PSA 그룹의 CMP 등의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연기관에 수소를 공급한다는 개념은 19세기부터 고안 및 연구됐습니다. 자동차에 적용된 연구로는 1970년대였죠. 원리 자체는 가스 엔진과 비슷하지만 수소라는 기체 특유의 속성 때문에 적용이 쉽지 않았죠. 2000년대 오면 BMW가 이를 상당 수준까지 양산화했습니다. 2000년에 15대 한정으로 공개된 BMW의 750hl은 5.4리터 V12 타입의 수소, 가솔린 혼소 엔진을 적용했습니다. 참고로 수소는 액체 상태였습니다. 물론 퍼포먼스가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터쇼 출품용의 차종으로 한정됐기 때문에 출력은 배기량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204ps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수소라는 기체의 특성이 가진 역설 때문인데, 수소 기체 자체의 폭발 시 열량은 가솔린의 2.7배입니다. 이는 강한 토크를 발휘하기에 유리한 조건이지만, 동시에 실린더의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압력의 지나친 증가는 역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소 희박 분사를 택해야 했는데 정작 혼합기 체적은 가솔린 기반 혼합기의 30% 수준이었습니다. 자연흡기 엔진 가솔린의 효율도 제대로 뽑아낼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결국 750hl은 양산화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그쳐야 했습니다. 또한 수소 탱크의 압력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하는 각종 안전 장치로 인해 공차 중량이 무거웠고 그 역시 고장의 위험을 완전히 없앴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자연흡기, 수소와 함께라면 길티 플레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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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조차도 무려 22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 수소에 대한 연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소 엔진 자체에 대한 연구라기보다 FCEV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수소 탱크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얻게 된 것이죠. 토요타는 야마하와의 협업을 통해서 최근 5.0리터 V8 타입의 100% 수소 엔진을 선보였습니다. 해당 엔진은 렉서스의 RC F, LC에 적용되는 엔진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수소 분사에 맞는 인젝터와 실린더 헤드, 조금 기이하게 생긴 흡기 매니폴드 등을 적용했습니다. 최고 출력은 455ps(6,800rpm), 최대 토크는 55kg∙m(3,600rpm)로 동일한 제원의 가솔린 엔진과 거의 비슷합니다.
사실 각 국가와 제조사의 탄소 저감 정책 및 기술과 관련해 자동차 마니아들은 아쉬워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소멸인데요. 수소 엔진은 바로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토요타와 5.0리터 V8 수소 엔진을 개발한 야마하 연구진은 “가솔린 엔진과 또 다른 수소 엔진만만의 펀 투 드라이브 역량이 있다”며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매력을 갖춘, 여태껏 보지 못한 내연기관을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석유의 유효한 보완재로서의
수소 한국은? |
수소의 생산 비용은 아직 비싼 편입니다. 1kg당 6~8달러 수준이죠. 그러나 이 비용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10년 내 수소 생산 비용을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