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 기술은 꾸준히 발전한다. 그래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차량 관리법이 있다. 달라진 차량 관리법을 알려 드린다.
숫자가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여전히 춥다. 낮은 온도가 차량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다. 타이어 공기압이 줄어 생기는 문제도 있고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내연기관 차는 시동에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거나 예방할 수 있는 차량 관리법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일부 내용은 요즘 차량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배터리 방전. 일단 시동만 걸면 끝?
겨울에는 배터리 방전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데 방전 후 조치 사항에 대한 논란이 많다. 시동만 걸어두면 된다는 의견과 주행까지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생각해 보면 시동만 걸어두면 된다.
과거 차량들은 필요한 전류를 만들기 위해 제너레이터를 사용했다. 반면 최신 차량은 알터네이터가 들어 있다. 차이는 제너레이터는 직류(DC)로 발전을 하지만, 알터네이터는 교류(AC)로 발전을 한 후 직류로 바꿔 배터리에 저장한다. 충전 속도는 알터네이터가 더 빠르다. 기술 발전으로 사용하는 전력량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IBS(Intelligent Battery Sensor)란 것도 생겼다. 배터리 상태를 감지해 충전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로 배터리 수명과 함께 연비도 늘려준다. 알터네이터는 엔진 힘으로 작동하기에 알터네이터가 작동하지 않으면 부하가 줄어 연비가 높아진다.
제너레이터 방식의 차량은 특별한 제어 장치가 없기 때문에 공회전 만으로도 배터리가 충전된다. 반면 알터네이터에 IBS까지 있는 최신 차량은 ECU 로직에 의해 배터리가 충전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충전량이 80% 이하면 충전이 진행되고 그 이상이면 공회전은 물론 주행 상황에서도 충전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배터리 방전 상태라면 충전된다. 다만 차량의 전력 사용 상황에 따라 충전 시간에 차이가 생길 수는 있다.
추운 날 예열은 얼마나?
예열에 민감한 운전자도 많고 오랜 시간 공들여 예열을 하는 운전자도 많다. 엔진 제작 기술이 지금보다 못했고, 연료와 공기를 섞어 집어넣는 카뷰레터 방식의 엔진이라면 맞는 이야기다. 반면 완성형의 내연기관 시대에 만들어진 요즘의 직분사 엔진이라면 예열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건 자동차 제조사가 하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제 내연기관은 물론 하이브리드, 전기차까지 구동 방식도 다양해졌다. 그래서 파워트레인별로 정리했다.
내연기관
내연기관의 내구성은 물론 엔진오일 성능도 향상되었기 때문에 겨울이라 해도 예열을 길게 할 필요는 없다. 엔진오일이 엔진 내부에 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미만이다. 시동을 걸고 천천히 움직이면 냉각수 온도는 자연스레 올라간다. 주차장을 빠져나가거나 큰 도로에 합류하기 전까지 부드럽게 주행하는 것으로도 예열은 충분하다.
다만 정말 추운 날 야외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이라면 RPM이 바로 떨어지지 않는다. 배터리를 충전하고 엔진 내부 온도를 빠르게 올리기 위한 조치다. 이런 경우에도 RPM이 평상시대로 떨어지는 시간 정도라면 예열은 충분하며, 이 시간도 길어야 2~3분 내외다. 오히려 예열을 오래 하면 법적인 문제가 생긴다. 서울시 기준으로 ‘서울특별시 자동차 공회전 제한에 관한 조례’에 따라 공회전은 2분을 초과할 수 없고, 영상 25도 이상이거나 영상 5도 미만인 경우에 한해서만 5분 이내로 허용된다. 이를 위반하면 5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저속에서 배터리 힘으로 움직인다. 이때 엔진이 움직이지 않는다. 전기모터로 주행하다 엔진 시동이 갑자기 걸린다면, 예열 과정 없이 바로 작동하니 엔진에 무리를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 수 있다. 더구나 터보 하이브리드 차량이면 더 걱정된다.
요즘 하이브리드 차량은 엔진이 작동해도 무조건 구동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엔진클러치를 통해 개입여부를 조절한다. 그리고 애초에 엔진 예열이 필요한 경우라면 차량이 알아서 엔진의 시동을 걸어준다. 운전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를 보호한다.
전기차
전기차도 예열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기 전은 아니고 구동 배터리를 충전하기 전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온도가 낮을수록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며 충전 속도도 느려진다. 그래서 겨울과 여름의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충전 소요시간이 다르다. 각 제조사별로 배터리 온도가 낮아져 성능이 떨어지는 겨울을 위해 주행 중 빠르게 충전이 가능한 온도까지 배터리를 데워주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디젤차의 예열 경고등은 어떨까?
연식이 된 디젤차는 충분한 예열이 필요했다. 스파크 플러그로 연료를 폭발시키는 가솔린 엔진과 달리 높은 압력과 온도로 연료를 자연발화 시키는 디젤엔진은 온도가 너무 낮으면 폭발이 제대로 안되어 주행에 문제가 생긴다. 최신 디젤차의 예열 플러그의 성능은 키 온 상태에서 이미 예열이 끝난다. 주행 중 켜질 일이 없는 경고등이지만 주행 중 들어왔다면 정비소를 방문해야 한다. 제조사별로 다르지만 배기가스 관련 장치나 터보차저 쪽 문제를 이 경고등으로 알려주는 차량도 있기 때문이다.
빗길과 눈길은 낮은 타이어 공기압이 좋다?
제목 같은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공기압을 빼면 타이어와 노면의 접지 면적이 넓어진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사륜구동 차량이 바위 위를 주행한다면 맞는 이야기지만 공도 주행은 그렇지 않다. 타이어 공기압이 낮으면 타이어 표면의 물이 제때 빠져나오지 못해 차가 물 위를 미끄러지는 수막현상이 발생한다. 여기서 공기압이 더 낮아지면 고속주행 시 타이어 표면이 물결치는 듯이 변하는 스탠딩 웨이브 현상으로 타이어가 터질 수도 있다.
타이어 공기압은 운전석 B 필러에 안쪽에 붙어 있는 공기압 레벨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답이다. 이 공기압은 모든 상황을 고려해 적정한 수치를 계산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온도에 따른 공기 밀도는 감안할 필요가 없는 걸까? 그럴 필요는 없다. 만약 필요했다면 타이어나 자동차 회사들은 여름 공기압과 겨울 공기압을 구분해 표시해 놓았을 것이다.
겨울에 연료는 가득 채워야 한다
이건 맞는 말이다. 겨울에는 온도 차이 때문에 결로 현상이 생긴다. 추운 곳에서 따뜻한 실내로 들어갈 때 안경에 김이 서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결로 현상은 자동차 연료탱크 안에서도 생긴다. 연료에 수분이 섞이면 좋을 일이 없는데, 연료를 가득 채워 놓으면 결로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연료탱크에 수분이 생겨도 연료라인과 엔진 사이의 연료필터가 수분을 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연료필터 어셈블리 하단에는 모아진 물을 빼낼 수 있는 밸브가 있는 차량도 있다. 일정량의 수분이 모이면 연료 필터의 수분을 제거하는 작업도 필요한데 계기반의 경고등으로 알려주는 차량들도 있다.
글 / 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