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켜지기 쉬운 경고등이 있다. 그것도 무려 6가지나 된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갑자기 켜질 수 있는 경고등과 함께 조치사항을 알아본다. 핵심만 딱 간추리고 요약했다.
최신 차량에는 앞 유리에 속도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한 여러 설정, 길안내 정보까지 보여주는 HUD(Head Up Display)가 있다. 주행 중 시선을 아래 쪽으로 이동시키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또 안전하다. 그래서 신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선택한 차종이 어느 트림에 HUD가 들어가는지, HUD가 포함된 옵션 패키지의 가격을 따진다.
그럼 HUD만 있다면 전통적 위치의 계기판 또는 클러스터는 필요 없을까? 물론 그럴리 없다. 최신 모델 중에는 12인치 크기의 큰 HUD가 달린 차량도 있고 주행 중 다양한 차량 정보를 보여준다. 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안내되어 있다.자동차를 좀 아는 사람들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맞다. 바로 차량의 다양한 장치와 설정을 알려주고 문제를 알려 주는 경고등은 표시되지 않는다. 당연히 지금 소개할 6가지의 경고등도 HUD에 표시되지 않는다. 이게 전통적인 계기판이 필요한 이유다.
눈꽃 경고등
요즘 날씨에는 출근을 위해 차량의 시동을 걸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예쁘게 생긴 경고등이 들어온다. 차량에 따라서는 문자메시지처럼 계기판에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차량도 있다.
눈의 결정 모양이니 눈과 관련된 경고등이란 것은 쉽게 짐작된다. 이 경고등은 노면 결빙주의 경고등이다.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외부온도가 영상 4도 이하일 때 경고등이 켜진다. 왜 영상 4도일까? 외부온도가 영상 4도라도 지열이 없는 교량이나 고가도로 위, 햇볕이 들지 않는 커브길이나 터널 입구 및 출구 등은 눈이 녹지 않았거나 살얼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고등이 켜지면 노면이 미끄러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운전해야 한다.
돼지꼬리 경고등
이번에도 추운 겨울날 시동을 걸기 전 들어올 수 있는 경고등이다. 시동 걸기 전 키 온 상태에서 점등되거나 사라진다. 다만 전기차 및 가솔린 차량은 해당 사항이 없고 디젤차에만 있는 경고등이다.
흔히 돼지꼬리 경고등이라 부르는 이것은 예열 경고등이다. 스파크 플러그의 불꽃으로 연료를 폭발시키는 가솔린 엔진과 달리 높은 압력과 온도로 연료를 자연발화 시키는 디젤엔진은 온도가 너무 낮으면 폭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실린더 내부의 온도를 높여주는 예열 플러그가 있다.
최신 디젤차의 예열 플러그는 성능이 좋아 키 온 상태에서 이미 예열을 끝낸다. 다만 연식이 된 디젤차는 예열을 하라고 알려주기 위해 일정 시간 동안 점등되었다가 사라진다. 이런 차량을 타고 있다면 예열이 끝나 경고등이 꺼지기를 기다린 후 시동을 걸어야 한다. 당연히 주행 중 켜질 일이 없는 경고등인데 달리는 중 들어왔다면 정비소를 방문해야 한다. 제조사별로 다르지만 배기가스 관련 장치나 터보차저 쪽 문제를 이 경고등으로 알려주는 차량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바로 조치가 필요한 빨간색이 아닌 노란색이기에 상태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
텅빈 도로에 전방추돌 경고등
뜬금없이 경고등이 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그런 경우도 있다. 가장 빈번한 것은 눈이 오는 날 전방 추돌 경고등이 들어오는 경우다.
앞 범퍼의 레이더 센서나 카메라에 눈이 쌓이거나 흙탕물이 튀어 오염되는 경우 이물질을 차량으로 인식해 경고등을 띄우는 경우가 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나 비가 온 직후 빗물 때문에 후방 감지 센서가 오류를 일으키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출발 전 쌓인 눈을 제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당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춤추는 자동차 경고등
마치 차가 춤추는 것처럼 보이는 경고등의 이름은 자세제어 장치 경고등이다. 자세제어 장치(제조사에 따라 VDC, ESC, ESP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는 차량의 거동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 개입해 차량의 구동력을 제한해 위험 상황을 벗어나게 해준다. 이 장치가 작동한 경우 경고등이 들어온다. 아울러 위험한 상황이 해결되면 자동으로 꺼진다.
물론 위험한 상황이 아님에도 계속 경고등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관련 장치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또한 버튼이나 설정 화면에서 이 기능을 끈 경우에는 이 기능이 꺼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경고등이 켜진다. 어지간한 경우는 이 장치를 켜놓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장치를 잠시 꺼두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눈이 많이 와서 차량이 계속 미끄러지는 경우, 이 장치는 위험 상황이라 인지하고 차량의 구동력을 의도적으로 제한시킨다. 이렇게 되면 눈길을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이때 장치를 꺼두면 의외로 쉽게 눈길을 탈출 할 수 있다. 물론 상황을 모면하면 꼭 다시 켜줘야 한다.
느끼는(?) 타이어 경고등
타이어 모양 가운데에 느낌표가 있는 경고등이 있다. 이제는 모든 차에 의무적으로 장착되어야 하는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다. 운전자가 설정해 둔 공기압 수치를 감지하거나, 다른 타이어의 공기압과 현저히 차이가 발생한 경우 켜진다.
보통 타이어에 나사나 못이 박혀 미세하게 공기가 새는 경우인데, 겨울에는 낮은 외부 온도에 의해 타이어 내부의 공기의 부피가 줄어들고 공기압의 변화가 생기기 대문에 들어온다. 물론 어떤 경우든 공기압 보충은 필요하다.
차를 세우고 보험사 긴급 출동을 불러도 되지만 차 안에 휴대용 공기 펌프를 비치해두는 것도 좋다. 과거에는 차량의 시거잭에 연결해 사용했지만 이제 자체 배터리로 작동하는 제품도 많다. 천천히 가면 괜찮겠지만 타이어 내부가 손상을 입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냉각수 경고등인데 왜 파란색?
냉각수 경고등은 바로 조치가 필요한 빨간색이다. 하지만 파란색의 냉각수 경고등도 있다. 모든 차량에 있는 경고등은 아니기 때문에 이 경고등을 본 운전자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파란색 냉각수 경고등의 정체는 냉각수 저온 경고등이며, 냉각수 온도가 낮다는 뜻이다. 추운 날씨에 이 경고등이 들어오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엔진 온도가 꾸준히 올라가야 할 상황인데도 경고등이 꺼지지 않는다면 써모스탯(냉각수 온도를 바르게 정상 작동온도까지 올려주는 장치)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요즘 차량은 경고등을 띄우며 운전자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띵~ 소리까지 난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뜨끔해지는 운전자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자동차 경고등은 크게 3가지 색으로 구분되는데, 녹색 또는 파란색 경고등은 작동이나 설정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니 상향등을 제외하면 크게 신경 쓸 것은 없다. 파란색 냉각수 경고등 역시 같은 맥락이다. 노란색 혹은 주황색은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며, 빨간색은 지금 바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이나 고장을 뜻한다.
글 / 고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