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발전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자전거에서 비행기까지 ‘움직이는 모든 것’ 에 대한 연구는 끝이 없다. 그리고 이동수단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사람들 덕분에 공간적 제약은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발전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자전거에 모터를 달아보면 어떨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현실로 실현시킨 기업, 혼다(HONDA).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68년의 이야기를 돌아보려 한다.


혼다, 그리고 커브

열여섯에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집을 떠나 도쿄에 있는 자동차 수리공장 견습생이 된 혼다 소이치로. 이후 그는 6년간 익힌 기술로 실적을 인정받아 분점 형태로 독립을 하기까지 이른다. 혼다 소이치로가 창업했던 자동차 수리 사업은 실력을 인정받으며 순조롭게 흘러갔지만 얼마 후 지진과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기회를 발견한다. 버려진 고물 자전거를 보고 자신이 갖고 있던 작은 모터(잔디깎이 기계에 쓰이던 것)를 자전거에 장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의문을 가졌는데 이것이 혼다 소이치로가 만들어 낸 모터사이클의 시초다. 1946, 혼다 소이치로는 12명의 종업원들과 시즈오카에 ‘혼다기술연구소’를 세워 자전거용 A형 보조엔진을 개발했고, 1948년에는 ‘혼다기술연구소’를 발판 삼아 자본금 100만 엔과 20명의 직원으로 현재의 ‘혼다기연공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기술자의 입장에서 혼다를 키웠는데 엔지니어들에게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기계이기 때문에 성능을 철저하게 체크해야 하며, 그것이 이 분야에서 일하는 기술자의 숙명이자 책임이다.”고 말했다.


혼다, 발전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자전거에 모터를 연결한 타입 A

최고의 동반자, 후지사와 다케오

기술력에 자신이 있었던 소이치로는 경영자가 필요했다. 그때 마침 소문을 듣고 후지사와를 찾아낸다. 둘의 첫만남은 혼다 소이치로가 창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이루어졌다. 혼다는 후지사와와의 첫 만남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둘은 의기투합했다. 후지사와 다케오는 동경 토박이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인간관계의 달인이라 불렸다. 혼다 소이치로는 전문경영인이자 부사장으로 후지사와 다케오를 임명하며, 경영에 깊이 관여하기 보다 생산과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후지사와는 소이치로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해 두말 않고 자금을 마련했다. 혼다가 후지사와에게 재무에 대한 권한을 모두 넘기고 인감까지 맡긴 후, 연구실에서 나오지 않은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두 사람은 그렇게 25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혼다를 키웠다. 후지사와는 생산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예리한 통찰력으로 혼다를 이끌었다. 자신이 목표했던 판매량을 맞추는 것은 물론, 판매량보다 더 많은 판매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혼다의 기술력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생산과 경영을 나눠 각자의 일에 몰두하여 전문성을 높인 것이 지금의 혼다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계를 넘으며 발전한 ‘기술의 혼다’

혼다 소이치로는 엔진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가졌다. ‘혼다기연공업주식회사’ 설립 후 기존 회사들과 차별화를 뒀는데, 외국회사와의 합작으로 모터사이클이나 자동차를 생산하는 관례를 따르지 않고 독자 기술만을 고집했다. 이 후, 선보인 ‘드림 D’는 일본 최초로 텔레스코픽 방식의 포크를 적용한 모터사이클로 98cc 2스트로크 엔진과 킥 스타트 등 유럽 못지않은 선진 기술을 적용했다. 1958년에는 ‘슈퍼커브(Super Cub) 시리즈’을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모터사이클로 성공을 거둔 후 1962, 혼다는 자동차 산업까지 진출하게 된다. 1963년에 혼다 최초의 스포츠카 ‘S500’과 경트럭 ‘T360’을 출시했고, 1972년에는 혼다가 개발한 세계최초의 저공해 엔진 ‘CVCC’를 사용한 소형차 ‘시빅’까지 선보였다. 1986년부터는 항공기 엔진을 연구개발하고 인공지능 부분에도 투자하기 시작했다. 혼다의 슬로건인 ‘기술의 혼다’ 답게 다양한 산업에서 기술연구에 박차를 가한 결과, 2000년에는 최초의 인공지능 로봇 ‘아시모’를 내놓았고 2003년에는 자체 개발한 HF-118엔진이 장착된 소형항공기 혼다 제트(Honda Jet)가 비행실험에 성공했다. 이후 2006년에는 혼다 항공기 회사(Honda Aircraft Company)를 미국에 설립해 2012, 양산모델 조립을 시작했고 2014년에는 양산 1호기의 첫 비행에 성공했다.


혼다의 경영전략 ‘혼다이즘’

혼다 소이치로는 “기업은 주주들 모두의 것이지 어느 개인의 몫이 아니다”라는 뜻을 밝히며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했다. 그의 경영전략에 따라 창업 때부터 함께 한 형제를 사직하기도 했다. 세습경영을 지양하며 친인척은 물론 자녀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은 그는 혼다 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혼다의 빨간색 ‘HONDA’ 기호 밑에는 ‘The Power of Dreams’ 라는 슬로건이 있는데 이는 혼다 소이치로가 꿈을 가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혼다는 ‘올해의 실패왕’을 뽑아 100만엔의 격려금을 지원한다. ‘올해의 실패왕’은 창조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한 실패는 용인한다는 뜻으로 실패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실패철학은 ‘혼다이즘’의 기본 전제라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 뒤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도전정신과 수 많은 열정이 있다. 혼다 소이치로가 보여 준 순수한 열정은 현재까지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좋아하는 일에 미쳐라’ 그가 생전에 출간했던 저서의 제목이다. ‘99%의 실패가 1%의 성공으로 바꾼다는 혼다의 경영철학과 함께 오늘날 혼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태양광 자동차, 항공기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거침 없는 혼다의 행보는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된다.


제공
김은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