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빼고 다 바꾼 푸조 5008, 2017년을 노린다

이름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꿨다.’ 푸조의 기함급 SUV 5008에 대한 PSA 측의 보도자료 첫 문장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섀시, 파워트레인의 라인업까지 새롭게 구성해 내년 봄 출시를 노리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2008이 큰 인기를 누린 점을 감안했을 때, 한국 시장 출시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차종이기도 하다.


2009년 첫 선 후 8년 만의 풀체인지

글로벌 SUV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견고했던 왜건 수요자들마저 SUV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을 정도다. 꾸준하고도 드라마틱한 성장을 꿈꾸는 PSA가 이러한 흐름을 그냥 보낼 리 없다. 이들은 당장 푸조의 5008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2017년 봄 전세계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마쳤다.
 
5008이 첫 선을 보인 시기는 2009년이니 2017년 봄 출시라는 푸조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8년 만에 첫 풀체인지 차량을 선보이는 셈이다. 우선 플랫폼부터 PF2 익스텐디드에서 EMP2로 바뀌었다. 이 플랫폼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PSA 그룹 주요 차량에 적용된 전륜 구동 자동차 플랫폼으로 2013년부터 푸조의 기종을 책임져 왔다.

달라진 플랫폼 위에서 체격도 키웠다. 우선 휠베이스가 2,840㎜로 2,727㎜였던 과거 기종에 비해 113㎜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전장 역시 4,529㎜에서 4,641㎜로 112㎜로 증가했다. 전폭도 1,837㎜에서 1,844㎜로 미세하지만 더 넓어졌다. 여기에 3열 시트 중 2좌석에 폴딩 기능을 둠으로써 실내 공간 활용도를 더욱 높였다. 따라서 체감 실내 공간의 넓이는 더욱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경량화에 성공했다. 전체 등급 및 트림에서 가장 무거운 2.0리터 디젤 엔진 탑재 차종이 1,530kg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 세대 1.6리터 블루 HDi 기종과 같은 무게다. 그 외에 가솔린 기종들은 거의 1,300kg대를 기록해 경량화를 달성했다.


다양한 엔진 라인업

2017 푸조 5008은 연료 종류와 동력 성능이 다른 엔진,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변속기를 조합하여10가지의 하위 트림을 만들어냈다. 크게 가솔린 엔진 탑재 4 기종, 디젤 엔진 탑재 기종으로 나뉜다.
 
우선 가솔린 엔진은 1.2리터(1,199cc 퓨어텍130 1.6리터 THP165의 두 가지의 라인업이 있다. 각 배기량 모두, 먼저 공개된 바 있는 2017년식 3008과 시트로엥의 DS4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1.2리터 퓨어텍 130의 최고 출력은 130hp(5,500rpm), 최대 토크는 23.5kg·m(1,750rpm)에 달한다. 변속기는 수동 6단 변속기와 EAT6 자동변속기 두 종류가 적용되어 있다. 0100kmh 도달 시간은 수동변속기의 경우 10.7, 자동변속기의 경우 10.4초다. 배기량을 감안하면 결코 느리다고만 할 수는 없는 성능이다. 1.6리터 THP 165는 최고 출력 165hp(6,000rpm), 최대 토크 24.5kg·m(1,400rpm)을 발휘한다. 최대 토크 구간이 매우 낮은데 이를 통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 초기에 효과적인 가속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이르는 데는 9.4초로 역시 배기량 대비 좋은 가속 성능을 보인다.

디젤 엔진 기종은 최고 출력 및 변속기의 조합에 따라 6가지로 나뉜다. 일단 배기량으로는 1.6리터(1,560cc) 2.0리터(1,997cc) 블루 HDi 두 종류로 나뉜다. 1.6리터 엔진은 최고 출력에서 다시 100hp(3,750rpm)를 발휘하는 기종과 120hp(3,500rpm)를 발휘하는 기종으로 나뉜다. 전자의 최대 토크는 25.9kg·m, 후자의 최대 토크는 30.6kg·m에 달하며 모두 1,750rpm에서 발생한다. 2.0리터 엔진은 150hp(4,000rpm), 180hp(3,750rpm) 두 가지의 최고 출력 기종으로 라인업을 짰다. 전자의 최대 토크는 37.7kg·m, 후자는 40.8kg·m이며 모두 2,000rpm에서 발휘한다.


실내외 모두 쾌적한 SUV를 지향하다

푸조를 비롯한 PSA 그룹의 자동차들은 내연 기관을 사용하는 거대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 배출가스에 포함된 오염 물질을 저감하는 데 가장 좋은 성과를 보여 왔다. 5008의 디젤 엔진 장착 기종 중 가장 큰 배기량을 가진 2.0 블루 HDi 180 기종도 최대 124g/km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이고 있다.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운전자의 쾌적한 기분을 위한 다양한 편의 장비와 고급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시트로엥의 DS3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자체 향기 발산 장치, 자동차 오디오계의 명품으로 불리는 포컬 하이파이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다만 오디오의 경우 고음역대 스피커인 트위터가 차체 진동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될 것인가가 제 값을 하는 데 관건이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푸조는 2008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같은 PSA에서 플랫폼을 공유한 형제차 C4 칵투스를 출시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아직 5008은 국내에 출시된 바 없다. 하지만 다운사이징된 엔진에서도 충분히 구현되는 동력성능과 실내 공간의 안락성, 각종 고급 편의장비 등을 봤을 때, 제품으로서의 메리트는 분명하다. 게다가 국내에 출시된 하위 기종들의 가격 전략이 합리적이므로, 실제 국내에 출시한다면 가격 전략 역시 타 제조사에 비해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