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영화 속에서 본연의 목적 그 이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랑을 이어주기도 하고 갈등의 상황에서 서로를 갈라 놓기도 한다. 세기의 명화로 소개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속에는 픽업트럭이 등장한다. 영화 속 픽업트럭의 역할과 당시의 시대상황을 되돌아 본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평범한 주부였던 프란체스카 존슨(메릴 스트립)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인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만나 자신의 삶과 사랑을 깨닫게 되는 영화다.
1965년 가을 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릴 사진을 찍기 위해 로즈먼 다리로 향하던 중, 길을 잃은 로버트가 프란체스카 집 앞으로 와 길을 물으며 둘은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된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로버트와 프란체스카. 로버트는 둘의 관계 만을 생각하지만 프란체스카는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을 생각한다. 결국 둘은 4일 동안의 짧은 기억으로 22년을 추억하며 살아간다.
카메라 장비, 비상식량, 술 등을 싣고 여러 곳을 떠돌아 다니는 로버트에게 픽업트럭은 움직이는 집과 같은 역할을 하고, 극적인 갈등 상황에서 둘의 관계를 정리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픽업트럭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며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영향을 준다.
매디슨 카운티는 1965년 미국의 아이오와주를 배경으로 한다. 1960년대 미국은 소비 문화가 시작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전쟁이 끝나고 군대에서 돌아 온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며 베이비 붐(Baby boom)이 일어나게 되고 미국은 가족중심의 사회로 돌아가게 된다. 이로 인해 자동차 및 광고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도심이 아닌 교외지역에서 단독주택 생활을 하는 미국인들에게 픽업트럭은 승합과 승용의 역할을 모두 해내는 실용적인 차량으로 사랑 받는다. 미국 자동차 판매 데이터 사이트 ‘goodcar-badcar’의 2016년 7월 자동차 판매 브랜드 순위를 보면, 미국에서 연간 판매되는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 중 픽업트럭이 상위 3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로버트가 몰고 다니는 픽업트럭은 ‘1962 GMC 시에라 1500’이다. V6 엔진의 4륜 구동 방식을 사용한다. 2~3인승 1열로 된 시트를 갖춘 레귤러 캡 차량이다. 프란체스카의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교외로 나갈 때 사용하는 픽업트럭은 ‘1959 쉐보레 아파치 픽업트럭31’로 V8의 엔진을 사용한 레귤러 캡 차량이다. 두 차량 모두 승합과 승용의 역할을 겸하고 있으며 승용의 목적보다는 승합의 목적이 좀 더 두드러져 있다.
미국의 픽업트럭은 ‘세단 + SUV + 트럭’의 개념으로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픽업의 생김새를 가졌지만 승용차의 크기를 가진 ‘쿱’, 가장 작은 크기의 픽업트럭인 ‘컴팩트’ 컴팩트 모델이 커진 ‘미드 사이즈’, 여행이나 건축자재 등을 옮길 때 쓰이는 ‘풀 사이즈’, 견인 용도로 사용되는 ‘HD(헤비 듀티)’ 등으로 나뉜다.
또한 캡을 기준으로 레귤러캡, 슈퍼캡(익스텐디스 캡/ 쿼드 캡), 크루캡(더블캡)으로 나뉜다. 레귤러캡은 2개의 문과 2개의 좌석이 달린 형태의 픽업트럭이다. 슈퍼캡은 레귤러캡을 약간 늘린 모델로 뒤쪽에 좌석이 있지만 다소 좁아 사람보다는 잡다한 공구들을 놓기에 알맞다. 크루캡은 2열 시트를 가진 4~6인승 모델이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픽업트럭은 크루캡이다.
차체와 섀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는 바디와 프레임이 하나로 연결된 모노코크 바디와 프레임 위에 엔진과 서스펜션 등 구동계가 결합되는 형태인 프레임 바디가 있다. 오프로드나 트럭의 용도로 사용되는 픽업트럭은 단단한 프레임이 지지하고 있는 프레임 바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승용의 용도로 사용되는 픽업트럭의 경우는 모노코크 바디를 사용한다. 프레임 바디는 모노코크 바디에 비해 뒤틀릴 염려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견인 능력에서 뛰어나게 작용한다.
영화는 그 시대를 반영하는 매개체다. 영화 속에 녹아있는 픽업트럭의 모습은 활동적인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당시 생활 속에 어떻게 녹아 있는 지도 살펴볼 수 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야 꾸준히 살아남는 것처럼 미국의 픽업트럭은 미국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차량으로 꾸준히 남아있을 것이다.
글
김은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