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시간의 택시 이용은 여성들에게 두려운 일이다. 이와 같이 범죄의 위험에 노출 될까 두려워하는 여성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여성 전용 택시’인 핑크 택시다. 핑크색으로 꾸며진 여성 전용 택시는 ‘핑크 택시’라고 불리며 여성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있다. 여성들의 걱정은 덜어주고 마음은 든든하게 만들어 주는 핑크택시. 세계의 여러 도로에서 어떻게 달리고 있을까?
현재 여성 전용 택시 제도가 가장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는 곳은 미국의 뉴욕이다. 뉴욕에서는 2014년부터, 혹시 모를 남성 택시기사로부터의 범죄가 두려운 여성 고객과 택시기사를 연결해주는 콜택시 서비스 ‘쉬라이즈(SheRides/SheTaxis)’ 를 운용하고 있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운영되며 회사에 소속된 기사들은 전부 여성이다. ‘쉬라이즈’의 드라이버들은 분홍색 머플러를 두르고 있으며 차량도 분홍색 띠를 두르고 있는 외관으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쉬라이즈는 ‘마음 놓고 탈 수 있는 택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택시업계에서 여성 운전기사의 취업률을 높이는 등의 효과를 가져왔다. 쉬라이즈의 스텔라 마테오 대표는 “현재는 뉴욕에서만 운행 중이지만 점차 다른 도시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비스 및 운임 요금은 거리와 시간에 따라 나뉘며 인원 수와 실을 수 있는 짐의 개수도 정해져 있다.
영국 런던의 ‘핑크 레이디스(Pink Ladies)’는 아무리 급한 사정이 있다고 해도 ‘남성 승객은 사절’이라는 규칙을 갖고 운행된다. 택시의 외관과 내부, 운전기사들의 제복까지 모두 핑크색이다. 기존의 택시의 목적을 확대하여 일하는 주부를 대신해 아이들의 등 하교를 시켜주고 노인이나 환자의 외줄과 쇼핑 등을 돕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아랍 세계와 인도는 아직도 서방세계에 비해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있다. 또한 여성들이 범죄로부터 취약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갈수록 여권 신장과 여성의 안전 권리 보호 등에 대한 국내외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다.
두바이에도 여성만 이용할 수 있는 ‘핑크 택시’가 있는데 운전자들도 모두 여성으로 과거 2년 동안 무사고 경력이 입증되어야 하고 21일 간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화를 이용해 예약할 수 있고 두바이 국제공항에서도 운영하고 있어 바로 이용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이슬람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는 여성이 운전하고 여성 승객만 태우는 여성 전용 오토바이택시 공유서비스 ‘레이디젝(Ladyjek)’이 있다. 남성 운전자의 오토바이택시(Ojek)나 소매치기, 성추행이 빈번한 시내버스보다 안전해 레이디젝을 사용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레이디젝은 현재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수도권 전역으로도 영업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인도에서도 인도 최대 규모의 택시업체인 ‘메루캡스(merucabs)’가 운영하는 ‘메루이브(merueve)’라는 이름의 여성 전용 택시를 볼 수 있다. 메루이브는 핑크색 조끼를 착용한 여성기사만 택시를 몰 수 있으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호신용 스프레이와 영상 녹화 기능이 달린 3G 휴대전화가 설치되어 있다. 전화로 설정된 단축 다이얼을 누르면 연계된 경찰서로 바로 신고가 가능하다.
여성을 위한 핑크택시는 국내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2010년에 이어 2015년에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청주시에서는 2012년부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여성 안전 핑크택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차량 내부에는 GPS가 장착되어 있으며 차량 정보를 휴대폰으로 발송하는 ‘안심귀가 서비스’도 제공된다. 여성이 아닌 남성도 핑크택시를 탈 수 있지만 차량 예약은 여성만 가능하다. 택시운전기사는 남성으로 무사고 및 모범운전자, 비흡연자만 가능하며 지정된 제복을 착용하고 있다. 2012년 66대로 시작한 핑크 택시는 2013년 9월, 106대로 증차되어 현재까지 운행되어 오고 있다.
여성 전용택시는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힘이 약한 여성들을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핑크택시는 여성의 범죄 노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과 역차별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여성 전용 택시의 운용을 고려했지만 정책지원 부족, 여성 운전자들의 야간운전기피 등으로 폐지되었다.
쉬라이즈는 “공포감이 여성을 택시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여성들의 수요에 맞춘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여성 전용 택시라는 타이틀로 운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범죄에 쉽게 노출 되기 쉽다는 약점도 지적된다.
‘여성 운전기사만을 고용하고 남성 고객들의 탑승을 거부하는 것은 엄연한 성차별’이라는 반론도제기 되었다. 뉴욕 시 당국 역시 쉬라이즈 택시 기사가 남성 고객들의 탑승을 거부할 경우, 불법이라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단, 남성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성 동승자가 있어야 한다.
‘여성 전용 택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만들어진 서비스다.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으며 분명한 성과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한계와 과제도 제시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과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본래의 목적까지 흐려진다. 하지만 현재 갖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해 나간다면 ‘핑크택시’가 달리는 길은 좀 더 다양하고 넓어질 것이다.
글
김은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