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하는 자동차에 타면 모든 게 낯설다. 버튼 하나 조작하려 해도 헤매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자동차들은 낯설어도 너무 낯선 자동차들이다. 이 자동차들은 열쇠가 있다고 해도, 쉽게 문을 열지 못하는 자동차들이다. 특별한 도어 핸들을 갖고 있는 자동차들을 만나본다.
쉽게 찾을 수 없는 도어 핸들이 있다. 물론, 운전자를 당황시키기 위해 숨겨놓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 저마다의 이유로 도어 핸들을 숨겨놓은 경우다. 이와같은 자동차들의 문을 열기 위해선 약간의 탐구가 필요하다.
페라리의 테스타로사는 1984년에 등장했다. 테스타로사는 이탈리아어로 ‘붉은 머리카락‘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는 테스타로사의 실린더 헤드가 붉은색이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피닌파리나가 디자인 한 테스타로사는 측면의 커다란 에어 인테이크가 특징이다. 치즈 커터라고도 불리는 테스타로사의 에어 인테이크는 수랭식 라디에이터의 냉각 작용을 돕기 위해 설계됐다.
테스타로사의 도어를 살펴보면 키 홀(Key hole)만 보인다. 도어 핸들은 바로 키 홀 하단의 에어 인테이크에 위치한다. 6등분 된 에어 인테이크 중 제일 상단 부분의 안쪽에 도어 핸들이 비밀스럽게 숨어있다.
TVR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자동차 제조사이다. 브랜드명은 TVR의 창업자인 트레버 윌킨스(Trevor Wilkinson)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영국에 뿌리를 두고 경량 스포츠카를 제조한다. TVR은 2001년에 개봉한 <스워드 피쉬>에서 ‘존 트라볼타’의 자동차로 등장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존 트라볼타의 애마로 등장한 TVR 투스칸(Tuscan)이 또 다른 특별한 도어 핸들의 주인공이다.
투스칸의 도어는 아무리 살펴봐도 매끈한 곡선만 보일 뿐이다. 특이하게도 투스칸은 사이드 미러가 없으면 도어를 열 수 없다. 투스칸의 사이드 미러 하단에 동그란 도어 오픈 버튼이 있기 때문이다. 도어 오픈 버튼을 누르면 창문과 문이 살짝 열린다. 이때, 비로소 투스칸에 탈 수 있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어 핸들에 공력 특성 기술을 적용한다. 이와같은 설정은 대부분 고출력 스포츠카 혹은 슈퍼카에 적용된다. 빠른 속력으로 질주하는 자동차에게 공기 저항은 안전과 성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쉐보레의 콜벳은 1953년에 최초로 등장했으며, 현재는 7세대 콜벳이 활약 중이다. 콜벳은 쉐보레의 스포츠카 중 가장 강력한 최고출력을 자랑한다. 쉐보레는 2012년에 6세대 콜벳을 국내에 출시한 경력이 있고, 최근 카마로 SS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들여왔다. 때문에 7세대 콜벳의 출시를 기다리는 마니아들이 많아졌다.
콜벳의 도어 핸들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 하기 위해 도어 안쪽에 숨겼다. 도어의 끝부분에 홈을 파놓고, 그 안에 도어 핸들을 숨긴 형태다. 다시말해 도어가 도어 핸들의 역할을 맡는 셈이다. 이 도어 핸들 방식은 6세대 콜벳부터 이어져 왔다. 콜벳의 실내 도어 핸들 또한 버튼 방식으로 되어 있어, 콜벳만의 특별함을 나타낸다.
‘불패의 R’로 불리는 닛산 GT-R은 2007년에 부활했다. GT-R은 포르쉐 911 터보를 라이벌로 지목했고,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에서 911 터보를 앞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GT-R은 주기적으로 출력을 상승시키며 진화를 거듭했고, 최근에는 2017년형이 출시됐다.
GT-R의 도어 핸들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애스턴 마틴 뱅퀴시 등의 슈퍼카에도 널리 쓰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도어와 한 몸을 이루고 있는 도어 핸들의 끝을 눌러주면, 반대쪽이 돌출된다. 이때, 돌출된 도어 핸들을 잡아 당기면 도어가 열리는 방식이다.
첨단 기술과 고급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도어 핸들마저 기품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와같은 설정은 보통 일반적인 자동차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전략적으로 적용하는 경우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와 자율 주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생 전기 자동차 제조사다. 지난 8월 테슬라는 신차종에 대한 사전계약을 시작하면서, 이와 동시에 국내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중 세단인 모델S로는 P90D를 들여올 예정이며, P90D는 0→100km/h 가속 시간이 2.7초에 불과할 정도로 빠른 가속력을 자랑한다.
모델S의 도어 핸들은 평소에는 도어 안에 숨어 있다. 그리고 키를 가진 사람이 자동차 근처로 다가가면 도어 핸들이 튀어나온다. 가끔 도어 핸들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도어 핸들을 터치하면 튀어나온다. 2014년 테슬라 모델S는 소프트웨어 문제로 도어 핸들이 올라오지 않는 결함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링컨 컨티넨탈은 14년 만에 부활하는 링컨의 기함이다. 지난 2015년에 공개된 링컨 컨티넨탈 콘셉트의 디자인을 반영했다. 적용된 디자인 중 <링컨 스타>라 불리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링컨의 새로운 패밀리 룩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컨티넨탈의 도어 핸들은 무광 알루미늄 재질의 윈도우 벨트라인 몰딩을 따라 이어진다. 몰딩을 따라가다 보면 프론트 도어의 끝에 돌출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컨티넨탈의 도어 핸들이다. 이 부분을 일반 도어 핸들처럼 잡아당기면 컨티넨탈에 탈 수 있다.
특정 자동차 브랜드의 도어 핸들이 독특한 위치와 조작 방법을 갖는 것은 차별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 구현 방법 또한 다양하다. 어떤 브랜드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그리고 또 다른 브랜드는 최고급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독특한 도어 핸들을 만들어냈다. 현재의 자동차 기술력은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당연하게 장착되어 있는 도어 핸들 역시, 자동차 기술력이 발전함에 따라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글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