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의 지하철. 많은 인파 속에서 밟고 밟혀 신발이 더러워져 있는 상황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문콕 사고도 그렇다. 문을 열다 의도치 않게 옆 차량을 ‘콕’ 찍어 상처를 내기도 하고, 반대로 누가, 언제 그랬는지도 알 수 없는 문콕 자국에 속이 상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일이 벌어지고 나서 범인(?)을 찾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하는 것이 최고다. 문콕 사고의 원인에서부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품과 기술까지의 내용을 정리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문콕’ 사고는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의 발전과 관계가 있다. 예컨대 아반떼의 경우, 1995년식 차량의 전폭은 1,735㎜였으나 현재 생산되는 아반떼 AD의 경우 1,800㎜에 달한다. 전폭에서 6~7㎝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또한 전폭이 1,900㎜가 넘는 대형 세단도 많아졌다. 하지만 현재 주차 단위 구획의 최소 너비 기준은 2.3m(일반형)로 26년째 유지되고 있어 문콕 사고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차량 수도 많고 운전자도 그만큼 많아지다 보니 에티켓이 부족한 운전자가 늘어나는 것도 원인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자동차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프라 때문이다. 하지만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중형차를 세워, 주변 주차 공간을 협소하게 만들거나, 옆 차와의 간격을 감안하지 않고 문을 여는 습관, 한쪽에 치우쳐 주차하는 등의 행동도 차량에 흠집을 내는 요인이 된다. 현실적으로 부족한 인프라를 갑자기 늘릴 수 없다면 개개인의 에티켓에 기댈 수밖에 없다. 평소 차에서 내릴 때 문을 조심해서 여닫는 습관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주차 시, 최대한 구획의 중앙에 주차하여 좌우 측면의 차량과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문콕’ 방지제품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스티커나 자석을 이용해 부착하는 도어패드가 가장 일반적이며, 문의 가장자리를 감싸는 몰딩 제품 등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운전자 자신의 차량이 다른 차량에게 문콕을 입히는 것을 예방한다. 또한 예방을 넘어 문콕사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제품들도 있다.
경미한 충격은 PPF(도장보호필름)을 통해서도 예방이 가능하다. PPF 필름은 폴리우레탄 재질로, 특별한 컬러 없이 투명하며, 자동차에 씌우기만 하면 된다. 물론 씌우는 공정은 쉽지 않으므로 전문 시공업체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PPF는 문콕뿐만 아니라 주행 중 도로에서 튀어 오르는 이물질 등으로부터도 차량 표면을 보호할 수 있다. 유리창을 제외한 모든 곳에 씌울 수 있지만 부분적으로만 씌울 수도 있어 문에만 시공하는 경우도 있다.
평상시에는 접혀 있다가 차에서 내릴 때 펼쳐져, 혹시 운전자가 부주의로 다른 차량에 피해를 주는 것을 예방하는 제품도 있다.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한 ‘ㄴ’자형 문콕 방지봉이 그것으로, 이는 자동차 측면에 부착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접었을 때는 11cm이지만, 44cm까지 늘어나 보호 범위를 넓히는 한편, 다른 차량에 줄 수 있는 피해도 넓은 범위에서 예방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측면 차량 운전자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아이템도 있다. 샤픈고트 도어프로덱터 뎁스는 블랙박스의 카메라가 채 커버하지 못하는 측면에 카메라를 부착하여, 측면 차량 운전자가 부주의하게 문을 여는 것을 심리적으로 막는 효과다. 블랙박스와 연결할 수 있어 도난 방지 및 범죄 예방 효과도 있다. 간단한 작업으로 연결이 가능하며, 옵션으로 제공되는 패드를 부착하면, 측면 차량 운전자나 승객의 부주의로 인한 차량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문콕 사고로 스트레스를 받는 운전자를 위한 자동차 제조회사들의 노력도 돋보인다. 최근 국내에 출시한 시트로엥 C4 칵투스는 차량 겉면에 문콕을 방지하는 ‘에어범프’를 장착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에어범프는 도어 측면과 앞 뒤 범퍼 모서리, 트렁크 테일게이트 하단 부위에 적용되어 있는데 이 부분들이 문콕 사고에 취약한 부분이다. 에어범프의 색깔은 총 4가지로 자동차의 색상과 맞게 선택할 수 있으며,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교체할 수도 있다. 교체 비용은 약 9만 원대(정확한 비용은 딜러 및 상황에 따라 상이함)로 책정하였다.
독일 포드 연구소에서는 포커스 차량을 위한 도어 엣지 프로텍터를 개발했다. 문이 열릴 때 고무 재질의 보호 패드가 자동으로 돌출하여 문 모서리 쪽을 커버하며 사고를 방지한다. 별도의 가드 제품을 구입할 필요 없이 자동차에 내장된 기능으로만 보호가 가능한 셈이다.
주차 공간의 인프라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다면, 결국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은 물론 다른사람의 차량도 사고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 교통사고처럼 인명이 위협받는 사고는 아니지만, 자동차의 외관 컨디션은 운전자의 감수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개인의 노력만큼 주차에 관한 사회적 인프라도 개선되기를 희망해본다.
글
김은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