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선보인 PSA의 프리미어 자동차들

PSA그룹은  2021년까지 동력원을 다양화한 신차 26종을 발표하고, 5년 내에 판매량을 5% 이상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푸시 투 패스(Push to Pass)’ 전략이다. 그리고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실제 발표한 차량들은, PSA의 전략이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질 것인지를 전망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풀체인지 거친 SUV와 다카르 랠리카 선보인 푸조

푸조는 2016 파리 모터쇼를 통해 콤팩트 SUV 3008, 자사 플래그십 SUV 5008과 다카르 랠리카인 3008DKR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양산차인 3008 5008은 모두 풀 체인지를 거쳐,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예정이며, 2017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3008 DKR을 통해서는, 2008DKR이 그랬던 것처럼, 랠리 최강자의 자리를 점하겠다는 전의를 내비쳤다.

3008은 풀 체인지를 거쳐 기존의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탈피했다. 또한 이전 세대보다 확장된 섀시를 선보이고 있다. 전장은 85 늘어난 4,450이며 휠 베이스가 62 늘어난 2,675로 보다 넓어진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이전 세대에서 다소 좁았던 뒷좌석 공간 역시 24 늘어난 레그룸을 통해 안락감을 더했다는 것이 PSA 측의 설명이다.
 
엔진 라인업과 파워트레인은 이미 공개된 바 있다. 가솔린 엔진으로는 1.2리터 퓨어텍과, 1.6리터 THP 엔진 두 가지가 있으며, 디젤 엔진으로는 1.6리터와 2.0리터 블루HDi로 총 4종의 엔진이 탑재될 예정이다. 여기에 최고 출력과 변속기 구분에 따라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게 된다.

5008은 풀체인지를 통해, 플래그십 SUV라 부르기에 손색없는 외모와 조건을 갖추었다. 그야말로 이름만 빼고 다 바꾼 기종이라 할 수 있다. 플랫폼부터 기존 PF2 익스텐디드에서 EMP2로 바뀌었다. 전장도 4,529㎜에서 4,641㎜로 길어졌고, 휠베이스도 2,727에서 2,840로 늘어났다. 체격은 커졌지만 오히려 체중은 감량했는데, 전체 등급 및 트림에서 가장 무거운 2.0리터 블루HDi 엔진 탑재 차종이 1,530kg에 불과하다. 엔진의 라인업은 3008과 같은 1.2리터, 1.6리터 가솔린 엔진과 1.6리터, 2.0리터 디젤 엔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역시 최고 출력과 변속기 구분을 통해 등급을 다양화하였다.

두 기종 모두 푸조의 최신 운전석인 설계인 아이콕핏(i-Cockpit®)을 적용했다. 이는 콤팩트한 사이즈의 스티어링 휠과 낮은 위치의 클러스터, 그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유기적으로 조합된 푸조의 차세대 운전석이다. 이 외에 5008에는 좀 더 다양한 편의장비를 적용하였는데, 그 중 명품 오디오인 포칼의 카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하여, 카오디오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또한 2016년 슈테판 페테랑셀과 2008DKR이 구현한 다카르의 영광을 수성하기 위해 제작된 3008DKR도 선보였다. 특히 이 자동차는 다카르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험로로 이루어진 실크웨이 랠리에도 출격할 예정이다. 이미 시릴 디프리 등 명 드라이버들로 구성된 푸조 토탈 팀은 2016 7월 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그러한 경험을 더욱 더 체계화했다.
 
3008DKR에는 푸조의 양산 차량 라인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V6 트윈터보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2008DKR은 미드십 후륜 구동으로, 랠리카는 4륜 구동이라야 한다는 편견을 깬 바 있다. 푸조는 3008DKR에도 2륜 구동 방식을 채용함으로써, 또 한 번 랠리의 상식을 엎고자 한다.
 
이렇듯 양산차와 랠리카의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푸조의 노력이 2017년 이후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래 가치 선보인 시트로엥과 DS

푸조가 양산차와 랠리카에서 즉각적인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면 시트로엥(DS포함)은 보다 미래적인 가치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이번 파리 모터쇼에서 감지되는 기류이다.
 
시트로엥은 우선 순수 전기로 움직이는 콘셉트카인 C익스피리언스(CXperience)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C익스피리언스는 전장 4,850의 크기를 가진 패스트백 타입의 세단이다. 언뜻 보기에는 2도어의 쿠페처럼 보이지만 뒤에서 보면 파나메라 등 대형 4도어 쿠페를 닮아 있다. 그러나 C익스피리언스는 미래적 가치를 지향하는 콘셉트카인만큼, 세단과 쿠페 어느 한 세그먼트로 규정되지 않는다.
 
날카롭고 강인한 인상은, PSA의 럭셔리 디비전으로 자리잡은 DS E 텐스를 닮아 있지만, 실제 전장은 4,720 E 텐스보다 좀 더 길다. 여기에 전폭이 2,000에 달하는데 이는 2017년식 파나메라의 1,937보다도 63 넓다. 이를 베이스로 한 양산차는 최고의 승차감을 구현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최고 출력은 200hp며 전기만으로 최대 60km까지 주행 가능하다.

여기에 시트로엥 콤팩트카 라인업 중 유럽 시장에서 스테디 셀러 기종으로 자리를 굳혀 온 C3도 풀 체인지된 기종으로 선보였다. 이 기종은 지난 2002년 처음 출시된 이래, 2016 5월에는 생산대수 50만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새로이 선보이는 C3에서는 C4 칵투스의 면모가 보인다. 우선 측면 하단부에 장착된 에어범프가 눈에 띈다. 여기에 실눈을 뜬 듯한 헤드라이트까지 C4 칵투스를 닮아 있다. 차체는 전고와 전폭의 수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둥글기만 했던 전 세대의 측면 실루엣을 벗어나서 전체적으로 높아진 인상을 주고 있다. 이전 세대 C3가 해치백의 정석적인 디자인을 따랐다면 풀 체인지된 C3는 좀 더 크로스오버적인 성향의 디자인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엔진의 종류도 추가되었다. 새로운 C3는 세 가지의 최고 출력 사양을 가진 1.2리터 퓨어텍 엔진과, 두 가지 최고 출력 사양을 가진 1.6리터 블루HDi로 총 다섯 가지 등급의 엔진 라인업을 갖고 있다. 최고 출력이 너무 낮게 설정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미 PSA 2017년 전사적으로 선보일 다양한 기종에, 다운사이징한 엔진들을 과감히 보급할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랠리의 강자답게 시트로엥은 C3를 기반으로 한 WRC 콘셉트카도 선보였다. 전장은 4,150로 콤팩트카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지만, 프론트 범퍼의 폭이 무려 1,900에 이른다. 이는 이전 세대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의 전폭과 거의 유사한 수치다. 최고 출력 380hp에 달하는 터보 직분사 엔진이 장착된 만큼, 강력한 냉각 성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성능의 개선은 물론 체중도 25kg을 덜어내며 경량화에도 성공했다.

2000년대 후반 위기를 맞았던 PSA그룹은 2010년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이를 극복함은 물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발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들의 푸시 투 패스 전략은, 냉정히 생각해보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영국 발 브렉시트 파문, 저성장 등의 거시 경제적 문제가 원인이다. 그래서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2016 파리 모터쇼에서 보일 그들의 전략이 향후 어떤 성과로 연결될 것인지 더욱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