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이동을 위해 존재하는 자동차와 신발. 두 분야 모두 디자인은 물론 기능적인 면까지 충족시켜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동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신발은 기능을 더 향상시키기도 하고, 신발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자동차는 차별화 된 개성을 갖기도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 이 두 분야는 협업을 통해 서로의 특징을 공유하며, 기능적인 면과 미적인 면을 모두 충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난 7월, 푸마는 2008년 공개되었던 BMW의 ‘지나 콘셉트카(GINA Light Visionary Model)’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드라이빙 슈즈인 BMW X-CAT DISC를 공개했다. 지나는 공개 당시 일반적인 금속이 아닌 물과 열에 강한 신소재를 적용해, 어떤 형태로든 변할 수 있는 초 경량 콘셉트카로 화제를 모았다.
푸마는 BMW 그룹에 속한 디자인 전문회사인 ‘BMW 디자인웍스’와의 협업을 통해, 지나의 콘셉트를 접목한 운동화를 선보였다. 신발끈 대신 안 쪽으로 연결된 와이어를 이용한 디스크 디자인을 접목해 신발을 조이고 풀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지나의 외관에 사용되었던 섬유를 활용해 가볍지만 내구성은 물론 통기성까지 놓치지 않은 신발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신발 밑창도 기어 모양의 디자인을 적용해 미끄러짐을 최소화해 걷거나 달릴 때 편리함을 준다.
‘달린다’라는 공통 가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람보르기니와 미즈노의 콜라보레이션 러닝화 ‘웨이브 텐진(WAVE TENJIN)’은 람보르기니 우라칸의 차체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또한 웨이브 텐진에 착지와 방향 전환 시 체중을 부드럽게 분산시키는 쿠셔닝을 탑재해 기능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인체 공학적 요소를 곳곳에 적용해 장시간의 러닝에도 헐거워짐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람보르기니와 미즈노는 2015년 웨이브 텐진을 제네바 모터쇼에서 발표하며 “서로 간의 협업을 통해 혁신, 디자인, 장인정신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두 브랜드가 만나 새로운 브랜드 감성을 표현했다.” 고 밝혔다. 이는 국내에서 100켤레 한정으로 판매 되었다.
포르쉐 디자인은 자체적으로도 뛰어난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만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독특한 아이템을 개발해 왔다. 2014년, 포르쉐 디자인은 ‘블랙 프라이데이’ 다음으로 오는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에 ‘바운스 S4 (Bounce S4)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는 아디다스와 포르쉐디자인이 협업해 제작한 모델로, 포르쉐 스포츠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출시된 모델은 전세계 1천 켤레 한정으로 판매되었다.
바운스 S4 스타일은 고품질의 가죽과 스포츠카의 서스펜션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바운스 서스펜션 시스템(신발의 뒷굽에 가해지는 수직적 충격력을 추진력으로 전환해 주는 기능)을 적용해 최적의 쿠션감과 탄력성을 제공한다. 또한 신발의 무게를 덜기 위해 탄소 섬유로 된 베이스플레이트를 사용했다. 힐 플레이트는 카본 파이퍼와 폴리머 리프 스프링을 적용시켜 추진력을 높였다.
1993년, 아디다스는 자동차의 타이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튜블러(Tubular)를 출시했다. 튜블러는 ‘관으로 된, 관 모양의’라는 뜻이다. 아디다스 튜블러 시리즈는 개개인의 발에 맞는 최적의 착용감을 제공하기 위해 아웃솔을 공기주머니 형식으로 만들었다. 공기주머니의 공기압은, 튜블라를 구매하면 들어 있는 펌프의 액정을 통해 체크할 수 있었다. 또한 부족한 공기압은 뒤꿈치 쪽 구멍을 이용해 주입하고, 이를 통해 개개인의 발에 최적화된 착용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후, 튜블러2, 튜블러4, 튜블러2 XTR 등 다양한 모델에 에어펌프 기술이 사용되며 판매됐지만 높은 출시가격으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었다. 튜블러가 부활한 것은 2014년으로, 이는 닉 걸웨이 디자이너 겸 부사장의 공적이다. 그는 기존 펌프를 없앤 대신 보다 낮은 가격으로, 튜블러가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게 만들었다.
이전 사례와는 반대로 신발의 디자인을 자동차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 피아트는 2014년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헌팅턴 비치(Huntington Beach)’에서 열린 서핑대회 반스 US 오픈에서 ‘피아트 500L 반스’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이 콘셉트카는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서퍼(Surfer)를 타깃으로 설정했다. 지붕에 2개의 서핑보드와 기타 장비를 실을 수 있는 ‘이층 서핑 보드 캐리어 루프랙’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자동차의 외관에는 반스 특유의 바둑판식 패턴을 디자인하고 그릴 아래 쪽에는 4개의 LED 주간 주행등으로 개성을 더했다. 실내의 대시보드와 시트 곳곳은 반스 패턴의 스티커로 구성했다. 엔진과 변속기는 양산형 기종에 사용된 직렬 4기통, 1.4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자동차는 신발의 연장선상이기도 하고, 반대로 신발을 자동차의 축소판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자동차와 신발의 협업은 각자의 분야에 일종의 영감이 되어 주고 있다.
글
김은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