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의 품질은 별도의 고급유로 상품화되어 있지도 않거니와, 복잡한 도심에서는 경유 품질로 인한 연비를 인지하기도 쉽지 않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름 회사 중 한 곳이 경유 체험을 통해 이를 증명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생활 속에서 경유의 품질을 가장 가까이 체감하는 화물차 운전자들로 하여금, 하이 세탄 경유가 얼마나 디젤 엔진의 성능 개선에 기여하는지를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솔린 엔진의 노킹을 줄이고 폭발성을 높이는 옥탄가와 같이, 경유의 세탄가 역시 디젤 엔진의 착화성 개선 및 노킹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큰 압축비로 형성된 고온, 고압 환경에서 자가 착화하는 경유는 착화점이 낮게 안정될수록 폭발 시점도 일정해져 노킹의 위험이 줄어든다.
세탄가는, 착화성이 낮은 알파메틸 나프탈렌과 세탄을 혼합한 표준연료 내 세탄의 비율을 말한다. 대형 선박과 같은 저속 엔진에 사용되는 경유의 세탄가는 30~40, 군함 등 중속 엔진에서 사용되는 경유의 세탄가는 35~45 정도에 해당한다. 자동차와 같이 고속 디젤 엔진에 사용되는 경유는 40~60 사이다. 통상 디젤 자동차에 주유하는 경유의 세탄가는 60이하에서는 높을수록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하이 세탄 경유는 국내에서 별도의 상품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세탄가가 높은 경유에 대해서는 디젤 엔진 자동차를 오래 운전해 본 운전자들의 경험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6년 7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최하는 <2016더프라우드 고객가치 최우수상품>을 통해, 연료유 부문에서 최고 등급을 수상한 한 에쓰오일 경유의 세탄가가 58인 것으로 알려져,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하이 세탄 경유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다소 부족하다.
사실, 복잡한 도심을 중심으로 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유차량 운전자들은, 하이 세탄 경유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기 쉽지 않다. 특히 승용 디젤 자동차의 경우, 특별한 고성능 차량이 아니라면,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가 일상 주행 영역을 감안해 세팅되어 있다. 그런 까닭에 오랜 시간 자동차를 운행한다 하더라도 경유의 품질 차이를 극명하게 경험할 기회가 드물다.
따라서, 대형 디젤 엔진을 탑재한 트럭 및 화물 차량 운전자들의 경험은 디젤 엔진의 세탄가와 관련해 가장 믿을 만한 정보라 할 수 있다. 대형 트럭을 비롯한 화물차들은 일반적으로 10리터(10,000cc)가 넘는 배기량에 500hp이상의 최고 출력, 200~300kg·m의 최대 토크를 내는 터보 디젤 엔진을 갖고 있다. 최고 출력이 이 정도에 근접하는 일반 승용 디젤은 만하트의 튜닝을 거친 455hp의 BMW X5(F85), X6(F86) M50d 정도이다. 물론 이런 고성능 튜닝 차량이라고 해도 최대 토크는 대형 화물차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성능이 강력한 만큼, 대형 디젤 엔진 자동차의 동력 계통에는 첨단 테크놀로지가 적용된다. 우선 실린더 블록도, 고출력을 감당하기 위해 일반 디젤 엔진의 블록보다 강한 강성을 갖고 있다. 물론 냉각 성능도 강화된다. 또한 실린더 밸브를 움직이는 전자 장비도 매우 민감하다. 또한 연료 분사 계통인 커먼레일 역시 실린더 헤드 안에 배치되는 등 일반 승용 디젤 엔진과는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대형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트럭들은, 2013년부터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크게 줄이도록 규제하는 유로6를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전자장치로 제어되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및 요소수를 이용한 선택 환원촉매(SCR) 장치 등을 장착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들이 모인 대형 화물차들은 일반 승용차보다 하이 세탄의 영향력을 평가하기에 좋은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정유사 중 에쓰오일은, 이러한 대형 화물차 운전자(화물운전자 복지카드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생활 속 경유 전문가 58인’을 찾는다. 10월 19일부터 11월 16일까지 에쓰오일 홈페이지(http://www.s-oilbonus.com)나 에쓰오일 주유소에 비치된 ‘에쓰오일 하이세탄 경유 체험이벤트 참가 신청서’를 작성을 통해 도전에 응모할 수 있다. 이후 11월 28일부터 12월 9일까지 2주간, 체험 이벤트에 참가한 화물차 운전자들이 직접 에쓰오일 경유를 주유하고 엔진의 최고 출력, 최대 토크 및 연비의 개선 상황을 동영상으로 공유한다.
이렇게 참여한 화물차 운전자 중 58인을 선정해, 40만 원의 주유비를 지원한다. 10월 하순 현재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 가격이 약 1,2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30여 리터의 경유를 주유할 수 있는 금액이다. 또한 대형 트럭의 평균 연비가 5km/L 정도임을 고려하면, 약 1,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여기에 58인 중, 제출 영상이 우수한 10인에게는 50만 원의 주유비를 추가로 지원한다.
화물차의 유류 활용은 일반 승용차와는 다소 다르다. 일반 승용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거리를 운행하는 까닭에, 주유량은 수백 리터에 달한다. 따라서 한 달에 한 번 대량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58인에 당첨되기만 하더라도, 화물차주나 사업자 모두 큰 선물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 왜 50명도, 60명도 아닌 58인일까? 이는 2016년 상반기, 에쓰오일 경유의 평균 세탄가가 58이라는 점에 착안한 수치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유의 세탄가는 60이하에서는 높으면 높을수록 착화점이 낮게 안정되고, 이로 인해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가 안정적으로 구현된다. 물론 이로 인해 연비가 개선됨은 물론, 폭발 시 연소실 온도도 낮아짐으로써, 고온에서 생성되는 질소산화물의 양도 줄일 수 있다.
화물차는 승용차와 다르지만, 승용차의 디젤 엔진 역시 적은 배기량으로도 높은 최고 출력과 큰 최대 토크를 구현하고, 이를 통해 높은 연비를 구현할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하이 세탄 경유의 가치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그 가치를 체험하고 있는 운전자들도 있지만, 아직도 그 효용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면, 이번 이벤트의 진행과 결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