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에서 전기차까지, 세계 각 국의 군용차

군용차는 전쟁에서의 임무 완수와 험로 주파라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 자동차들은 한국과 같은 산악 지형은 물론, 해외 각 전장 환경의 특성을 고려해 활약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일반 자동차에서는 볼 수 없는 뛰어난 등판각도, 도강 능력은 굳이 전시가 아니더라도 갖추어야 할 특성이다. 또한 만약의 교전 상황에 대비한 능력도 필수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전 세계의 군용차들에 대해 살펴본다.


지프, 윌리스란 이름의 2차 세계대전 일등공신

지프는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크게 성장한 자동차 제조사다. 지프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장을  누볐던 독일군의 G-5(G바겐의 전신)에 대적하기 위해 전쟁 중에 개발이 시작됐다. 미 국방부는 당시 포드 T-150 차량을 대체할 만한 정찰 차량 제작을 발주했고, 아메리칸 밴텀, 윌리스 오버랜드, 여기에 뒤늦게 뛰어든 포드까지 세 회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결국 선택된 회사는 윌리스 오버랜드였지만, 각 제조사가 제시했던 자동차 역시 각각의 장점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윌리스 오버랜드를 중심으로, 나머지 두 회사가 협력하여 탄생한 차량이 바로 오늘날 지프의 조상인 ‘MA’인 것이다.

윌리스 MA(초기의 지프)는 스티어링 휠에 변속기어를 장착하고, 4륜 구동을 바탕으로 탄흔과 진창으로 엉망이 된 전장을 누비며, 수송은 물론 구급차로서도 활약했다. 윌리스 MA는 미군에 60만대 이상 납품되며, 지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프라는 브랜드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있다. 다용도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제너럴 퍼포스(General Purpose)에서 따왔다는 설과 당시 만화 <뽀빠이>에 등장하는 강아지로부터 유래했다는 설 등 다양한 주장이 존재한다.


AM 제너럴, 20세기 막강 미군의 상징 험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고성능 SUV의 상징과도 같았던 허머는 원래 미군 군용차인 험비에 기원을 두고 있다. 험비의 정식명칭은 HMMWV(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으로 고기동성 다목적 전술차량이라는 의미이다.

1970년대 미군은 1¼톤 트럭의 역할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전술차량을 필요로 했다. 이에 1981, 전술차량 선정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는 포드와 크라이슬러 같은 대형 제조사들이 참가했지만, 최종적으로 AM제너럴이 선정되었다. AM제너럴에서 생산한 험비는 60도의 경사로 진입각으로 최고 46cm 높이의 수직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었으며, 76cm 깊이의 참호도 탈출할 수 있었다. 또한 최대 수심 152cm의 도강능력도 보유했다. 험비의 진가는 1990년에 발발한 걸프전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미국 방송사인 CNN은 걸프전 현장을 생중계했는데, 이때 사막을 빠르게 누비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험비는 미군의 상징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뷔 30년이 넘은 험비인 만큼 시간이 지나며 단점이 생겼다. 최근 IS를 비롯한 테러 조직의 급조폭발물(IED)을 방어하지 못해 사상자가 증가한 까닭이다. 이에 2018년부터는 오스코시 사() JLTV가 전술차량의 자리를 물려받을 예정이다. JLTV(Joint Light Tactical Vehicle)는 합동 경량전술차량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40~52도의 다양한 기온 환경에서 문제 없이 기동한다. 여기에 1m의 수직 장애물 돌파력은 물론 최대 수심 150cm의 도강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험비의 약점이었던 대IED 능력과, 테러 조직들이 많이 사용하는 RPG-7 고폭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람보르기니 LM002,
SUV 시대의 가능성을 제시한 12기통 군용차

그런데 1970년대 미군의 전술 차량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기업 중 슈퍼카 제조사인 람보르기니도 있었다. 람보르기기는 1977, 크라이슬러의 V8 엔진을 얹은 치타(Cheetah)를 개발했으나, 이 자동차는 테스트 중 대파되어 군납에 실패했다. 이에 람보르기니는 각고의 노력 끝에 1981년에 LM001을 개발했다. 이 자동차는 외형은 치타와 거의 같았으나, 엔진은 AM 제너럴의 V8 엔진을 얹었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탄생한 것이 1986년의 LM002였다. LM002는 직선 위주의 투박한 외관을 갖고 있었으며, 군용 자동차의 필수성능인 방탄효과를 위해 7.5mm의 장갑을 채택했다. 5.2(5,167cc)리터 V12엔진을 채택했는데, 이는 람보르기니 쿤타치에 장착됐던 엔진이다. 여기에 5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해 파워트레인을 완성했다.
 
이 자동차의 연료탱크의 용량은 290L에 달했다. 하지만 290L를 주유해도 주행가능거리는 800km에 불과했는데, 연비가 2.75km/L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산유국인 미국이라 해도, 전술차량으로 이 자동차를 선택할 수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자동차는 2012, 콘셉트카로 등장하는 SUV 우루스 개발의 토대가 되었다.


기아, 추억의 레토나와 대체한 얼굴 KM1

2010년대 초반까지 군생활을 했던 이들에게는 지휘관 차량으로 쓰이는 레토나에 대한 추억이 하나씩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이제 이 추억은 재입대를 한다 하더라도 볼 수 없는 진짜 추억이 됐다. 영원한 1호차인 레토나가 2013년을 마지막으로 생산이 중단된 까닭이다. 레토나의 빈자리는 2016년부터 KM1이란 이름의 소형전술차가 물려받았다.

KM1은 다소 무겁다. 기본형은 공차중량 5,700kg, 롱 휠베이스 버전은 7,000kg에 달한다. 하지만최고 출력 225hp를 발휘하는 3.0리터 V6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된 파워트레인으로 이 차체를 움직인다. 연료 수급이 어려울 수 있는 야전의 특성을 반영해 항속거리는 600km에 달한다. 장갑은 관통력이 강한 AK계열의 소총 탄환으로부터 견딜 수 있으며, 지붕과 바닥은 지뢰와 포탄의 파편까지 방호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레토나에는 없던 에어컨과 네비게이션까지 장착된다.

기존의 레토나와는 달리 KM1은 기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출시된다. 기본 섀시를 바탕으로 각 부분을 모듈화하여, 4인승과 8인승의 지휘차, 기갑수색차, 통신장비 탑재차, 픽업 트럭 등 7가지의 형태로 조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쉐보레, 전기차를 이용한 군용차에 도전

전쟁터에서 산과 강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군용차라 할지라도 환경규제는 피할 수 없다. 쉐보레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베이스로 군용차 콜로라도 ZH2를 제작 중이다. 이 자동차는 오는 2017년부터 실전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불과 몇 개월 후면 만나볼 수 있다.

세부적인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군용차답게 전폭 2,030mm, 전고 1,930mm의 큰 차체를 갖고 있다. 다양한 조건의 지형을 넘나들 수 있도록 휠은 37인치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만한 것은 동력원이다. 기존 군용차처럼 큰 배기량의 엔진 대신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의 산화과정을 통해 전기동력을 얻는 방식이다.

이와 같이 전장에서 수소연료전지 차를 사용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다. 먼저 엔진처럼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적진에 은밀하게 침투가 가능하며, 발열이 적어 열화상 카메라에 노출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또한 험로를 주파하기 위해서는 높은 토크가 필요한데, 전기모터는 출발 직후부터 최대토크가 발생해 동력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대신 물자 공급이 제한적인 전장의 특성상 연료 보급과 정비성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군사 기술은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고 있는 기술이 먼저 적용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생사가 결정되는 전장에서, 적보다 앞선 기술은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하고 아군 및 해당 국가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된다. 하지만 전쟁이 없는 평화 시에는 민간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그 실제의 경험 및 사례를 축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군용 자동차의 존재 의미도 이와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