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AMG의 원 맨 원 엔진, 엔지니어의 영혼을 담다

만든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물건들은, 특별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물건에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걸고 작업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디비전 메르세데스 AMG의 엔진들은, 각 엔진마다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는다. 엔지니어에게는 책임감을, 운전자에게는 최첨단 기술의 AMG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감동을 주는 시스템, ‘원 맨 원 엔진에 대해 알아보았다.

소규모 튜너에서 다임러 오토그룹의 일원으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디비전인 AMG는 창업자인 한스베르너 아우프레흐트, 에르하르트 멜허, 그리고 아우프레흐트의 고향인 그로사스파흐의 머릿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둘은 모두 메르세데스 벤츠의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들이 1967년에 설립한 AMG는 레이스카 엔진 튜닝 전문 회사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1971년 벨기에의 스파 프랑코샹 24시 내구레이스에서 우승, 1986투어링 카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연승을 거두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계기로 1988년부터 벤츠와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맺으며 벤츠 차량의 고성능 AMG엔진을 전담하게 되었다. 그러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1990년대 말에 51%, 2003년에 지분 전체를 인수하면서 다임러 그룹의 일원이 됐다.
 
비록 다임러 오토그룹의 일원이 되었지만 AMG는 독일의 아팔터바흐라는 소도시에 그대로 위치해 있다. 아팔터바흐에서 엔진을 만들어 메르세데스 벤츠의 생산라인으로 보내면, 그곳에서 이 엔진을 차량에 마운트한다. 이렇게 해서 비로소 소비자들 앞에 선보일 AMG 차량이 탄생한다. 이렇게 AMG는 지난 50년 간 메르세데스 벤츠의 질주 성능에 아쉬움을 느끼던 이들을 만족시켜 온 것이다.

꼼꼼히, 천천히 만들어지는 강하고 빠른 엔진

메르세데스 AMG는 약 50명의 엔지니어가 각자 한 기의 엔진 생산 공정 전 과정을 책임지는 원맨 원 엔진방식을 택하고 있다. 원 맨 원 엔진 방식은 일반 양산차 제조사들의 작업자들이 컨베이어 벨트 앞 각자의 위치에서 한 가지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분업 방식과는 판이하다. 즉 한 명의 엔지니어가 카트 형태의 작업대를 이용해 자 형태의 작업장을 돌며, 25개의 공정을 거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엔진이 완성되기까지는 평균 3~5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이렇게 완성된 엔진에는 엔지니어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명판을 붙인다. 하나의 엔진을 만드는데 일반 양산 방식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하루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엔진의 개수는 2개에서 3개 정도다.

또한 메르세데스 AMG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자동차의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관여한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이 정확히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섀시와 세세한 부품의 위치까지 명확히 이해해야 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메르세데스 AMG 엔진 엔지니어들이 자동차를 보는 시야는 매우 총체적이고 종합적이다.
 
때로는 고성능 디비전의 차량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있다. 각 제조사는 그런 고객들을 위한 인디비주얼 오더도 진행하며, 메르세데스 AMG 역시 특별한 개별적 요구에 부응하는 차량을 제작할 때도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AMG의 엔지니어들은 한 부분이라도 완벽하게 완성시키지 못할 요구 사항이라면 정중히 거절한다. 이름을 걸고 나가는 자동차인 만큼, 자부심 못지 않게 책임감도 크기 때문이다.

AMG의 대중화와 시대의 흐름에 맞춘 변화

AMG는 다임러 오토그룹에 합병 되기 이전을 포함해,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원 맨 원 엔진 방식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6, 2.0리터 45AMG, 3.0리터 43AMG 등 낮은 배기량의 AMG 엔진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맨 원 엔진 방식으로는 수요를 맞출 수 없었다. 따라서 메르세데스 AMG는 엔진 기종별로 생산 장소를 분리했다. 6.0리터 V12엔진(65AMG)은 만하임에 설치된 라인에서, 4.0리터 V8 바이터보 엔진과 3.0리터 V6(43AMG), 2.0리터 직렬 4기통 엔진(45AMG)은 아팔터바흐에서 기존의 원 맨 원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또한 늘어나는 수요를 뒷받침할 엔지니어들을 확충 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는 기존 AMG의 원 맨 원 엔진의 정신은 이어가되 시장의 수요에 부합하는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 때,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한 명의 엔지니어가 이런 전체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성장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메르세데스 AMG 차량이 비싼 것은 바로 이러한 장인적 기술과 시간의 가치라 할 수 있다.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자신들이 가진 특별함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의 욕구를 맞추기 위해, 그 어느 브랜드보다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AMG 역시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원 맨 원 엔진은 분명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며, 추후 그 변화의 폭은 더욱 확장될 수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AMG는 그들의 철학이 엔진의 퍼포먼스에 있으며, 원 맨 원 엔진은 그 전통을 지키기 위한 제작 방법이라는 유연한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김은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