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구역, 이게 최선입니까?

어린이 보호구역은 말 그대로 자동차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하지만 어린이 보호구역은 현재 CCTV부족, 불법 주 정차 문제 등으로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어린이 보호구역의 기준은?

도로교통법 제 12(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는 시장 등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시설의 주변도로 가운에 일정 구간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자동차 등의 통행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해당 법령에서 가리키는 시설 중 가장 중요한 곳은 역시 초등학교, 유치원, 특수학교, 학원이라 할 수 있다. 해당시설들은,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 일정 구간을 보호구역으로 하여 어린이들을 보호하게 된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학교장이나 유치원장 등 시설주가 지정 절차를 통해 관할 경찰에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 시설의 아동 보호 목적이 차량 통행의 원활성이나 운전자들의 안전과 애매하게 겹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 특히 교통 혼잡 지역 인근에 있는 시설일수록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경찰 측은 국민안전처 장관과 협의하고,  교육부, 행정자치부 및 국토교통부의 공동 부령을 근거로 하여 지정한다. 지난 5월부터는 학교와 학원 등 시설주의 신청이 없더라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직권으로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이 보호구역 아닌 사고구역?

도로교통공단이 조사한 어린이 보호구역내 어린이 교통사고(12세 이하) 발생건수를 보면 2013 427, 2014 523, 2015 541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나는 사고유형을 살펴보면 횡단 중 일어나는 교통사고가 49.9%를 차지했다. 운전자들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주로 하는 법규위반은 보행자보호의무위반이 41.1%로 가장 많았다. 이는 횡단하는 어린이를 잘 인식하지 못해 생긴 사고이거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지켜야 하는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지정되어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은 노란색 표지판, 노면의 색깔 등으로 일반 도로와 구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운전자가 이러한 표시들을 무시하고 규정속도를 위반해 지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어린이 보호구역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CCTV와 과속카메라가 부족한 까닭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CCTV와 과속카메라의 설치를 늘리고 어린이의 안전한 보행을 도와주는 실질적인 방법을 고안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 이게 최선입니까?
도로교통공단 제공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지켜야 할 것

어린이뿐만 아니라 보행자보호의무의 위반은 운전자의 방심이 주 원인이다. 30km/h 이하의 주행과 3급 운전(급출발, 급가속, 급정지)도 하지 말아야 한다. 지정 속도를 지키지 않을 경우, 속도를 얼마나 위반했느냐에 따라 과태료가 다르게 측정된다. 20km/h 이하는 7만원(승용차 기준), 20km/h 초과 40km/h 이하는 10만원(승용차 기준), 40km/h 초과 60km/h 이하는 13만원(승용차 기준), 60km/h 초과는 16만원(승용차 기준)이다.

또한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으로 주정차 역시 어린이들의 안전을 해치는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불법주차된 차량에 가려져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린이를 다른 운전자가 발견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불법 주 정차를 할 경우, 일반 과태료의 2배인 8만원(승용차 기준)이 부과된다.

어린이 보호구역 표준모델을 정비하다

지난 8, 국민안전처에서는 통학로 안전과 교통사고 예방 목적을 위해 어린이보호구역 정비 표준모델을 마련했다. 현장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비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교육부, 경찰청, 민간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이렇게 정비된 표준모델은 추후 지방자치단체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어린이보호구역 정비 유형은 간선도로와 국지도로로 구분해 도로의 기능, 보행안전성, 횡단안전상 등의 여건을 감안해 6가지 유형으로 표준모델을 제시했다.
 
유형별 표준모델은 간선도로, 국지도로 별로 각각 A타입, B타입, C타입으로 나뉜다. A타입은 보도설치 등 보행안전성은 있으나 도로횡단 시 안전성이 미흡한 경우이고 B타입은 도로횡단 시 안전성은 있으나 보도 미 설치 등 보행안전성이 미흡한 경우다. C타입은 보행 시 안전성과 횡단 시 안전성이 모두 미흡한 경우로 구역의 상황에 알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형별 공통 필수시설은 어린이보호구역통합표지, 정차 금지표지, 어린이보호구역 노면표시 등을 정비한다. 선택시설로는 차량속도저감시설, 보행안전시설, 횡단안전시설, 주 정차 금지시설 등 지역별 도로교통환경에 맞게 정비하도록 한다.

우리 지역 어린이 보호는 우리 손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도 별도의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의 용인시에서는 2015년부터 어린이 보호구역 개선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녹색신호와 연동되어 자동으로 횡단보도를 밝히는 기능과 CCTV까지 탑재되어 있는 보행신호 음성안내 시스템의 시범 설치를 시작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 안심길을 조성해오고 있다. 안심길에는 도로 선형을 S자로 만들어 차량의 속도를 줄이게 하는 S자 도로(시케인) 설계와 차도의 폭을 물리적 또는 시각적으로 좁게 한 차로폭 줄임(초커), 교차로 전체 또는 횡단보도 구간을 인도와 같은 높이로 설계한 고원식 교차로, 고원식 횡단보도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키며 안심길 조성을 추진해가고 있다. 2016 9월 기준으로 총 3곳의 초등학교에 안심길이 조성되어 있다.

또한 지난 2월부터 용인시 기흥구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 5곳에 노란색 신호등을 시범적으로 설치했다. 이후, 반응이 좋아 기흥구 내 어린이 보호구역 중 신호등이 있는 39개소까지 확대할 예정으로 노후 된 곳을 우선으로 설치한다. 내년까지 10곳에 추가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3년 이내에는 기흥구의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의 신호등에 적용될 예정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이게 최선입니까?
용인시의 어린이 보호구역(자료제공: 용인시청)

서울시 도봉구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에 태양광 LED 표지병을 설치했다. 이는 안전한 야간 보행을 위한 것으로 마주 오는 차량과의 사고를 예방하고 횡단보도를 좀 더 눈에 띄게 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태양광 LED 표지병은 낮에 햇빛을 받아 충전이 되고 밤에는 녹색등이 점등되어 가시거리 100m 이상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1회 충전으로 5(1 8시간 기준) 이상 유지되며 섭씨 80도 이상에도 작동이 가능해 기후변화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LED 표지병은 현재 관내 어린이보호구역 42개소에 총 964개가 설치되어 있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옐로카펫’

현재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는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옐로카펫 행사를 펼치고 있다. 횡단보도를 중심으로 바닥과 인도에 접해 있는 벽에 노란색 알루미늄 스티커를 붙여 주변과 확연히 구별되는 색채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설치물이다. 어린이는 옐로카펫 안에서 교통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면 운전자는 쉽게 어린이를 인지할 수 있다.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친환경 램프를 사용해 밤에도 사람이 근처에 오면 자동으로 램프가 켜지면서 보행자를 안전하게 비춘다. 옐로카펫은 횡단보도 진입부의 벽과 바닥에 노란색 삼각형 모양으로 설치된다. 또한 횡단보도가 없더라도 아동 통행량이 많고 위험한 곳이라고 판단될 경우 예외적으로 옐로카펫을 설치할 수 있다.
 
옐로카펫이 어린이 보호구역에 설치되기 위해서는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이후 5주 간의 추진과정이 전개된다. 주민대산 설명회와 횡단보도 안전조사를 통해 엘로카펫 장소를 선정한 후, 워크숍을 거쳐 제작되는 방식이다. 제작 이후 유지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이게 최선입니까?
황색 페인트의 시인성을 활용한 옐로 카펫(자료제공: 옐로카펫 홈페이지)

어린이를 보호하는 것은 어른의 의무다. 차를 운전하는 어른의 배려가 없다면 도로를 보행하는 어린이의 안전은 한 순간에 위협받을 수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의 도입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보호구역에서 정해져 있는 법을 지키는 자세 역시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김은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