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말부터 2016년 한 해 자동차산업의 이슈를 이끌었던 키워드는 바로 자율주행이었다. 자율주행 차량의 논의는 단순히 조작권을 운전자로부터 이양받는 기능적인 자율주행부터, 사물인터넷에 기반해 도로교통 시스템의 전반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히 자동차 산업은 통신 기술의 이슈를 참조하지 않을 수 없다. 통신 뿐만 아니라 2017년 자동차 산업의 핫 키워드가 될 5G(5세대 무선 통신 기술) 및 이와 연관된 자동차 제조사들의 주목할 만한 움직임, 그리고 예상되는 트렌드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5G 무선 통신은 28㎓(기가헤르츠) 대역의 고주파수를 비롯, 기존에 사용하던 1㎓ 미만의 저주파와 1~6㎓ 사시의 중대역, ‘mmWAVE’라고 부르던 24~40㎓ 대역의 주파수 모두를 사용하는 통신 혁명이다. 사실 일반 통신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LTE(롱텀에볼루션) 등의 등장도 엊그제의 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여기에 기술적 진보 속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5G라는 키워드의 대두가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와 관계된 부분이라면 이 문제는 여유롭지 않다. 이미 자율주행차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면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까닭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 주행기능으로 작동하던 차량들의 사고로 인한 운전자 사망이다. 이는 자율주행 기능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추후, 자율주행 차량이 연결된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릴 경우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이다. 특히 한국처럼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교통량이 집중되는 환경에서 수많은 차량으로부터 생성되는 정보들로 인해 오류가 생길 경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각 자동차 제조사들은 세계적 IT 기업 및 통신사와 긴밀히 협력해오고 있다.
5G 통신 기술은 오는 2020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2016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임을 감안하면, 5G 시대는 이미 가까이 다가왔다. 최근 출시하는 차량들은 추후 이러한 통신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메리트로 활용할 만한 스마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애프터마켓에서는, 스마트 시스템이 없는 순정 차량을 겨냥한 다양한 거치형 및 매립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 제조사도 제조사지만, 각 통신사와 IT 기업 역시도 자동차 제조사와의 협업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는 다름아닌 통신사와 IT 기업에 있어 새로운 이윤 추구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IT와 통신사들은 정보를 가공해 상품으로 판다. 게임이든 개인 채널이든 가공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상품을 다양화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스마트 디바이스의 발전도 실질적으로 한계에 이르렀으며, 보급 역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생산되는 데이터의 형태는 답보 상태였다. 그런데 자동차가 생성해내는 정보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수많은 자료가 되어 줄 가능성이 크다. 엄밀히 말하면 자동차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삶이 상품성 있는 정보라는 의미인 것이다.
국내의 경우 최대 통신사인 SK텔레콤이 BMW와 긴밀한 협력 중이다. 두 회사는 지난 11월 중순, 5G 무선통신 커넥티드카 기술 분야 연구 협력을 위한 양해 각서를 맺었다. 또한 인천 영종도의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5G 단말기가 설치된 두 대의 차량을 이용해, 자동차가 주행 환경을 인식하고 대처하는 방식을 테스트하는 시연 행사를 가진 바 있다.
그런가 하면 LG U플러스는, 쌍용차와 손잡고 5G 통신 기술을 이용한 커넥티드 기술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음성인식, 홈 IoT 등 LG U플러스가 강세를 보이는 분야와 쌍용차의 스마트 시스템 기반이 되는 마힌드라의 테크 마힌드라 텔레매틱스 플랫폼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복안이다. 이외에 KT는 국토부와 함께 판교 제로시티에 자율주행 실증 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양해각서는 한계를 지닌다.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기에 서로 기술적으로 얻을 것을 얻고, 리스크는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물론 이는 기업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추후 해당 분야에서 민감한 이슈에서 책임 소재를 특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예컨대 시스템 오작동에 의한 인명 사고 시 책임 비율을 어느 쪽이 더 많이 부담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책임을 넘기기 위한 ‘빠져나갈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커넥티드카 사업은 글로벌 제조사들의 미래 전략이 아니라 현안 주력 사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대응 방법은 각 제조사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위에 언급한 BMW를 비롯한 다임러 그룹과 아우디는 에릭슨, 화웨이, 인텔, 노키아, 퀄컴 등 글로벌 IT 기업과 함께 ‘5G 자동차 협회(5G Automotive Association, 5GAA)’를 설립하고, 기반 기술적인 부분의 논의를 확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가 하면 포르쉐는 2016년 상반기, 디지털 분야 사업부인 포르쉐 디지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커넥티드카는 물론, 주차장 공유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네트워크 기반 기술의 적용을 연구하고 있다. PSA는 카쉐어링, 텔레매틱스 등 네트워크 기술이 필요한 분야의 스타트업이나 기존 사업자들에게 투자하거나 이들을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5G 상용화 시대에 대비 중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토요타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이에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자동차 산업의 매력은 근본적으로 일정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는 실물 경제의 첨병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화가 진행되더라도, 물리적인 자재가 필요하고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는 IT나 통신 분야 산업이 가진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다. 자동차 산업 역시 기존 제조업의 시각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점이 5G 시대를 앞둔 협업의 장점일 것이다.
또한 5G 통신 혁명은 자동차 산업의 이방인이었던 기업이 자동차 연관 산업으로 뛰어들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하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의 세계적 음향기기 기업 하만 인수다. 경제 전문가들은, 하만이 건실한 기업이긴 하지만 삼성이 고작 3~400억 달러대의 매출을 올리는 음향기기 분야만을 보고 하만을 인수한 것은 아닐 것으로 파악한다. 물론 하만은 JBL, 렉시콘 등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강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이를 발판으로 삼아, 자동차 산업으로 다시 뛰어들려는 의도에 무게가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5G 통신 혁명에 기반한 커넥티드카 시장은, 2020년 최대 19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자동차는 그만큼 새로운 전자 부품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2017년의 주요 모터쇼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까닭이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