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게시 시점부터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사진들이 있다. 바로, 슈퍼카와 같은 초고가 차량들의 사고 사진이 그것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해, 2016년에는 15%를 넘어섰다. 이는 도로에 주행 중인 자동차 10대 중 1.5대가 수입차이며, 사고 시 천문학적 수리비가 발생하는 초고가 기종의 수도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동차들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기본 몸값만 수억 원대
한국의 무역수지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근접한다. 그러나 상류층의 생활 수준은 그 이상이다. 또한, 이로 인해 고급 자동차들의 판매량이 많아, 해외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눈여겨보는 시장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S클래스는 2014년에 신형을 선보인 후, 2016년 7월까지 총 판매량 2만 대를 돌파했다. 현재 판매 중인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의 최저 트림은 1억 3,500만원이며, 최고 트림의 가격은 1억 9,61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판매량이다. 또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급 디비전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의 S클래스는 최고 3억 1,700~3억3,000만원에 달하는데, 이 차량들 역시 가격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클래스는 지난 2015년 4월에 출시한 이후, 5개월 만에 533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판매량 중에서 2위에 해당하며, 국내보다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보다 높은 수치였다.
폭스바겐 산하의 벤틀리 역시 고가의 차량임에도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다. 이런 벤틀리의 실적에는 한국이 일익을 담당했다. 2014년, 전 세계에서 벤틀리의 플라잉스퍼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으로 서울 청담동 소재의 전시장이 선정됐을 정도다. 또한 이듬해인 2015년에는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이 36% 증가했다. 국내에 시판 중인 벤틀리의 라인업은 컨티넨탈 GT, 플라잉스퍼, 뮬산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격은 차종에 따라 2억 4,500~4억 8,8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벤틀리의 맞춤형 옵션인 뮬리너를 적용하면 가격이 급상승한다.
알고 보면 ‘억’대의 자동차?
위와 같은 초호화 기종은 도로에서 만나면 당연히 조심해야 할 차량들이다. 하지만, 이 밖에도 도로에는 양의 탈을 쓴 늑대들도 존재한다. 바로,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 그것이다. 이 차량들의 가격은 기본형 세단의 2~3배에 이른다.
고성능 스포츠 세단은 고객의 니즈에 따라, 세단의 실용성과 스포츠카의 고성능을 결합한 차량이다. 이와 같은 자동차들은 대부분 자사의 고성능 디비전을 통해 선보이며, 최소 가격이 7,000만원에서 최대 2억 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차들은 기본형 세단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외형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외형이 크게 다르지 않은 까닭에, 일반적인 수입 세단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고 시 수리비 역시 증가한다.
이러한 자동차들의 판매량 역시 꾸준히 상승 중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라인업인 메르세데스 AMG는 올해 11월까지 1,760대를 판매했다. 메르세데스의 AMG라인의 가격은 6,000~3억 원으로 형성돼있다. BMW의 고성능 디비전인 M도 11월까지 482대를 판매했다. M시리즈(M2 제외)의 기본 가격이 ‘억’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판매량이라 할 수 없다. 특히 이와 같은 고성능 기종들에는 값비싼 자동차 소재를 적용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 ‘폭탄’수리비와 렌트비를 맞을 수도 있다.
썩어도 준치, 연식이 오래된 수입차
연식이 오래된 수입차의 중고 가격은 수백만 원에 불과하지만, 사고 발생 시 큰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이는 오래된 수입차의 부품은 해외 본사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수성과 부품의 이동 기간 때문에 오래된 수입차의 부품 가격은 차량 가액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할 때는 통상 항공 편이나 선박을 이용하는데, 기본 2주 이상 소요되기 마련이다. 이는 오래된 수입차의 수리 기간이 길어지는 주 요인이며, 이로 인해 높은 렌트 비용으로 이어진다. 또한, 오래된 연식의 수입차 일지라도, 렌터카는 동급 배기량을 가진 수입차가 배차된다. 다만 2016년 3월,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 표준 약관을 동종의 차량 대신 동급의 최저 차량을 지급하도록 변경했다. 따라서 2016년 4월 1일 이후에 가입했거나 갱신한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상대방에게 동급의 국산 차량을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 보험을 갱신하지 않은 운전자와 사고가 나게 되면, 기존과 동일하게 수입차가 배정되므로 주의를 요한다.
‘억’소리 나는 수리 과정
수입차의 증가와 함께 비싼 수리비로 인한 운전자들의 민원과 보험사들의 손해액 증가가 이슈화되자, 국토교통부는 2014년 7월에 국산·수입차의 부품 가격 공개 제도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각 제조사들은 부품 가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의 부품 가격을 소개한다.
앞서 예로 든 벤틀리는 자동차 가격만큼이나 고가의 부품값을 자랑한다. 벤틀리 컨티넨탈을 기준으로 프론트 범퍼는 442만원, 헤드라이트는 447만원에 달한다. 리어램프는 부품 번호에 따라 220~770만원이며, 오일펌프는 115~332만원에 달한다.
E세그먼트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E클래스와 1위 자리를 다투는 BMW 5시리즈의 경우 프론트 범퍼는 138~164만원, 헤드라이트는 153~175만원, 보닛은 59~107만원, 오일펌프는 39~74만원이다.
물론 이 가격에 공임은 별도로 책정된다. 벤틀리와 같은 초호화 기종이 아니더라도, 수입차의 수리비는 국산차에 비해 부품과 공임 가격이 2~10배, 일부 고가 수입차는 최고 50배에 달할 정도로 월등히 높다. 이에 대한 해명으로 수입차 업계는 자동차의 연식, 기종의 부품 번호에 따라 가격이 최고 2~3배까지 변동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또, 사고 시 상대 차량이 비싼 부품과 공임이 발생하는 고가 차량일 때, 상대적으로 싼값의 차량의 운전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왜 그럴까? 이는 사고에서 발생한 손해를 과실 비율로 나누는 까닭이다. 100% 상대 차량 손해가 되는 사고라면 모르겠지만, 자신의 잘못이 일정 부분이라도 있다면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수입차:9, 국산차:1의 과실 비율로 사고가 났다고 가정하자. 이로 인해 수입차의 수리비는 990만원, 국산차는 10만원의 견적이 발생했다. 이럴 경우, 두 차종의 수리비 총액인 1,000만원을 9:1의 과실비율로 나누는 것이다. 국산차 운전자는 1의 과실로 10만원의 수리비가 발생했지만, 100만원을 배상해야 하는 까닭이다.
앞서 말했던 수입차의 렌트 비용도 ‘억’소리 나는 수리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2만 대 이상이 판매된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의 롯데렌터카 일일 대여 요금은 80만원이다. 이는 수리 기간을 2주로 산정할 경우, 1,120만원에 해당하는 렌트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또한, 오래된 연식의 수입차라 할지라도, 동급의 렌터카 일일 요금은 5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수입차를 상대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비용은 막연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비싸다. 그렇다면 국내 수입차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산 차량 운전자들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고를 감수하며 운전하는 운전자는 극히 드물겠지만, 사고는 불가항력적인 순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대물 배상 한도를 넉넉하게 설정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다. 다행히 대물 배상 최대한도를 2억에서 10억으로 변경해도 비용은 연간 1~2만 원 정도가 오를 뿐이다. 최근 수입차 업계는 높은 할인율과 공격적인 가격정책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 가격이 낮아졌다고 수리비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교훈 삼아, 운전 시에 좀 더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