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시 복용 주의가 필요한 약은?

질병의 치료를 위해 약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질병의 호전 과정에서 일상 생활에 약간의 어려움을 주는 신체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과 약에 따라 졸음, 어지럼증 등 판단력을 저해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약들은 운전 시에는 복용을 미룰 필요가 있다. 이러한 약물들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이 아니라면, 특별한 단속 규정은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운전자들의 세심한 자발적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약은 졸음 주의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서 난방기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고 감기에 걸리기 쉽다. 업무나 가사도 물론이지만, 특히 운전 중 감기 증세는 괴로움이 더하다. 잦은 재채기나 기침, 코막힘은 운전 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하곤 한다. 증세가 심하거나 인플루엔자일 경우에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약국에서 사 먹기도 한다.
 
그런데 어쩐지 감기약만 먹으면 졸음이 온다 싶은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 감기약에는 콧물과 재채기, 두드러기 등을 유발하는 히스타민 분비를 억제 성분인 항()히스타민제가 들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보험사와 대한약사회가 함께 진행하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 알려진 디펜히드라민 성분이다. 디펜히드라민은 감기약뿐만 아니라, 겨울철 건조한 공기로 인한 먼지 알러지, 반려동물의 털 알러지 등의 다양한 알러지에 복용하는 알러지약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졸음을 유발하는 성향이 강한데,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진은 디펜히드라민 복용 후 운전이 음주운전보다 위험하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외에 자주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 성분 중 로라타딘, 세티리진, 클로르페니라민, 펙소페나딘 등이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운전 시 복용 주의가 필요한 약은?
식약처의 감기약 복용법 리플렛 중 항히스타민제 관련 정보

1세대 감기약인 디펜히드라민 성분 감기약의 졸음운전 유발 가능성을 경고한 대한약사회와 보험사의
협업 캠페인


운전 시 복용 주의가 필요한 약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의 대표약 클라리틴

하지만 한국은 제약업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다양한 대체 성분 의약품이 나와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 약을 처방을 받거나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기 전, 운전할 계획이 있음을 먼저 알리면 된다. 특히 알러지 약의 경우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인 세리티진 성분이 들어간 감기약을 처방받거나 구입해 복용하면 된다. 하지만 2세대 항히스타민제도 졸음 유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오히려 약효 지속 시간이 1세대 항히스타민제에 비해 길다는 점을 확인해 운전 스케줄을 잡을 필요가 있다.

‘약물 운전’은 단속 대상일까?

그런데 약물로 인한 졸음 운전은 단속 대상일까? 이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졸음 운전의 단속에 대해 알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경찰청 교통국 교통안전과에 문의한 결과에 따르면 졸음 운전 자체는 음주 운전과 같이 예방적 단속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땅하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졸음 운전으로 인해 사고를 냈을 때만 처벌의 수위에 참고가 된다고 한다. 물론 지난 7월 영동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대형사고를 낸 버스 기사 등과 같이 그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면 처벌 수위는 올라간다.
 
다만, 도로교통법 45과로한 때 등의 운전 금지규정을 통해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규제 조항이 있다. 그리고 이 중에 약물 운전이 포함된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하는 약물은 주로 향정신성 의약품’, 즉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약품들이다. 흔히 마약류를 떠올릴 수 있지만, 최근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만큼 흔해진 우울 증상이나, 이로 인한 불면증 등을 치료하기 위한 수면 유도제 등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향정신성 의약품이 아닌 수면 유도제나 치료제 등도 있으므로, 만일 해당 질병으로 병원 치료 중이라면 운전 시간이 많음을 의사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운전 시 복용 주의가 필요한 약은?
수면 및 안정제 바리움. 세계적으로 안정성을 인정받았지만 운전 중 복용은 금물이다(자료제공, 한국 로슈)

인플루엔자 처방약 먹었다면 어지럼증을 조심

운전자의 적은 졸음만이 아니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몸의 불쾌한 증상들은 모두 운전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어지럼증도 졸음만큼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독감 치료제 중 하나인 타미플루는 경우에 따라 강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행하는 A형 인플루엔자를 비롯해 인플루엔자 B,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치료제로 쓰이는 이 약은 바이러스 증식에 관여하는 효소 작용을 억제하여, 독감 증세를 약화시키고 기관지 및 폐렴의 2차 감염을 막는 데 사용된다. 이 약의 성분은 인산오셀타미비르인데 대회향이라는 식물의 성분을 정제한 것으로, 1996년 길리어드라는 제약회사가 개발했다. 이후 로슈 사만이 이 약을 독점 생산하며, 독감 시즌에는 약이 부족한 상황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그러나 2016년으로 로슈의 특허권이 종료되며 이미 12월부터는 제네렉(복제약)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강한 인플루엔자의 제압을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만큼 부작용도 강하다. 앞서 언급한 바리움의 제조사이기도 한 로슈는 이 약 75 1 2회 복용 시 1% 이상의 성인과 청소년이 보인 이상반응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특히, 운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어지럼증과 두통의 경우 치료적 목적으로 복용한 이들의 1%에서 발생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예방적 목적에서 이 약을 같은 횟수로 복용한 이들의 7%가 피로감을 호소했다. 피로감은 졸음 운전의 원인이 되므로, 독감에 걸리지 않고 예방적 목적으로 이 약을 복용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운전대를 잡을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운전 시 복용 주의가 필요한 약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 및 예방 약품 타미플루(자료제공, 한국 로슈)

비아그라 복용 후라면, 정신이 바로 설 때까지 기다릴 것

어지럼증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약물 중 하나가 비아그라다. 원래 심혈관계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비아그라는, 출시 후 17년이 지나며 세계적으로 안정성이 검증된 약물이다. 하지만 과욕(?)에 병원에서 처방해준 이상의 양을 복용할 경우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관상동맥 질환이나 부정맥 등의 질병을 가진 환자들은 비아그라를 의사의 처방전 없이 어둠의 경로로 구해 오∙남용할 경우 갑작스런 혈류량 증가로 인해 시야 협소 등의 증상으로 운전 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참고로 비아그라를 복용하는 운전자는, 이 약의 약효 지속시간이 4시간인 점을 고려해 정신이 바로 선 이후에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운전 시 복용 주의가 필요한 약은?
비아그라와 각종 복제약(자료제공, 한국화이자 외)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는 주작용에 따라오는 부차적인 증상이라는 뜻이지, 부정적인 작용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졸음이든 어지럼증이든 약을 먹으면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며, 따라서 굳이 운전을 해야 한다면 이러한 약품의 지속 시간과 운전 스케줄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