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치와 합리성의 조화, 링컨 MKZ

엄청난 판매량, 최신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고성능이 아니어도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는 자동차가 있다. 이런 자동차들의 힘은 개별 차량을 넘어서는 ‘가문’의 힘이다. 물론 이는 그 가문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한 기본기를 지닌 차량만이 보여 줄 수 있는 면모다. 지난 해 9월 국내에 출시된 링컨의 중형 세단인 MKZ가 바로 이러한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자동차다.

자동차 왕국의 적통 왕자 MKZ

지난 2016년 9월 한국에 출시된 링컨의 MKZ는 2013년부터 생산 중인 2세대의 페이스리프트 기종이다. 페이스리프트 기종은 2015년 11월 LA 국제 오토쇼에서 선보였으며 2017년식으로 이듬해 전세계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MKZ의 첫 세대는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원래의 명칭은 미풍을 의미하는 제퍼(Zephyr)였으나, 2007년식부터 MKZ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MK’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50년대 포드의 플래그십 세단명인 마크의 약어로, 2007년부터 링컨의 전 차종에 적용되었다. 따라서 포드의 긴 역사를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크가 1958년 포드의 디비전인 링컨의 기종이 되면서 역시 링컨의 이름으로도 짧지 않은 역사를 갖게 되었다. MKZ는 마크의 약어 ‘MK’와 제퍼의 첫머리를 결합한 것으로, 포드의 역사에서나 링컨이라는 브랜드의 역사에서나 공히 ‘적통’ 왕자인 셈이다.

콘티넨탈의 캐릭터를 입은 페이스리프트 기종

사실 ‘꼬인’ 듯한 콘티넨탈과의 족보는 이 부분에서 해결된다. 아닌 게 아니라, MKZ의 전신인 링컨 LS는 다시 이전 콘티넨탈의 단종에 뒤이어 나온 기종이다. 물론, LS가 콘티넨탈의 후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링컨 콘티넨탈의 이름이 1939년부터 2002년까지 긴 활동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게 된 기간 동안 LS는 콘티넨탈의 자리를 대체해야 했다. 그래서 LS는 콘티넨탈의 왕관을 본의 아니게 이어받은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콘티넨탈과 LS는 애초에 체급도, 지향하는 가치나 포지셔닝도 달랐다. 링컨 콘티넨탈의 9세대(1995~2002) 전장이 5,296㎜(1998년 페이스리프트 기종 기준)에 배기량 4.6리터(4,601cc) V8 엔진을 장착한 대형 세단이었다. 그에 비해 비슷한 시기에 판매 중이던 1세대 LS는 전장 4,925㎜에 재규어 S타입과 3.0리터(2,967cc)의 배기량을 지닌 중형과 대형 사이의 자동차였다. 재규어 S타입이 E 세그먼트인 XF의 전신인 점을 감안하면 콘티넨탈과 LS의 차이는 보다 정확해진다. 그럼에도 콘티넨탈의 부재로 인해, 다소 애매했던 존재감 때문인지, 판매량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2006년을 끝으로 단종되고 말았다.


브랜드 가치와 합리성의 조화,
링컨 MKZ
링컨 LS(2005)

그런데 2017년형 MKZ의 디자인은 2015년 뉴욕 오토쇼에서 부활을 알린 후, 2016년부터 세계시장에 선보인 10세대 콘티넨탈과 매우 닮아 있다. 특히 격자형 그릴, 그릴과 분리된 헤드라이트의 길고 부드러운 윤곽, 헤드램프 내 LED 조명의 분할 등은 콘티넨탈을 빼다 박은 모습이다. 여기에 범퍼의 윤곽과 에어로파츠 부분의 분할 구획 등도 콘티넨탈의 이미지와 흡사하다.

측면 디자인의 흐름에서도 MKZ는 콘티넨탈과 같은 체형을 구현했음을 알 수 있다.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에서 시작되는 선이 A 필러를 지나 흐르다가 C 필러에서 한 번 강조되는 모습이라든가, C필러에서 후미로 이어지는 차체 윤곽선의 흐름 등은, 길이로 인한 약간의 비례 차이만 있을 뿐 콘티넨탈의 디자인 언어를 이어받고 있다.


브랜드 가치와 합리성의 조화,
링컨 MKZ
10세대 링컨 콘티넨탈
콘티넨탈 아니고 MKZ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디자인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MKZ는 콘티넨탈이 아니다. 즉, 이미지를 통해 콘티넨탈의 상징적 가치를 공유했다면, 다른 부분에서는 철저히 다른 세그먼트로서 MKZ만의 정체성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우선, 디자인 면에서 후미로 돌아서면 반전이 일어난다. 하나로 이어져 있는 테일 램프의 윤곽은 비슷하지만, MKZ는 이 부분에서 보다 직선적인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마치 로보캅의 눈 부분 광학 렌즈와 같은 인상이다. 또한 트렁크의 윗 라인도 예리하게 처리되어 있으며 기계적인 인상을 준다.

실내 디자인에서도 콘티넨탈의 여유로움보다는 과거 LS가 보여 주었던 것과 같은 직관적, 직선적 인상이 강하다. 센터페시아는 마치 밀대로 밀어서 정리한 것 같은 반듯한 인상이며 운전자의 편의성에 보다 집중한 모양새다. 콘티넨탈의 센터페시아가 운전자에게 불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간 동승자의 조작도 고려한 측면이 있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는 MKZ 역시 고급 차량이므로 전체적인 인테리어에서는 럭셔리 세단의 분위기를 강조했다. 격자형 무늬가 인상적인 가죽 인테리어 트림은 동급의 독일 세단들이 보여 주는 명쾌하고 심플한 인테리어와는 다른 유려하고 수공예적인 멋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콘티넨탈보다는 젊고 스포티한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실내측 도어 손잡이 주변의 인테리어 트림 윤곽선도 콘티넨탈에서 느낄 수 없는 날카로움이 표현되어 있다.

MKZ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기존 라인업에 있던 3.7리터(3,719cc) 배기량의 V6 가솔린 엔진을 제외하고 3.0리터 V6 트윈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 출력은 전륜 구동 기종의 경우 350hp, 4륜 구동 기종의 경우 400hp에 달한다. 최고 출력이 분출되는 엔진의 회전 영역은 두 사양 모두 5,500rpm이며, 최대 토크도 공히 55.3kg∙m(2,750rpm)이다. 물론, 3.0리터 엔진 장착 기종은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지만,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는 기종이기도 하다.

국내 출시 차량의 동력 사양은 보다 합리적인 2.0리터 에코부스트 엔진 장착 기종 및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구동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두 종류다. 포드의 엔진 라인업 중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에코부스트 엔진은 2.0리터(1,999cc) 배기량의 직렬 4기통 싱글 터보 엔진으로 243hp(5,500rpm)의 최고 출력과 37.3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공히 6단 셀렉트 시프트를 적용하였으며 시프트패들을 적용해 보다 다이내믹한 변속도 가능하도록 했다.
   
  에코부스트 엔진 장착 기종 경우 전륜 및 4륜 구동의 선택이 가능하다. 전륜 구동 기종은 10km/L(도심 8.4km/L, 고속 13.1km/L) 4륜 구동 기종은 9.6km/L(도심 8.0km/L, 고속 12.5km/L)의 복합 연비를 보인다. 참고로 4륜 구동방식의 선택은 200A와 300A 두 가지 등급 중 후자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구동 모터를 결합한 MKZ 하이브리드는 139hp의 시스템 최고 출력과 17.8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무단 변속기를 결합해 파워트레인을 구성하였으며 복합 연비는 15.8km/L(도심 15.3km/L, 고속 16.2km/L)에 달한다. 공차중량이 1,775kg인데 같은 배기량과 비슷한 체급의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량 중에서는 수준급의 연비라고 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구동 모터만을 사용하는 전기 모드로 최고 137km/h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MKZ의 미국 내 판매량은 압도적인 편은 아니다. 그러나 페이스리프트 이전까지 연 평균 3만 대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제왕’ 콘티넨탈의 귀환에 맞추어 등장한 MKZ는 콘티넨탈의 이미지를 공유한 브랜드의 역사적 가치 활용 등의 전략으로, 이 정도 판매량에 머물 수 없다는 의지는 분명히 내보였다. 아직 2017년 판매량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MKZ에 대한 미국 시장의 평가는 우호적이었다. 특히 마침 비슷한 세그먼트인 캐딜락의 CT6가 나오며 함께 경쟁구도를 이루어 출시 초반 이슈 메이킹에도 성공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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