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자동차의 실내 감성을 좌우하다

시트의 재질은 자동차를 고르는 데 있어,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동력 성능과 편의 장비가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자신과 시트 재질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고, 이는 운전자의 컨디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자동차 시트의 소재에 따른 운전자의 주행 감성 등의 조화를 살펴본다.

시트의 자격?

운전자가 바라는 시트의 가치란 어떤 것일까? 우선 안락감과 안정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이를 느끼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여기서는 바른 운전자세(액셀러레이터 반대편의 발판에 발을 얹었을 때 무릎의 각도가 120° 내외)를 취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운전 시의 안락감과 안정성은 독립적인 요인이기도 하지만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도 한다. 통상 서있을 때보다 머리로부터의 하중을 더 크게 감당해야 하는 척추를 얼마나 지지해줄 수 있는가가 안정성이라고 한다면, 이는 시트의 구조적인 부분, 즉 시트의 형태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른 운전 자세에서 시트의 재질에 대해 미끄러짐이나 이물감 등을 느끼지 않는 안락감이 전제된다면, 그만큼 운전자 스스로가 안정성 있는 자세를 취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기능성과 편의성이 추가된다. 이 역시 독립적인 요소이자 안락감 및 안정성과 상호작용한다. 예컨대 통풍이나 온열 등의 온도 조절 기능은 시트의 재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시트의 안락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뉴모빌리티 시대로의 이행을 감안했을 때, 편의성은 이전과 다른 차원으로도 요구될 수 있다. 또한 환경 호르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체에의 무해성 등도 고려 사항이 된다. 또한 지속적인 부하와 온도 변화 등으로 인한 변형에 견디는 내구 성능도 중요하다.

디자인적 측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는 본인의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를 고려했을 때, 객관적이지 않더라도 통념상 좋은 시트와 그렇지 않은 시트가 갈린다. 이는 시트가 운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감성이라기보다 2차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봤을 때 각 자동차 시트의 재질은 각기 어떤 영역에서 어떤 만족감을 주고 있을까? 또 소비자들은 시트의 재질에 따라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알고 보면 첨단, 섬유재 시트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섬유재 시트는 큰 인기가 없다. 심지어 일정 가격대 이상의 기종에는 장착해서는 안 될 것으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섬유 시트는 특유의 통기성, 패턴을 통한 디자인의 미학 등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친숙한 소재이기도 하다. 또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소재 섬유의 개발과 피혁 제품에 대한 윤리적 부담 등 여러 요소로 인해, 섬유재 시트는 꾸준히 자동차 시트의 주요재질로 자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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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A 그룹의 엔트리급 자동차인 시트로엥 C1의 섬유재 시트. 저가형이라는 인식을 벗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혔다

섬유재는 통상 직물과 편물 두 가지로 나뉜다. 직물(우븐, woven)은 날실과 씨실을 직각으로 교차하여 만든 것이고 편물(니트, knitted)은 코(loop)를 만들어 뜨개질하듯 짠 것이다. 통상 직물 시트는 가볍고 경제적이다. 플랫 우븐과 같은 경우에는 패턴 디자인의 자유도도 높다. 그렇지만 신축성과 부피감이 적어 안락감이 약하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플랫 우븐 위에 일종의 솜털이나 융과 같은 파일(pile)을 넣어 부피감을 구현한 모켓(moquette)과 같은 소재도 있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 빠짐 현상으로 인해 자동차 실내 환경이 지저분해지는 요인이 되었다. 작은 것에서도 럭셔리를 추구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경차에서도 단순 플랫우븐 시트는 자취를 감춰가는 모양새이나, 유럽의 저가형 차량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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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말리부(1997)의 섬유재 시트. 아직도 북미 지역에서는 섬유재 시트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편물 시트는 코를 이용한 것인만큼 신축성이 높다. 특히 그 중에서도 트리코(tricot)라는 소재가 자동차 시트용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는 투습성과 통기성이 좋은 소재로, 여타 섬유재 시트보다 쾌적한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잘 풀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색상 표현이 제한적인데다 오래 되면 희끗희끗해지는 현상이 단점으로, 역시 고급 자동차용보다는 대중적이고 가격이 낮은 차량의 시트 재질로 적용되었다.

하지만 섬유 산업은 소재공학의 발달과 더불어 해당 시대의 첨단을 걷는 산업이다. 예컨대 2000년대 초반에는 은사를 이용한 항균 섬유가 자동차 시트의 소재로 적용되었다. 또한 섬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일본의 도레이는 가운데가 빈 중공 섬유를 개발했는데, 이러한 첨단 소재 역시 자동차 시트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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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인기 차량 3008은 섬유재와 가죽을 혼용했다

섬유재 시트는 앞서 언급한 특정 소재 하나만을 적용하지 않는다. 부피감을 통한 편안함이 중시되는 엉덩이 부분이라든가 등받이 부분은 볼륨감이 있는 모켓 소재를, 가장자리 부분에 플랫 우븐을 사용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혼합해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특히 가죽 소재와의 혼용을 통해, 오염에 약한 섬유재 시트의 단점을 보완하되, 가죽 시트가 갖지 못한 통기성을 함께 구현하는 등, 섬유재 시트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원단 위에 화학적으로 패턴을 새겨넣는 케미컬 에칭 등 다양한 기법과, 컬러링 기법 등으로 섬유 소재는 자동차 인테리어에서 중요한 위치를 유지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의 ‘급’을 나누는 경계선, 가죽 소재

사실 많은 자동차 유저들은 자동차의 시트 소재로 가죽을 선호한다. 가죽 소재는 일반적으로 비용이 더 높은 편이므로, 고급자동차의 내장재라는 인식이 오래 자리잡아 왔다. 또한 기능적으로는 내구성이 높고, 안락감과 안정감이 높다. 또한 외관 면에서 자동차와 높은 일체감을 보이며, 스티치, 염색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름철 선크림 등으로 인한 오염 및 착색 등이 발생하기 쉽고, 파손되었을 때 복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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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최고급 가죽 시트

가죽은 사전적으로 동물의 몸을 감싼 껍질(skin)이나 이를 가공한 상태의 것(leather)를 모두 이르는 말이다. 또한 가죽은 여러 층으로 나뉘는데 상층부에 짐승의 털이 나 있던 부분을 가공한 것을 그레인(은면혁), 그 아래층을 스플릿(상혁)이라 부른다. 그레인의 뒷면을 숫돌 등으로 문질러 마치 천과 같은 질감을 내는 것을 스웨이드라 부르는데, 털이 나 있는 쪽을 스웨이드 같은 질감으로 구현한 것을 누벅(nubuck, ‘new buckskin’에서 유래)이라 한다.

스웨이드 재질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재질도 있다. 스포츠카나 레이싱카, 럭셔리 세단의 시트로 사용되는 알칸타라가 대표적이다. 알칸타라는 동일한 이름을 가진 이탈리아 제조사의 제품명으로, 1970년대 일본 도레이 그룹의 미요시 오카모토라는 연구원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재는 밀착감이 높은데다, 손으로 쓸었을 때 생기는 자취의 자연스러움 등으로 인해 인기가 높다. 또한 난연성도 이 소재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스티치 부분에서의 내구성이 조금 약하고, 구멍이 나면 소재가 급격히 약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알칸타라 옵션을 적용한 자동차의 소유주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알칸타라 옵션을 적용한 BMW M6(왼쪽), 포르쉐 911 카레라 GTS (오른쪽)

가죽에 보다 부드러운 성질과 유연성, 그리고 밀착감을 부여하기 위해 크롬염이나 황산염으로 무두질해 만든 것이 바로 나파 가죽이다. 나파 가죽은 와인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나파 밸리에서, 에마누엘 마나세라는 가죽 가공업자가 발명한 기술로, 가죽이 마치 천과 같이 하늘거리도록 만드는 공법이다. 고가에 해당하는 사양이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트림에 추가되고 있다.

싼타페 2.0 가솔린 터보 기종의 최고급 트림 밸류플러스(왼쪽)와 308 GT 라인 레더 에디션의 나파 가죽 시트
지속 가능성과 첨단의 조화

환경에 있어, 자동차는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각 제조사들은 자동차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양한 친환경적 공법을 연구하느라 골몰하고 있다. 자동차 내장재도 마찬가지다. BMW i3는 재생 가능한 폴리에스테르로 만든다. 물론 폴리에스테르는 자동차의 섬유재 시트로 일반적인 소재로 널리 사용되어 왔지만, BMW i3가 친환경 자동차라는 의의를 살려 폐차 이후에도 해당 소재는 살려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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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3의 시트는 폐기되었을 때 분해될 수 있는 소재로 제작되었다

렉서스는 지난 해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신서틱 스파이더 실크라는 소재로 만든 키네틱 시트를 선보였다. 이 시트는 운전 중, 운전자의 척추가 받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무게 중심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또한 거미줄과 같은 모양으로 확실한 통기성 또한 보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자동차의 캐빈을 집에 비유한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해 시트로엥이 한 리서치 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조사 결과 유럽인들은 일생 중 4 1개월을 자동차 안에서 보낸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 중 운전자로서 보내는 시간인 2 9개월, 승객으로서 1 4개월이니 운전자로서든 승객으로서든 자동차 실내 공간의 중요성은 주택만큼이나 중요하다. 특히 시트는 자동차 중에서 운전자와 승객의 몸에 가장 오랜 시간 접촉하고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자동차의 부품 중 가장 감성적인 부분이므로, 소비심리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각기 다른 종류의 재질을 가진 시트에서, 가격 대비 최선의 만족감을 전달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덕분에 자동차 안 공간은 더욱 안락하고 안정적이며, 편리한 기능으로 진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