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 튜닝, 성능과 감성의 일거양득

자동차에 숨어 있는 퍼포먼스의 한계치를 끌어내고 싶은 유저들이라면 배기 튜닝에 한번쯤 마음이 동해보았을 것이다. 아직 인증에 있어까다로운 면이 있지만, 해외 유명 배기 제품을 시공하는 튜너들은 인증 규정이나 절차에 있어서도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의외로 선택의 폭은 넓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드라이빙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자신의 차량이 그에 합당한지의 조건만 이해한다면 좋은 부품과 튜너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고성능 기종이 가진 퍼포먼스의 정수를 끌어낼 수 있는 배기시스템에 대해 살펴본다.

독일 고성능차의 인기엔 이유가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단연 독일 제조사 차량의 인기가 높다. 특히 후륜 구동 고성능 차량에서는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고성능 디비전 AMG의 라인업을 대거 확대했는데 이는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며, 유저들 역시 크게 호응하고 있다. BMW 역시 가장 재미있는 쿠페임을 내세운 M2를 국내에 출시했으며, 201611월 초, 첫 출시 22대 모두 주인을 찾았다. 이외에 초고가 브랜드인 맥라렌도 성장세를 보였고, 포르쉐 역시 엔트리급 기종들을 투입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독일 제조사의 고성능 자동차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의 도로 조건에 어울리는 까닭이다. 10km 이상의 직선 구간은 전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이고, 고속도로임에도 선회구간이 적지 않다. 게다가 차량 통행량이 많아, 가속에 주어진 시간과 거리가 짧다. 따라서 다이내믹한 주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탄탄한 하체와 순발력 넘치는 파워트레인은 필수인 셈이다.

경량화가 퍼포먼스를 구현하리라

현재 완성차 제조사의 기술력, 특히 고성능 디비전의 파워트레인 성능과 내구성 및 섀시 밸런스는 튜너들이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완성차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시장성, 즉 가격과 타협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주 작은 한 부분만 교체하면 될 것 같지만, 의외로 그 한 부분을 해결하는 데 있어 예상한 것 이상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 특히 고성능 기종들은 그러한 비용을 모두 상쇄할 만큼의 판매량을 장담할 수도 없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이들을 상대로 하는 고성능 디비전이라 해도 한계치가 있다.

배기 파츠는 이러한 고민과 난점 속에서, 완성차 제조사의 고성능 디비전이 우선 장착하기 어려운 부품 중 하나다. 안정적이고 기민한 선회와 재빠른 차체 자세 복원 능력 등을 갖춘 다이내믹한 운동 성능을 위해서는 배기의 경량화가 필수다. 경량화는 곧 소재 싸움이다. 경량화에 쓰이는 소재들은 고가이다. 카본, 티타늄 들을 가공하는 라인을 별도로 두는 데도 높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제조사들은, 이를 애프터마켓의 역량이 해결해줄 부분으로 인정한다.

국내 고성능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아크라포비치 배기 시스템은 이러한 가치를 잘 구현하고 있는 제품이다. 특히 BMW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식 매거진 카매거진> 2017 1월호에서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M2(F87)에 장착한 아크라포비치의 티타늄 에볼루션 라인 배기 시스템을 소개한 바 있다.
 
물론, 해외 유명 제품에 대한 얼리 어답터 성향이 강한 한국의 마니아들 중에도 벌써 이를 경험한 이들이 있다. M2에 적용된 티타늄 배기는 기존 순정 배기제품 대비 약 6.1kg 경량화를 이루었다. 여기에 최고 출력은 9hp 증가(기존 370hp, 6,500rpm)한 수치를 보이는데 이에 따라 개선된 무게 당 마력비를 선보인다. 참고로 M2 쿠페의 공차 중량은 1,520kg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최대 토크는 0.7kg∙m(기존 47.4kg∙m, 1,400~5,560rpm) 증가했다.


배기 튜닝, 성능과 감성의 일거양득
아크라포빅 배기시스템을 장착한 BMW M2(F87) 쿠페(사진제공 YLK 오토)

배기 튜닝, 성능과 감성의 일거양득
아크라포빅 배기시스템을 장착한 BMW M2(F87) 쿠페(사진제공 YLK 오토)

배기 시스템을 통한 최고 출력의 증가는 무엇보다 인증 절차가 까다로운 ECU의 별도 세팅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촉매를 탈거하지 않는 방식을 택하므로 배기가스 배출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특히 아크라포빅과 같이 공차중량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퍼포먼스는 개선되면서도 좋은 연비를 누릴 수 있다.

잠깐! 내 자동차와 잘 맞을까?

물론 아무리 뛰어난 배기 시스템이라 해도 자신의 자동차와 잘 어울리는지를 확인해보지 않으면, 자동차와 부품 모두에 무리가 따른다. 예컨대 최고 출력 510hp(5,500~6,250rpm)을 발휘하는 메르세데스 AMG C63S 쿠페 에디션 1에는 가변 배기 시스템인 AMG 퍼포먼스 배기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다. 이 경우 밸브를 가변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아크라포비치의 밸브 액추에이터 킷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다만, 배기음을 더욱 강조하고 싶을 때 별도의 사운드 킷만 추가하면 된다.
 
그러나 같은 C63S라 해도 이 AMG 퍼포먼스 배기 시스템이 빠져 있다면, 별도로 밸브를 움직일 수 있는 액추에이터 킷을 함께 설치해야 한다. 또한 이와 함께 배기음의 조절을 위한 킷도 별도로 장착하는 것이 배기 시스템의 감성을 십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아크라포비치의 관계자는 조언한다.

모터사이클에서 시작한 고성능 신소재 개발

이처럼 마니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크라포비치는 발칸 반도 북서부, 알프스 산맥의 동쪽 기슭에 위치한 슬로베니아의 국영 기업이다. 공식으로 제공하는 자료 외에는, 딜러 교육을 위해 방문한 각국의 총판 담당자들에게도 함부로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을 만큼 보안의식과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이들은 슬로베니아에 두 곳의 공장을 갖고 있다. 특히 이들은 2009년 정밀 주조 시설을 설립했는데, 이곳에서 주물의 두께를 더 얇게, 형태를 더욱 정교하게 하는 연구와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이러한 고난도의 티타늄 주조 기술을 통해 식품포장에서 항공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기업의 수익 루트도 다변화해오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외에 비중이 스틸의 1/8, 단위 무게당 장력은 80배 이상 강한 탄화수소 에폭시 라미네이트 같은 합성 수지들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수백의 열을 견딜 수 있는 소재를 통해 배기뿐만 아니라 내열 성능이 필요한 다양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크라포비치는 1991, 모터사이클 레이서인 이고르 아크라포비치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 사실은아크라포비치의 경량화 기술의 비밀과 고집을 단숨에 이해하게 한다. 모터사이클, 특히 레이스에서의 머신이야말로 경량화와 내열성, 그리고 밸런스 등 그 모든 측면에서 가혹하리만치의 완성도를 요구한다. 수시로 10,000rpm 이상을 능가하는 엔진 회전수와 여기서 나오는 뜨거운 배기 가스는 차량의 내구성을 극단적으로 시험한다. 이를 버텨내면서도 가벼운 무게로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야 하느 것이 레이스에서의 모터사이클이다.
 
그런만큼 아크라포비치에게 레이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들은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의 아우디, 다카르 랠리의 미니 X-레이드 등 여러 모터스포츠 팀과 함께 극한 조건에서의 퍼포먼스를 검증하고 있다.

‘맛’이라도 보고 싶다면? 카본 파츠로 스타일 업그레이드

이러한 기술력의 아크라포비치인만큼 각국 총판 및 시공자에 대한 교육도 엄격하다. 따라서 제품 자체의 가격이 높음은 물론 공임 역시 만만치 않다. 영국에서의 경우 M2(F87)에 티타늄 에볼루션 라인의 총 공임을 합치면 4,500파운드, 한화 약 660만 원대에 육박한다. 물론 이는 자동차에서 극한의 역동성을 맛보고 싶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므로 당연한 사안이다. 만족도는 정평이 나 있다. 실제 2014 300대만 한정 생산된 M5 30야레(Jahre) 에디션에 아크라포비치의 에볼루션 라인이 장착되었는데 14만 달러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완판되었을 정도다.

튜닝에 이 정도의 금액을 쓸 정도의 사정은 아니지만 아크라포비치의 감성을 외관에서나마 느끼고 싶다면, 머플러커터 및 배기구 주변 카본 파츠를 통한 드레스업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배기구 머플러커터의 경우, 아크라포비치의 전체 배기 비용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대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실제 아크라포비치 배기 시스템을 구현했을 때와 같은 경량화와 다이내믹의 증가는 느낄 수 없겠지만, 기분만은 M3, C63S 오너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주변에 아크라포비치의 에볼루션 라인을 장착한 M이나 AMG의 차량이 지나가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퍼포먼스 튜닝은 까다로운 절차와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한 만큼 확실히 인증된 제품에 가치투자를 하는 편이 안정적이다. 약간의 금액으로 고민하다가 추후 되돌리기도 어려운 결과를 맞이한다면 여러 모로 속이 쓰릴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배기 튜닝을 통한 다이내믹의 본질은, 과감히 도전하는 이에게만 그 모습을 보여준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