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전륜구동 SUV의 공간활용, 코나는 어떻게 풀었을까

FF(앞 엔진, 전륜 구동) 레이아웃은 보편적이지만, 그 설계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작은 차체에 비해 탑재해야 할 시스템이 복잡한 소형 SUV라면 설계는 더욱 까다롭다. 갈수록 뜨거워져 가는 SUV 전쟁,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싸움터인 소형 SUV 분야에 현대자동차그룹도 뛰어들었다. 그 중 코나의 개발을 담당했던 연구원들의 전언을 통해, 제한된 공간에서 파워트레인과 섀시를 배치한 해법을 살펴보았다.

복잡한 설계 조건을 극복하라

2000년대 초중반을 풍미한 MP3 재생기기인 아이리버의 패키징은, 제한된 공간 안에 다양한 기능을 구현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디자인 총책임을 맡았던 김영세 디자이너(현 이노디자인 대표)는 이 패키징의 난제를 다 구겨넣어라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자동차는 그렇게 구겨넣는것이 불가능하다. 사람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들이 타 부품의 열이나 전기 신호 등으로 간섭받았을 때 손상되거나 오작동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코나의 전폭은 1,800㎜다. 현행 아반떼와 동일하며, i30보다는 5㎜ 넓다. 비교한 두 차종 모두 코나에 장착된 것과 같은 1.6리터 직렬 4기통의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이 장착된다. 얼핏 보면 아반떼, i30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조건이다. 그러나 코나의 경우는 SUV이고, 4륜 구동을 채택할 경우 트랜스퍼케이스(부변속기), 프로펠러샤프트 등 추가로 필요한 부품의 자리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기본 트림의 차량부터 적용된 터보차저, 7DCT를 제어하는 컴퓨터 유닛도 상당한 공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동일한 배기량의 엔진을 택한 세단이나 해치백 타입의 차량보다 장착해야 할 부품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콤팩트 SUV에 터보 엔진, 4륜 구동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는 한계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엔진과 변속기로부터 발생하는 열이다. 일반적으로 한정된 공간에 엔진이 가득 들어찬 경우, TCU(변속기제어장치)나 액추에이터 등 전장 부품의 고장이 비교적 잦을 수 있다. 또한 작은 크기의 차량에 4륜 구동 부품을 탑재하며, 동시에 연료 탱크 용량이나 실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현대자동차 측은 이러한 문제를 인터쿨러 위치를 조정해 엔진룸의 온도를 낮추고 변속기 탑재 각도를 조정해 4륜 구동 시스템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또한 머플러 등의 부품 위치 변경으로 연료 탱크의 용량을 충분히 확보한 것도 한 방법이었다. 이러한 설계의 변경은 차량의 뼈대가 되는 플랫폼 단위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이 현대자동차 연구원들의 전언이다. 이는 코나의 파워트레인 패키징이 추후 다른 차종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코나의 1.6리터 디젤 엔진(왼쪽)과 가솔린 엔진(우측). 모두 터보 차저가 장착된다

사실 파워트레인 부분 패키징의 성과는 동력 성능 자체와 달리 신차 출시 단계에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 다른 FF 기반 콤팩트 SUV들의 문제를 이미 알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설계이지만, 고객들에게 차량이 일정 대수 이상 인도되고 주행거리가 축적되었을 때 그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조향성과 공간, 두 과제에 대한 코나의 답은?

현대자동차는 차량 전장 대비 실내 공간 확보 능력, 그리고 서스펜션의 하체 안정성 등에서는 비교적 호평을 받아 왔다. 그러나 스티어링의 명확성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특히 대중적 승용차의 경우, 탄탄한 지지력과 기민한 조향보다는 쉬운 조작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원하는 고객들이 주 대상이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자동차 평가 기준이 높아지면서 현대자동차 역시, 실내 공간의 확보와 안정적인 승차감, 그리고 조향 성능의 향상을 별개로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코나의 타깃은 젊은 층으로, 자동차에서 보다 역동적인 감성을 느끼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이 녹아 있는 부분은, 코나 4륜 구동 기종의 후륜 서스펜션이라 할 수 있다. 4륜 구동은 눈비가 많은 한국의 도로 환경에 유리하며, 특히 레저를 즐기는 이들의 취향에 걸맞게 험로 주파능력도 우수하다. 그러나 부품 수의 증가로 인한 중량 증가와 공간 활용성의 어려움은 과제다. 현대자동차는 코나의 4륜 구동 기종에 ‘듀얼 로어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하는 것으로 이러한 과제를 타개하고자 했다. 먼저 듀얼 로어암 타입의 멀티 링크 서스펜션이란  기존의 넓은 로어 암 대신 폭이 좁은 암 두 개를 나눠 장착하는 방식으로, 4륜 구동의 구동축을 배치할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안정적인 주행이라는 멀티링크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 서스펜션 방식이다.

멀티링크라는 명칭이 들어가지만, 이는 트레일링 암이라는 서스펜션을 기반으로 한 방식이다. 멀티링크와 같은 유연성을 구현해 험로 주파 시나 선회 시의 유연성을 높이고, 고속 주행 시 후륜의 접지력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콤팩트 SUV인 GLA 등이 이러한 방식을 택하는데, 제조사에 따라 ‘트레일링 링크’로 부르기도 한다.


소형 전륜구동 SUV의 공간활용, 코나는 어떻게 풀었을까
메르세데스 벤츠의 GLA
EV 시대를 암시하는 레이아웃?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1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코나의 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취재진과 참가자들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EV에 초점을 두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8년 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V는 기본적으로 레이아웃과 패키징의 개념이 일반 자동차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코나의패키징을 보면 추후 코나 EV의 패키징에 대한 추론이 가능하다. 코나는 거주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플로어의 높이를 세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었다. 이러한 패널의 설계도를 측면과 위에서 봤을 때, 배터리를 탑재하기에 유리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주요 글로벌 제조사들도 배터리의 위치를 차량 하부로 넓게 배치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 코나도 그와 같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소형 SUV는 심플한 외관에 비해 설계가 쉽지 않다. 또한 판매 가격에 비해 개발 비용도 높고, 기존에 자리잡은 기종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물론 현대자동차의 코나는 국내 시장 판매량 면에서 경쟁자를 의식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현대자동차 측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6 14일 사전 계약을 실시한 이후 7월 초까지 계약 대수가 7,000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따라서, 코나가 치러야 하는 싸움은 해당 세그먼트의 상징성에 대한 쟁탈전이다. 코나가 타깃으로 한 젊은 세대들은 자동차의 가격 외에도 자동차가 가진 상징성까지를 구매하고 싶어하는 까다로운 이들인 까닭이다. 차량 내외부 공간에서 독자적인 해법을 제시한 현대자동차의 코나가 콤팩트 SUV 시장에서 판매량 이상의 존재감을 획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