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거리에 따른 전기차 구매가이드

아직 완전한 대세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전기차 구매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저변확대가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물론,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현재 시판 중인 각 자동차 제조사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들을 간략히 살펴본다. 참고로 국내 인증 기준을 우선시하며, 향후 국내 판매가 예상되는 기종의 경우 미국 EPA기준과 유럽 NEDC 기준에 의거해 나열한다.

도심 전용 전기차? 주행거리 100km 내외

군 장병들에게는 외출 시 임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거리의 범위인 위수지역개념이 있다. 전기차 중에도 짧은 주행거리로 인해 자체적인 위수지역에 묶인 기종들이 있다. 이러한 자동차들은 전기차 보급이 갓 시작되던 수년 전 기술의 제품이거나, 근래 출시된 근거리 주행용 소형 전기차인 경우가 많다.

르노삼성의 트위지가 대표적이다. 트위지는 전장 2,338, 전폭 1,237, 전고 1,454, 휠베이스 1,686, 공차중량 475kg의 초소형 전기차다. 6.1kWh의 배터리로 모터를 구동해 55km(NEDC 기준으로는 90km)를 주행할 수 있다. 완충까지는 3.5시간이, 80% 충전까지는 2.5시간이 소요되며 가정용 220V로도 충전할 수 있다. 성능 면에서는 17hp의 최고 출력과 5.8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최고 속력은 80km/h에 달한다. 그러나 창문과 에어컨, 히터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창문이 꼭 필요하다면, 비닐로 된 지퍼식 창문을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22만 원 정도이다.

2010년부터 생산된 닛산의 준중형 전기차 리프의 1세대 기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양산형 전기차이다. 리프의 상위 트림은 리어 스포일러에 적용된 태양광 패널로 차량 내 전자장비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도 했다. 리프의 배터리 용량은 24kWh, 완충 시 131km(NEDC 기준으로는 249km)를 주행할 수 있다.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30분만에 80%를 충전할 수 있으며, 완속 충전 시 5시간이 소요된다. 모터의 최고 출력은 108hp, 최대 토크는 25.9kg·m에 달한다.

닛산은 지난 2017 9 6, 2세대 리프를 공개한 바 있다. 2세대 리프는 일본 국토교통성이 2011년부터 연비 측정에 사용하는 JC08기준으로, 주행거리가 무려 400km(NEDC 기준으로는 380km)에 달한다.

피아트는 지난 2014 500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인 500e를 출시했다. 24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동하는 500e의 전기모터는 최고 출력 111hp, 최대 토크 20.3kg·m를 발휘한다. 이는 500의 직렬 4기통 1.4리터 가솔린 엔진보다 높은 출력과 토크이기도 하다. 주행거리는 미국 EPA(미국 환경보호청) 기준으로 135km이다. 다만, 500e는 북미 시장에서만 판매하는 까닭에, 유럽이나 일본 기준에 해당하는 주행거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20V 240V로 충전 시 4시간 만에 완충되나, 110V 120V를 이용하면 무려 23~24시간이나 소요된다.

쎄미시스코라는 국내 기업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0년에 설립해 반도체 장비를 제작하는 쎄미시스코는 D2라는 명칭의 초소형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D2는 이미 유럽 L7e(마이크로 규격의 4륜 전기차)인증을 받았으며, 국내인증절차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D2의 차체는 전장이 2,808, 전폭이 1,499, 전고가 1,555㎜로 스마트 포투와 비슷하다. 전기모터는 20hp의 최고 출력과 8.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배터리 용량은 17kWh로 약 150km를 주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완충 시 소요되는 시간은 6시간이다.


주행 거리에 따른 전기차 구매가이드
출처: 쎄미시스코 블로그

포드는 지난 2013C세그먼트 해치백인 포커스에 전기 모터를 탑재한 포커스 일렉트릭을 출시해 라인업을 확장했다. 또한 2017년형 차량부터는 유럽 규격의 급속충전기를 개발하고 배터리의 용량도 증가시켰다. 포커스 일렉트릭의 전기모터는 143hp의 최고 출력과 25.5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33.5kWh의 배터리는 EPA 기준으로 185km, NEDC 기준으로는 223km를 주행할 수 있다.

지역 간 이동은 OK, 주행거리 200km내외

200km대의 주행거리는 장거리를 이동하기에 넉넉하지 않으나, 가까운 도시 간의 이동에는 적합하다. 예컨대 왕복 기준이라면 경기도 남부의 주요 신도시에서 세종시까지의 거리를 왕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주행거리 100~200km대의 전기차 중 국산차로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대표적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복합과 고속도로 운행 시 주행거리가 각각 191km, 173km이나, 도심에서만 주행할 경우 206km를 달릴 수 있다. 참고로 EPA기준은 199km, NEDC 기준으로는 280km를 주행할 수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최고 출력 119hp, 최대 토크 30.1kg·m를 발휘하고, 28kWh의 배터리 용량을 갖는다. 배터리는 50kW의 급속 충전기를 이용 시 30분만에 80%가 충전되며, 가정용 완속충전기를 이용 시 4시간 25분이 소요된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18년까지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를 360km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BMW i3가 주행거리 200km대의 전기차 그룹에 속했다는 점은 다소 억울할 수 있다. BMW2017 8, 배터리 업그레이드를 통해 NEDC기준 210km의 주행거리를 300km까지 증가시킨 i3를 내놓았으나, 한국의 측정방법으로는 기존 132km에서 76km증가하는 데 불과한 208km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EPA기준으로도 주행가능거리는 240km에 달한다. i3의 전기모터는 170hp의 최고 출력과 25.5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며, 고성능 버전인 i3s는 최고 출력이 184hp, 최대 토크는 27.5kg·m를 낸다. 배터리 용량은 33kWh이며, 여기에 레인지 익스텐더(주행거리연장) 사양을 추가할 경우, 직렬 2기통 0.65리터 엔진이 전기모터를 보조해 주행거리를 일정 수준 연장시킨다.

폭스바겐에는 골프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인 E-골프가 있다. E-골프 역시 i3처럼 200km 그룹에 있는 것이 불편할 차량 중 하나다. E-골프의 EPA 기준 주행거리는 201km이지만, NEDC 기준을 적용하면 300km에 달하는 까닭이다. 만약 E-골프가 국내에 수입될 경우, 주행거리가 100km대 후반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 골프는 134hp의 최고 출력과 29.6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배터리 용량은 35.8kWh, 급속 충전기를 이용해 충전하면 45분만에 80%를 채울 수 있으며, 충전소에서는 완충까지 4시간 15, 가정용 충전기를 이용하면 완충까지 13시간 15분이 소요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B클래스에 전기차 라인업을 두고 있다. B250e가 그것이다. B250E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i3의 경쟁 기종으로 꼽히기도 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명명법에 따르면 B250e 2.5리터 엔진만큼의 동력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B250e는 테슬라로부터 179hp의 최고 출력과 34.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를 공급받는다. 132Kw 용량의 배터리를 완충시키면 NEDC기준으로 최대 20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레인지 플러스 사양을 탑재 시 30km의 추가 주행거리를 얻을 수 있다. 급속 충전 시 3시간, 완속 충전 시 9시간이 소요된다.

주행거리의 상향평준화, 300km 이상

2000년대 중반부터 전세계의 전자 및 화학 업체들이 2차 전지(충전이 가능하며,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시장에 뛰어들며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고, 전기차 배터리의 기술도 빠르게 발전했다. 이에 최근에 출시되는 전기차들은 주행거리 300km를 넘어서는 차종이 적지 않다.
 
주행거리가 300km 이상인 전기차로는 쉐보레의 볼트를 꼽을 수 있다. 볼트는 204hp의 최고 출력과 36.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배터리 용량은 60kWh이며, 1회 충전 시 무려 383km를 주행할 수 있다. EPA기준 역시 동일하며, NEDC 기준을 적용할 경우, 주행거리가 무려 520km에 이른다. 배터리는 급속충전 시 1시간 만에 80%를 충전할 수 있으며, 완속 충전 시에는 100%충전까지 약 9시간 45분이 소요된다.

주행거리가 300km 이상인 전기차로는 볼트 이외의 차량을 찾기 어렵다. 이는 현재 주행거리가 200km대인 전기차들이 300km대의 주행거리를 갖기까지의 과도기에 있기 때문이다. , 100~200km대의 주행거리를 가진 전기차의 다음 세대 기종은 300km대에 진입해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국 일주가 두렵지 않다! 주행거리 400km 이상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400km를 넘어서면 활동범위가 한층 확대된다. 우선 제원상으로는 1회 완충만으로도 왕복 80km의 거리를 5일 동안 이동할 수 있으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전 없이도 편도 운행을 할 수 있게 된다.
 
르노가 2017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조이는 87hp의 최고 출력과 22.4kg·m를 발휘하는 전기 자동차이다. 조이는 공개 당시 NEDC 기준으로 기존보다 160km나 늘어난 40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용량은 기존 22kWh에서 41kWh 2배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기존의 공차 중량을 유지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개선을 거쳤다. 하지만, 조이를 미국으로 수출해 EPA 방식을 적용할 경우, 주행거리가 300km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