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이 찾아옴에 따라, 낮과 밤의 일교차가 최고 10°이상을 넘나들고 있다. 이맘때면 일기예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안개’다. 특히, 안개 낀 날의 교통사고 치사율은 평상시의 4.5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안개가 생기는 원인과 상습 발생 구간, 안전운전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쉽게 말해, 안개는 대기 중에 작은 물방울들이 떠있는 현상이다. 그 본질은 구름과 같으나, 안개는 지표면 가까이에 형성된다는 점이 차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안개는 증발과 냉각이라는 두 가지 현상에 의해 생성된다. 우선 증발안개는, 대기중의 찬 공기가 따뜻한 수면이나 지면의 위로 이동하면 수증기가 생성되는데, 이러한 수증기들이 포화되고 응결되어 발생하는 것을 일컫는다. 증발안개는 김이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 하여, 김 안개(steam fog)라고도 불리며, 가을철 강과 바다에서 자주 발생한다. 상층부의 따뜻한 비구름에서 생성된 비가 차가운 하층부의 공기를 지남에 따라, 기온이 하강하고 포화되어 발생하는 전선안개 역시 증발안개의 일환이다.
냉각에 의한 안개의 경우, 지표면의 열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어 기온이 내려감에 따라 발생하며, 주변에 호수나 저수지가 있다면 빈도가 잦아지고 농도도 짙어진다. 이처럼 복사에 의한 안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올라가는 역전층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에, 내륙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위의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안개는 특정 기상 및 지리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야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곳은 국내에도 다수 존재하며, 국토교통부에서도 이러한 구간을 사고 위험지역으로 집중관리하고 있다.
먼저,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의 천안~안성구간,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 중부내륙 고속도로의 증평 구간과 하남~이천 구간 및 양평~여주 구간, 순천완주 고속도로의 임실~순천구간, 익산포항 고속도로의 전주~장수구간, 광주 원주 고속도로의 이천~여주 구간 등이 있다. 이러한 구간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크고 작은 강을 지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익산포항고속도로는 용담호와 영천호를 끼고 있으며, 순천완주고속도로는 섬진강을 가로지르고 해발 700m의 산을 깎아 건설한 고속도로다.
반면, 국도로는 국도 3호선 충북 충주시 살미면 노루목교 인근과 국도 4호선 충남 논산시 노성대교 및 율림과선교가 있다. 또한, 국도 34호선 충남 당진시 삽교방조제 인근 및 삽교대교 인근도 안개가 자주 발생한다. 국도 37호선 충남 금산시 금성면에서 군북면에 이르는 구간과 국도 43호선 충남 공주시 신촌천교, 월계교, 대평교, 중흥교도 상습안개구역으로 꼽힌다. 이와 같은 곳 역시 주변에 강과 호수, 저수지가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이 있다.
이와 같은 안개 빈발 구간에서는 과거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평택과 당진을 잇는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의 경우, 지난 2006년 10월 14일 7시 50분경에 발생한 29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11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부상, 11대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서해대교에는 오전 3시부터 안개주의보가 발령되어, 오전 8시까지도 해제되지 않았으며, 가시거리가 15m 내외인 상황이었다.
2015년 2월 11일에 발생한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 역시 오전의 짙은 안개로 인해 일어났다. 당시 가시거리는 10m가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가 차원에서도 안개 발생 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영종대교의 경우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교량에서의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상상황에 따라 100km/h, 80km/h, 50km/h, 30km/h, 진입 통제로 차량을 제한하는 가변 속도구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도로 운영방침은 추후 서해대교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일부 교량에서는 운전자의 눈높이에 황색의 점멸 혹은 반사등을 설치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안개로 시계가 나쁠 때 운전자의 시선을 유도하기 위한 구조물들이다. 단, 재귀반사(입사한 광원만큼 빛을 되돌려 보내는 반사)를 이용한 시선유도표지의 경우, 안개가 꼈을 때에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만으로 시야 확보가 여의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긴 파장으로 눈의 피로도는 감소시킨 나트륨등을 사용한다. 황색의 불빛을 내는 터널의 조명을 생각하면 쉽다. 최근에는 조명기술의 발달로 LED시선 유도등의 적용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안개가 꼈을 때는 어떻게 운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우선, 감속이 최우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천천히 주행하게 되면 후행 차량과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정 최고 속도의 50%까지만 감속하는 것이 좋다. 이는 도로교통법 제 17조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의 도로 표지판 및 전광판을 통해서도 안내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만약, 안개로 인해 전면 유리창이 뿌옇게 변했을 때에는, 워셔액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안개 속에서는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있지만, 전면 유리창에 김이 껴 흐리게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개가 낀 구간을 주행해야 한다면 워셔액의 잔량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향등이 안개길 시야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착각이다. 안개는 작은 물방울과 먼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까닭에, 상향등을 점등할 경우 난반사를 일으켜 오히려 전방 시계가 흐려진다. 만약 안개 구간을 지날 때에는 하향등과 안개등, 비상점멸등만 켜는 것이 오히려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안개 속에서도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첨단 테크놀로지도 있다. 가격이 비싼 까닭에 고급차를 중심으로 탑재되고 있지만, 나이트 비전은 안개 속에서 시계를 확보하는 데 수월하다. 나이트 비전은 열화상 카메라로 전방의 물체를 감지하기 때문에, 안개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LED 기술의 발전으로, 안개등은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LED는 조도가 높아 사고예방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LED가 DRL(데이라이트), 헤드라이트뿐만 아니라 방향지시등과 브레이크 등에까지 적용되고 있어, 굳이 안개등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짙은 안개 속에서는 베테랑 운전자일지라도 주행이 쉽지 않다. 안개 속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는 방법은 적절한 감속과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또한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안개가 예보된 지역을 운행할 일이 있다면 시계 확보와 관련된 자동차의 기능들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글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