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운전 시 무엇보다도 조심해야 할 것은 미끄러운 도로이다. 차가워진 날씨에 얼어붙은 도로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게 만드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로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 바로 각 자동차 제조사의 다양한 윈터 드라이빙 이벤트이다. 일반 도로라면 당연히 피해야 할 눈길과 얼음길로 운전자들을 이끄는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겨울철에만 즐길 수 있는 윈터 드라이빙 이벤트
타이어의 마찰력은 콤파운드(타이어를 구성하는 각 화학물질들의 혼합)의 성분 비율에 따라 제품마다 다르지만, 이와는 별개로 기온이 영상 7℃ 이하로 내려갈 경우 전체적으로 마찰력이 약해진다. 하물며 눈길, 빙판길의 위험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오히려 색다른 재미의 포인트로 활용하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자동차 제조사별 윈터 드라이빙 이벤트이다.
윈터 드라이빙 이벤트는 말 그대로 겨울철 일반 도로가 아닌 얼어붙은 호수나 눈길 위에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겨울철에 1m 이상의 두께로 결빙되는 호수가 있는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북유럽 국가들이 주무대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벤트로 새롭게 트랙을 신설하기도 하고 아이스 드라이빙을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벤트 에이전시들도 있다.
참가를 원하는 이들은 자동차 제조사의 홈페이지 등에 신청하거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에이전시를 통하면 된다. 그리고 체험을 위해서는 일정 비용이 필요하다. 가격은 프로그램에 따라 각기 다르며 최저 수십만 원(국내 진행 행사의 경우)에서 수백만 원까지 다양하다.
자동차 제조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자사의 자동차 라인업을 홍보하는 자리이기도 하므로 다양한 기종을 운용하는 경우도 있다. 에이전시가 진행하는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의 경우 특정 제조사나 차종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드라이빙 프로그램은 슬라럼, 선회, 드리프트 등 주로 약한 마찰력을 활용한 주행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코스로 구성된다.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도 제조사의 성격마다 다르다?
각 자동차 제조사는 각기 다양한 명칭과 프로그램으로 윈터 드라이빙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는 해당 제조사의 기술적 특성, 브랜드 가치 및 자동차 제조사의 국적에 따른 자동차 문화 등을 반영하는 까닭이다.
포르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Porche Driving Experience) 윈터 트레이닝
유럽 최북단에 위치한 나라 중 하나인 핀란드의 라플란드(Lapland)지역은 눈부신 오로라와 풍부한 눈이 특징인 지역으로, 세계적 스키 리조트가 모여 있는 곳이기도다. 포르쉐는 눈과 얼음이 가득한 이 지역에서 매년 아이스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18년의 프로그램은 얼음 위에서의 기본적인 운전능력을 배우는 캠프4(Camp4), 캠프4S(Camp4S) 프로그램과 본격적인 아이스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아이스 포스(Ice Force), 아이스 포스S(Ice ForceS)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차량은 포르쉐 911 카레라 4S와 911 터보 등이 있다. 참가비용은 최저 4,490유로(한화 5,920,000원)부터 최고 12,790유로(한화 약 16,870,000원)까지 다양하다.
아우디 아이스 익스피리언스(Audi Ice Experience)
북유럽의 매력은 오로라와 하얀 눈 이외에도 다양한 아이스 드라이빙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아이스 드라이빙 체험 중 하나는 바로 아우디의 ‘아이스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스웨덴의 아르비사우르(Arvidsjaur) 지역에서 시행되며 굴곡 코스와 S자 코스 등을 즐길 수 있다. 참가비는 3,550유로(한화 4,360,000원)정도다. 아우디는 스웨덴 이외에도 핀란드에서도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핀란드의 무오니오 지역에서 실시되는 아우디 핀란드는 7km에 이르는 얼어붙은 호수에서 아우디의 각 차종을 이용한 아이스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BMW 윈터 드라이빙 프로그램
해외 프로그램은 다양하지만 참가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러한 설원과 빙판의 드라이빙을 즐길 방법이 있다.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는 안전한 눈길 주행을 위한 스노우 베이직(Snow Basic)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노면 조건이나 도로 선형에 따라 눈길 코스와 원 선회 코스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안전하고 다이내믹한 아이스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한다. 참가자들은 BMW 330i M 스포츠 패키지나 MINI JCW 중 원하는 차량으로 체험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총 120분간 진행되고 마지막 30분은 차량 자세제어 장치(ESP)를 완전히 끈 상태에서 노면의 미끄러움을 오로지 운전자의 조향 능력만으로 극복해나가야 한다. 프로그램 참가 비용은 120,000원으로 수백만 원을 넘는 해외의 아이스 드라이빙 프로그램에 비해선 비교적 저렴하다 할 수 있다.
라플란드 아이스 드라이빙(Lapland Ice Driving)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사의 차량과 고객들의 참여를 위해 아이스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전문적으로 아이스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회사도 존재한다. 라플란드 아이스 드라이빙은 스웨덴의 작은 도시인 아르제플록(Arjeplog)에서 아이스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에이전시이다. 인구 2,000명의 작은 도시지만 매년 1월만 되면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극한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위해 모이는 장소로 유명하다. 라플란드 아이스 드라이빙은 로터스(Lotus)의 엔지니어였던 에릭 갈라도(Eric Gallardo)에 의해 설립됐다. 그는 라플랜드에서 테스트 드라이빙 세션을 하던 도중 떠오른 아이디어로 라플랜드 아이스 드라이빙을 설립했다. 총 길이 48km, 11,998,929㎡의 방대한 트랙을 보유한 라플란드 아이스 드라이빙은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최고의 슈퍼카들이 극한의 레이싱 DNA를 뽐내는 장이라 할 수 있다. 평소 슈퍼카를 몰아보고 싶었던 드라이버라면 라플란드 아이스 드라이빙에서 얼음 트랙을 가로질러 보자
눈과 얼음, 운전의 상식을 바꾼다
아이스 드라이빙은 일반적인 도로에서 운전할 때의 상식을 모두 뒤엎는 극한 상황이다. 자동차와노면 사이의 마찰력이 확보되지 않으므로, 조향은 이미 운전자의 의지와는 별개다. 따라서 자동차가 회전하게 되는 스핀이나 슬립은 흔한 현상이다. 어쩌다 결빙 구간을 지나거나 젖은 노면을 달릴 때 겪는 현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즐거운 경험도 할 수 있다. 바로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운전 기술인 드리프트의 경험이다. 드리프트란 사전적으로 ‘떠돎’, ‘표류’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말 그대로 차체가 미끄러지는 현상을 이용해서 코너를 빠져 나오는 기술을 말한다. 코너를 돌 때 갑자기 스티어링의 휠을 꺾으면 차제의 뒤쪽은 본래 주행하던 방향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생긴다. 이때 스티어링을 원래의 코너 방향으로 돌리면 차체는 약간 회전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이용해 미끄러지듯 코너를 빠져나오는 것이 드리프트이다. 주로 FR방식의 자동차들이 사용되고 엑셀을 밞은 상태에서 스티어링 조작만으로 행하는 파워 드리프트, 차체의 관성을 이용하는 관성 드리프트, 브레이크를 밟아 앞바퀴에 힘을 가해 사용하는 브레이크 드리프트 등이 있다.
사실 전문적인 드리프트 선수들이 구사하는 드리프트에서는 마찰력이 강한 타이어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선회반경 등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일반 운전자들의 입장에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이 통제되기만 한다면 도로나 타이어의 마찰력이 낮을수록 드리프트의 ‘맛’을 보기에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아이스 드라이빙은 잠시나마 세계적 드리프트 명인의 흉내를 내 볼 수 있는 장이라 할 수 있다.
평상시보다 마찰력이 약한 겨울철에는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겨울의 미끄러운 도로는 위험하지만 나름의 운전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훈련받은 안전 요원과 정비 상태가 양호한 자동차를 활용한 그 어떤 동계 스포츠 못지 않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평소와는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운전자들이라면 자동차 제조사나 이벤트 에이전시의 윈터 드라이빙 이벤트 일정을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글
김완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