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SUV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더불어 과거와 달리 수입차 제조사들이 다양한 세그먼트의 차종을 국내에 출시하며 수입차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이는 곧 수입 SUV의 인기로 이어졌고 국산 자동차 제조사는 ‘SUV의 고급화’를 통해 반격 중이다. 국산 SUV를 대표하는 싼타페와 몸값을 낮춘 수입 SUV의 대결 구도가 궁금하다.
뭐든지 큰 것이 좋아!
한국인들은 외형도 크고 적재공간도 넓은 자동차를 선호한다. 나홀로족도 많다지만 아직 레저문화는 가족이나 단체 중심인 까닭이다. 적재용량이 큰 중형 SUV는 여행을 갈 때 실용적이며, SUV의 경우 운전자의 시야도 높아 교통 흐름을 보기에도 좋다. 교통사고 시 보다 안전하게 탑승객을 보호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러한 ‘크기’를 중시하는 이들에게 사랑 받는 주요 SUV 들을 살펴보았다.
크기로 지지 않는 천조국의 위엄, 포드 익스플로러
한국인들이 아무리 큰 차를 선호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포드의 F 시리즈만 보아도 우리나라 주차장 한 칸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하다. 때문에 이들은 중형 SUV 역시 국내 기준으로 대형에 맞먹는 크기로 만들어낸다.
포드 익스플로러 역시 미국의 세그먼트 분류에서는 ‘미드사이즈’에 해당하지만 한국 기준으로는 대형차의 기준을 충분히 넘어선다. 실제로 포드 익스플로러의 전장은 5,040㎜, 전폭은 1,995㎜, 전고는 1,775㎜로, 각진 디자인의 SUV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보다 70㎜ 길고, 78㎜ 좁으며 113㎜ 낮다. 실내 공간 역시 웬만한 미니밴 이상으로 넓다. 이 정도 크기의 수입차 치고는 가격도 합리적이다. 5,54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은, 각진 디자인의 SUV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디스커버리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장점을 앞세워 2017 국내 수입차 시장 SUV 부문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중형 SUV의 한계를 넘은 싼타페 TM
국산 SUV 중에는 2018년 2월에 출시된 싼타페 TM이 더 커진 체격을 자랑한다. 이전 세대보다 전장은 70㎜, 전폭은 10㎜, 전고는 최대 15㎜ 더 커져서 돌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2열, 3열의 분할 시트 폴딩으로 여유 있는 적재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스마트 원터치 워크인을 통해 2열 시트를 폴딩하는 편의성은 덤이다.
싼타페 TM은 ‘크기’에 있어 익스플로러에게 간발의 차이로 졌지만, 최첨단 주행보조 시스템과 옵션 사양에서 익스플로러에 앞선다. 싼타페 TM의 최고사양인 인스퍼레이션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4,490만원으로 현대자동차의 지능형 주행안전 기술인 현대 스마트센스부터 전자식 AWD, 경사로 저속 주행장치, 3열 에어컨, 파노라마 선루프 등 현대자동차의 최첨단 기능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괜히 2018년 6월, 국산차 판매순위 1위가 아니다.
SUV에게 찾아온 피할 수 없는 연비경쟁
뭐니뭐니해도 현재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다운사이징’이다. 동력성능은 동급 혹은 그 이상으로 만들며 배기량을 줄이면, 효율성과 환경을 모두 지킬 수 있다. SUV 시장 역시 마찬가지로 연비를 생각한 ‘가성비’좋은 SUV가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다.
디젤게이트의 상처를 지울까? 폭스바겐 티구안의 부활!
지금처럼 메르세데스 벤츠의 열풍이 불기 전, 국내 수입차 시장의 강자는 폭스바겐이었다. 2014년에는 폭스바겐의 티구안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은 그들 스스로 자초한 위기이자 그간 쌓은 신뢰를 허물어뜨린 디젤게이트의 아픔을 견디고 2018년 5월 복귀 신고를 했다. 그 첫 자동차가 티구안이다.
돌아온 티구안은 과거에 그랬듯 수입차 치고는 합리적인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폭스바겐이 티구안의 판매를 중단하기 직전 2016년형 티구안의 가격인 3,820~4,830만원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기존 티구안의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실내 공간은 새로운 MQB 플랫폼을 통해 획기적으로 넓혔다. 휠베이스가 70㎜ 정도 늘어난 영향이다. 2.0리터 TDI 엔진과 7단 DSG가 만들어내는 13.1~14.5km/L의 우수한 연비는 단연 동급에서 가장 뛰어나다. 그렇다면 티구안의 올 초 성적은 어땠을까? 신형 티구안은 올해 5월, 2,194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고 월 판매기록을 경신, 해당 시기 수입차 판매 순위 3위를 기록했다.
다재다능 효율적 기능으로 무장한 싼타페 TM
여러모로 티구안과 싼타페는 크기부터 옵션에 이르기까지 체급이 다르다. 그러나 가격이 비슷해, 공간 활용성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지 않는 싱글족이라면 두 차종은 비교 선상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결’이 묘하게 다르다. 티구안이 합리적으로 살 수 있는 수입차라고 한다면, 싼타페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이들이 타는 국산 SUV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점하려 하는 까닭이다. 즉 싼타페와 티구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라이프스타일까지 정의하는 사안인 셈이다.
싼타페 TM 중 플래그십이라 할 수 있는 등급 및 트림은 2.2리터 디젤 4륜 구동 차종이다. 티구안뿐만 아니라 비슷한 체급의 수입 SUV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고급 인테리어 사양과 선택사양, ADAS가 즐비하다. 자연히 패키징상 공차 중량이 증가한다. 1,820~1,935kg으로 티구안의 1,675~1,759kg보다 무겁다. 그럼에도 공인 복합연비는 12.0~13.6km/l로 티구안보다 리터 당 1km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8단 자동변속기와 전자식 상시사륜구동 시스템(HTRAC) 덕분이다. 특히 HTRAC은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전륜을 기반으로 구동력을 발휘하며 필요 시에만 후륜에 구동력을 배분해 최적화된 연비를 설계한다. 2.2리터 4륜 구동 차종의 경우 최상위 트림에 몇 가지 패키지를 더하면 5,000만 원에 육박한다. 같은 값이어도 국산차를 타겠다는 마음이 들게끔 한다는 데 현대차의 복안이 있다.
중형 세단, 성능과 스타일 포기할 수 없다면?
자동차에 있어 편의기능이나 크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동차가 수많은 마니아를 만들어내는 주요 요소는 뭐니뭐니해도 동력성능이다. 실용성과 적재 공간을 중시하는 SUV의 영역에서도 동력 성능은 자동차를 선택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BMW다운 운전의 재미, SUV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말, 국내 공식 출시된 뉴 X3는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60만대 이상 판매된 중형 SUV다. BMW는 자신들의 SUV를 스포츠 액티비티 자동차(SAV)로 부를 만큼 주행 및 운동 성능에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국내에 판매하는 모델은 4기통 2.0 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20d xDive와 6기통 3.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30d xDrive 두 가지다. 두 가지 모두 4륜구동을 통해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탁월한 주행감을 선사한다. 2.0리터 엔진 장착 기종은 최고출력 190hp와 최대토크 40.8kg.m 로 0→100km/h에 이르기까지 8초밖에 걸리지 않아 시원한 가속감을 발휘한다. 30 xDrive는 최고출력 265hp, 최대토크 63.2kg.m 로 0→100km/h에 이르기까지 5.8초로 동급 대비 탁월한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서스펜션 시스템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5링크다. BMW에는 복잡한 차체 자세 제어 전장 시스템이 적용된다. 역동적인 선회 성능을 구현하는 코너링 브레이크 콘트롤 시스템을 비롯해, 다양한 섀시 제어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안전과 주행의 재미 조화시킨 싼타페 TM
국산 중형 SUV를 대표하는 싼타페 역시 파워트레인 안정성 및 단련된 조향 성능을 보이고 있다. 디젤 엔진의 출력이 아쉽다면 최고 출력 232hp(6,000rpm), 최대 토크 36kg∙m(1,450~3,500rpm)을 구현하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장착 기종도 있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와 시프트 패들이 지원되어 보다 역동적인 가속감을 구현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 링크 구조를 적용했다. 싼타페는 다중 충격 저감 댐퍼를 통해 노면 충격의 주파수에 맞게 감쇠력을 조절하는 한편, 구동선회 제어 시스템을 통해 선회 시 안정성을 높였다. 실질적으로 해외 매체에서도 싼타페의 선회 성능은 우수하게 평가하는 편이다.
자동차의 가치는 가격이 됐든 성능이 됐든 우열을 칼로 자르듯 단정짓기 어렵다. 특히 최근에는소비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자신만의 가치를 통해 상품을 재정의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과거와 같은 일반적인 평판이나 기준은 소비자들을 움직이지 못한다. 이러한 가운데, 결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숙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따라서 각 제조사들은 과거처럼 배기량, 차체 크기, 가격 등 1대 1로 대응하는 경쟁사 차종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경쟁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선택받는 자동차가 더욱 돋보이는 자동차라 할 수 있다.
글
양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