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 맞은 제네시스 G70, 성과와 과제

고급차란 무엇일까? 잘라서 정의하긴 어렵겠으나, 현재 자동차 생활의 평균적인 수준보다 한 차원 높은 주행 성능과 생활의 편의 향상을 누리는 데 기여하는 자동차라 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지난 반 세기 동안 국산차 제조사들이 이러한 고급차를 만들려는 노력은 얼마나 진정성 있었으며 유효했을까? 이제 첫 돌을 맞는 제네시스 G70가 이러한 질문에 완벽한 답을 제시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상당히 근접한 답을 내놓은 것은 사실이다. 온갖차는 지난 1년간 제네시스가 거둔 성과를 살펴보고 향후 넘어서야 할 과제들을 짚어보았다.

산탄총으로 저격하기?
의외로 고른 연령대의 소비층

지난 해 9 15일 현대자동차 남양 연구센터에서 진행된 신차 발표회에서, 현대자동차 측은 월간 판매 목표를 1,250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애초에볼륨차종이라 할 만한 판매고를 기대할 수 없는 영역이고, 기아자동차의 스팅어가 시장에 먼저 출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현실 인식이었다. 현재의 실적은 당초 목표에 약간 못 미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9월에는 대체 휴일을 포함한 추석연휴로 공장 가동일수가 줄었음에도 1,000대를 넘었다. 가장 많이 팔린 달은 2018 1월로, 현대자동차의 공식 판매실적에 따르면 1,418대에 달한다.

G70는 구매 연령대도 20대에서 60대까지 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시장에 나와 존재감을 알린 기아자동차의 스팅어가 더 긴 휠베이스(2,903)를 기반으로 패밀리카로서의 가치도 함께 강조했지만 오히려 30~40대의 소비자가 몰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다 짧은 휠베이스에 기인한 주행 역동성은 젊은 세대에,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가치는 중장년 세대에 어필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향후 G70의 지지기반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잘 잡은 ‘누울 자리’

이러한 소기의 성과에는 역시 독보적인 포지셔닝이 있었다. 우선 제네시스 쿠페 단종 이후, 국산차로는 마땅한 후륜 구동 고성능차가 없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수입차 중에는 인피니티의 Q50나 렉서스의 IS 등이 있었지만, 편의사양 면에서 눈이 높은 국내 유저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수입차 유저들이 원하는 희소성의 가치를 상실한 지 오래다. 또한 엔트리급 트림들은 동력 성능이 기대 이하이며, 보다 성능이 높은 엔진 등급을 선택하게 되면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기존 차종들의 한계를 생각해볼 때, 제네시스 G70의 자리는 이미 마련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먼저 출시된 스팅어가 그 자리를 잘 다져놓기까지 했다.

또한 4도어 세단으로 분류되어 보험료 등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전 손해보험사가 동일하지는 않으나, 대다수가 고성능차 중 도어가 2개인 쿠페형 차량들은 자차담보를 일반 자동차보다 40% 정도 높게 책정한다. 또한 동종 차종에서 발생하는 사고 이력 등으로 인해 보험 등급도 높다. 2018년 차량모델등급에 따르면 G70 3.3T21등급, 2.0T 19등급 수준이었다. 차량모델등급은 적정보험가액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맛을 아는 이들을 위해

이렇듯 탄생 첫 해 존재감을 잘 잡은 G70의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마니아층을 더 확고히 잡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후륜 구동 자동차는, 어차피 국내에서 그 수요가 제한적이다. 자동차 선택에서 주행의 재미라는 관념이 보편적이지 않다고 한다면, 제네시스 G70가 잡아야 할 고객은 보편적이지 않은 고객이다. 이 중에는 기존에 그랬듯 수입차 고객도 포함한다. 호재인 점은 동급 세그먼트에서 경쟁하고 있는 수입차들이, 신차 이슈에도 불구하고 품질 문제로 안겨 준 실망감의 여파가 크다는 점이다.

외적인 요인이 아니더라도 G70 자체의 기본기도 여전히 청신호다. 우선 섀시 설계 차원에서 제네시스 G70는 후륜 구동 특유의 기민한 조향 감각을 경쟁 수입차 제조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해외와 국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적어도 구동 계통에서는 이렇다할만한 품질 문제가 없기도 했다.

다만 애프터마켓과의 보다 적극적인 교감을 통해 퍼포먼스 파츠에서 G70만이 가진 개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제품 킷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워낙 기본 설계 자체가 탄탄한 자동차인 까닭에 별도의 손을 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서스펜션의 스프링이나 부싱 킷, 브레이크 킷 등은 연구진과의 협업을 통해 ‘2% 를 구현할 수 있는 여지는 보인다. 특히 서킷 주행 등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패키지 개발 등은 필수적일 것이다.

외관과 인테리어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등은 업그레이드의 여지가 많다. 인테리어의 경우 현재도 가죽과 디자인 면에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찾아보지 못했던 소재의 적용을 통해 G70의 존재감을 더 확고히 다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옵션의 선택지를 다양화해 보다 프리미엄의 가치를 누리게 해주는 것이 제네시스다운 길일 것이다.

4년 후의 파워트레인 라인업 고민할 때

파워트레인 라인업은 이미 내부적으로 4년 후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통상 5년 단위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초점을 두고 지켜볼 부분은 2.2리터 디젤 엔진의 존치 여부다. 현대자동차의 최상위 차종인 그랜저에는 디젤 엔진이 빠지게 되는데, 제네시스는 G80 SCR(요소수 기반의 선택환원촉매 시스템)을 적용한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디젤 특유의 발진 가속 성능과 연비 그리고 배기가스 정화 기술 등을 생각하면 아직은 괜찮지만, 내외부적으로 이에 대한 다양한 난관에 부딪칠 수 있다. 아직 국내 기술로는 상용화하지 못한 후륜 구동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다음 세대 정도에 구현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현재보다 더욱 스포츠 드라이빙의 본질을 지향하는 파워트레인의 구성도 과제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고출력, 고토크 엔진에 대응할 수 있는 8단 습식 스마트스트림 DCT의 개발에 성공했다.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생산 단가가 매우 높다는 점도 관건이지만, 하향 변속시 기민한 가속감과 동력 전달 효율성 향상으로 인한 연비 상승 등은 기대해봄직 하다.

콘셉트카라도 좋다!
G70다운 도전이 필요해

G70는 스팅어와 함께, 국산차로는 어렵다고 봤던 고성능 후륜 구동이라는 장르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자동차다. 그런만큼 도전의 아이콘, 범현대기아차그룹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동차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콘셉트카 단계에서라도 파격적인 시도가 있을 필요가 있다. G70의 휠베이스와 섀시 디자인은 컨버터블로 구현했을 때의 모습이 매우 기대되는 자동차다. 현재까지 현대자동차가 보유한 패널 성형 기술이라든가 섀시 설계 능력이라면, 양산은 어렵더라도 콘셉트카 수준에서의 설계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파워트레인 면에서의 과제와 연장되는 부분이나, 현대자동차가 자랑하는 완전 전동화 파워 유닛, 수소전기 파워유닛 등도 콘셉트카 수준에서나마 선보일 필요가 있다. 물론 향후 강화되는 세계적 환경 규제를 감안한다면 이미 내부적으로는 연구가 끝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각 단계에서의 소기의 성과를 모터쇼 등으로 공유하는 것도 제네시스 브랜드의 격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제네시스가 개별 브랜드로 독립한 지 만 3년 동안의 시간에, 어쩌면 가장 의미 있는 자동차는 G70일지도 모른다. 기존 자동차들이 현대자동차의 최고급차에서 소속을 바꾼 것이라면, G70는 그야말로 순수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적자라 할 수 있다. G70이 대중적인 타협을 통해 월 5,000대를 파는 차가 아니라 타깃 고객은 확실히 잡을 수 있는 국산 명차가 되기를 바란다.

글 
한명륜 기자
사진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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