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의 후끈한 백허그, 열선 시트 TMI

꿀피부로 유명한 한 연예인은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의 피부 비결로 히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건조해진 공기는 피부의 수분을 뺏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추위를 참아가면 차 안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동차의 엉따열선 시트는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겨울철의 고마운 편의장치다. 그런 자동차의 열선 시트,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안다고 더 따뜻하게 느껴지진 않겠지만, 혹시 알아두면 쓸 데 있을지 몰라 살펴본 열선시트의 모든 것에 대해 전한다.

열선 시트,
뉴그랜저부터 있었다고?

자동차 열선 시트의 원리는 시트의 아래 내장된 코일에 전류가 흘러 발열이 일어나는 원리이다. 그렇다면 열의 단계는 어떻게 조절할까? 전기가 흐를 때 한쪽은 냉각되고 다른 쪽은 열이 오르는 서로 다른 물질을 결합한 반도체인 열전소자를 이용한다. 참고로 열전소자는 이 밖에도 냉·온장고, 와인쿨러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장치이기도다. 또한 지속적인 온도상승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정 온도 이상으로 뜨거워지지 않도록 하는 서모스탯이 장착되어있다.  

국산차의 열선 시트는 1990년대에 등장한 현대 자동차의 그랜저 2세대가 최초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중반으로 들어서면 수입차 국내 판매 활성화와 더불어 들어온 주요 수입차들이 열선시트를 대거 장착했다. 현재 S90의 먼 조상이 되는 볼보의 940이 대표적이다. 그 이후 현대차 다이너스티, 기아차 엔터프라이즈, 쌍용차 체어맨 등이 1, 2열에 모두 열선 시트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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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까지 열선 시트가 적용되어 있던 볼보의 940

있다? 없다?
의외의 열선 시트 장착·미장착 차종

그러나 최근에는 1열에만 적용되었던 열선 시트가 2열에 확장 추가되고 있으며 대중적인 차종의 상품성 강화 사양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편의 사양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국산차들의 경우 2열에도 적극적으로 열선 시트를 채용한다. 특히 경차인 레이의 경우 1.0리터 가솔린 승용 모델의 중상위 트림인 럭셔리부터 2열 열선 시트가 적용된다. 가격은 약 1,450만 원대다. 

물론 모든 국산차가 열선 시트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 6월 출시 후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대자동차 코나의 경우 최하위 트림인 스마트 트림에는 운전석에도 열선 시트가 적용되어 있지 않다. 가격은 1,800만 원대로 레이보다 400만 원 가량 비싸다. 코나의 열선 시트는 바로 위 2,000만 원대 초반의 모던 트림부터 1열 열선 시트 선택이 가능하다. 그러나 향후 상품성 개선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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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좌석에도 열선 시트가 적용된 기아자동차 레이

수입차의 경우 뒷좌석 열선 시트는 소비자 가격을 높이는 옵션 중 하나였으나, 최근에는 국산차들의 옵션 상향 평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열선 시트를 기본 적용하는 차종도 늘어나고 있다. 혼다의 10세대 어코드는 전 엔진 등급 및 트림에 1, 2열 열선 시트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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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10세대 어코드 2.0터보 스포츠

반면 같은 일본 제조사의 차량인 닛산 맥시마와 알티마는 앞좌석에만 열선 시트가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운다는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1 2,100만원 가량의 테슬라 모델 S에는 열선시트를 옵션으로 추가해야 한다. 모델 S의 열선 패키지 옵션의 경우 비용은 132 1,000원이다. 동급 가격대의 차량 뿐만 아니라 7,000만 원대의 차종들 중에서도 1, 2열 열선 시트를 옵션으로 별도 추가해야 하는 차종은 매우 드물다. 

열선 시트,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동차의 다양한 기능들은 편리를 가져다 주지만 때로 잘못 알고 있으면 위험한 상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열선 시트에 대한 정보,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 간략히 살펴보았다.

서서히 달아올라 더 위험, 저온 화상 주의

열선 시트로 자주 발생하는 사고 중 하나는 바로 저온 화상이다차종에 따라 열선 시트의 온도는 다르지만, 최고 단계에 있을 때의 온도는 약 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고온 화상같이 즉각적인 반응이 없는 대신 피부 깊숙이 영향을 미쳐 또 다른 병변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열성 홍반 현상이다. 붉은 반점인 홍반은 외적, 내적 자극에 의해 생기는 피부 병변이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색소침착까지 이어진다. 심하면 피부 괴사 등의 원인이 된다. 어느 정도 따뜻해졌다 싶으면 사용 간에 시간 간격을 두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바지를 주로 입는 운전자라면 무관하나, 불가피하게 피부가 시트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스커트를 입을 경우에는 손수건이나 운전에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의 방석, 무릎 담요 등으로 피부가 직접 닿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멋진 스타일링도 중요하지만 피부 건강이 먼저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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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커트는 매력적인 스타일링을 가능하게 하지만 열선 시트 이용 시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내가 XX라니! 열선 시트만 썼을 뿐인데

또한 오랜 시간 운전하는 남성들에게 과도한 열선 시트의 사용은 정상적인 정자 활동에 악영향을 끼친다.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에 따르면 과도한 온열 시트의 사용은 남성의 정자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는 독일 기센(Giessen) 대학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센 대학 연구진은 온도 센서를 착용한 성인남성 30명을 대상으로 90분간 자동차 온열 시트에 앉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한 시간 동안 남성들의 고환 온도는 최고 온도 39.7℃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고환 온도는 체온보다 1~2℃ 낮은 온도를 유지할 때, 그 안에 든 정자의 활동성이 가장 활발하다고 알려져 있다. 2세 계획이 있다면 차 안에 찜질방 수준의 열선 시트 사용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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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00% 확률로 이렇게(?) 되지는 않는다.

열선시트 오래 사용하면 배터리도 빨리 방전된다?

전기를 사용하는 열선 시트의 경우 자동차의 배터리 소모량을 높인다는 의견이 있다. 이는 사실일까? 자동차의 전기 사용은 주로 엔진을 구동하며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한다. 그리고 사용 후 남은 여분의 전기는 다시 배터리에 저장된다. 열선시트에 사용되는 전기도 이러한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겨울철 배터리 방전률이 높은 이유는 낮은 온도의 계절적 특성 및 관리 미흡의 이유가 더 높다.

졸음운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통상 히터가 졸음운전을 유발하는 이유는 차량 내 산소량 감소와 이산화탄소량 증가로 들 수 있다. 또한 히터를 사용할 때 창문을 닫아 놓는 경향이 많아 졸음운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조건이 쉽게 형성된다. 열선 시트는 상대적으로 차량 내 공기 상태로 인한 졸음 운전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몸에 직접 온열 효과가 전달되면서 근육이 이완되는데, 이 때 전반적으로 긴장이  풀리면서 집중력도 저하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운전자는 졸음에 빠지기 쉽고 일반적으로 열선시트와 함께 히터를 사용하면 차 내 산소가 줄어들어 위험성은 배가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속적인 사용은 자제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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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숩네 따숴’ 하다 훅(?) 간다

2018~2019 시즌의 겨울은 1년 전보다는 덜 추울 것이라는 예보가 있지만, 추위 자체는 일찍 시작된다고 한다. 몸이 으스스해지기 시작할 때, 자동차의 열선 시트는 사랑하는 이의 백허그를 연상시킬 만하다. 옆에 앉은 내 사람을 위해 백허그 같은 열선 시트를 살며시 켜 주는 건 어떨까?


김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