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디젤 엔진을 놓는가? 포르쉐의 자문자답에 담긴 의미

포르쉐는 이미 2017년부터 북미 시판 주요 차종에서 디젤 엔진 장착 차종을 제외해왔다. 그리고이 시기부터 유럽 판매 주요 디젤 엔진 차종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의혹 해소에 직접적으로 나섰다. 그런 한편으로 적극적으로 전동화 파워트레인 차종을 공개해 왔다. 언제나 기술적 난제는 연구로 풀어간다는 정공법의 의지를 밝혔다. 물론 시기를 특정하지 않아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하긴 한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포르쉐가 자사의 미디어 페이지를 통해 전한 자문자답 속 숨겨진 의미를 살펴본다.

당위가 아닌 합리적 선택,
전동화 파워트레인

디젤 엔진은 오랫동안 유럽에서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왔다. 특히 포르쉐 그룹은 폭스바겐과 함께 다양한 디젤 엔진으로 자동차에 대한 상상의 폭을 넓혔다. 디젤게이트 이전까지 포르쉐와 폭스바겐을 먹여 살렸던 것은 디젤 엔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디젤 엔진의 퇴조는 곧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포르쉐는 새로운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더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으로 답했다. 이를 위해 친환경차 영역을 넓히기 위해 2022년까지 포르쉐는 60억유로(76천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물론 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실제 유럽에서 포르쉐 파나메라 판매량의 63%는 하이브리드 기종이다. 그에 비해 디젤 엔진 장착 기종은 2017년 포르쉐 판매량 중 12% 밖에 되지 않았다. 즉 디젤 엔진은 포기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도태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실제 포르쉐는 20182월부터 파나메라의 디젤 엔진 기종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즉 도덕적 결단이라기보다 합리적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디젤 엔진이 특별히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포르쉐는 지난 2017 7, 포르쉐는 독일 내에서 판매된 3.0리터 V6 유로6 디젤 엔진이 들어간 카이엔 차량 리콜을 결정한 적이 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해당 차량에 엔진 컨트롤 소프트웨어에서 불안정한 증상을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 연방 교통공단에서 리콜 결정을 내렸고 2017 10월부터 독일 전역의 포르쉐 서비스센터에서 3.0리터 V6 유로6 디젤 엔진이 적용된 모든 카이엔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있다.

검증된 전기차 제작 능력, 고성능으로 승부한다

2019년부터 포르쉐는 완전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출시할 예정이다. 포르쉐 측은 타이칸의 제작공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5년까지 포르쉐 차량의 절반을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대체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또한 재생 가능한 전기 기반의 충전 시스템을 전유럽에 구축한다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사실 이 시점은 포르쉐뿐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과반수 차종 적용 시기로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성능 엔진 기반의 제조사로서 닦아 온 정체성이 강한 만큼 이러한 전략적 변화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포르쉐가 엔진 개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주요 경제 전문지나 리서치 기관 역시 각 자동차 제조사들이 완전 전동화 파워트레인만으로 승부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활용에 있어서도 엔진은 중요한 존재다. 물론 앞으로도 포르쉐는 순수하고 강력한 스포츠카 제조사라는 정체성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엔진의 포기는 없을 것이다.

한편 포르쉐는 자사의 상징과도 같은 8세대 911을 지난 해 11LA 오토쇼에서 공개했다. 또한 다양한 신차 전략을 통해, 2018년 상반기에는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파나메라 4E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주요 차종이 인기를 끌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새해 디젤 엔진 기종 생산 중단이라는 큰 키워드를 들고 나온 포르쉐가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