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현대셀렉션’, 실험을 넘어 만족으로

매달 일정 금액의 돈만 지불하면 매거진을 구독하듯 새로운 자동차를 돌려 타볼 수 있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이와 같은서브스크립션(구독) 커머스 2010년대 전자상거래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법이다. 유통업을 중심으로 활용되었던 서브스크립션커머스가 자동차 제조사들 사이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포르쉐와 볼보가 해당 서비스를 선보였고, 국내에서는 한 디지털 상거래 플랫폼이 미니와 협업을 통해 문을 열었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자동차도 자동차 구독 서비스인 현대 셀렉션을 런칭하였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이러한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선택권 대신 기대를 선물한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매월 구독료를 내고 읽던 잡지나 신문은 퇴조 일로에 놓여 있다. 하지만  구독이라는 서비스 형태는 전자상거래에 한 가지의 힌트가 됐다. 쇼핑몰 사이트들은, 쇼핑할 시간도 없고 선택으로부터의 스트레스도 싫지만 구매력은 갖춘 이들을 위한 확실한 쇼핑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료 회원 가입을 한 회원들에게 매월 정기 간행물처럼 해당 금액의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2000년대 후반 미국과 유럽에서 등장해 한국에서도 선보였다. 포브스의 집계에 의하면 2016년 기준 미국 서브스크립션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약 26억 달러(한화 약2 9,100억 원)수준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고객층도 연소득 5~10만 수준의 중산층 이상 고객들로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다.

서브스크립션커머스는 2000년대 중후반, 애플 아이폰의 철학처럼 선택권을 줄이는 전략이 세계 산업계의 화두로 통할 때 본격 등장해 힘을 얻었다. 또한 각 개인의 거래 기록을 데이터화하여 주 소비 패턴 등을 파악하고 미리 제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의 삶 깊숙이 서비스를 개입하고 알리는 마케팅이 가능한 것이다. 주로 생필품이나 소모가 빠른 뷰티 제품 한 사람의 보유 기간은 짧아지고 세대가 빨리 바뀌는 어린이용 도서나 학습 도구 같은 제품들이 이러한 서브 스크립션 커머스의 주 대상이다.

이렇게 선택권을 커머스 기업에 넘긴 유저들은 대신 시간과 함께 기대감을 선물받을 수 있다. 즉 과거 매거진이 흥성할 때처럼 다음 달의 커버가 누구일까를 궁금해하던 것과 마찬가지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빠르고 편리한 전자상거래의 기술적 기반이 의외로 정서적인 만족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서브 스크립션 커머스,
자동차 업계 적용의 조건은?

사실 매달 구독료를 내는 서브 스크립션 커머스가 인기를 얻었던 분야는 앞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가격 면에서 큰 부담이 가지 않는 재화들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해당 서비스 이용자들의 경제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비스 재화도 단순 소비재가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소비재라고 하더라도 내구재에 가까운 제품을 만드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한다고 했을 때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자동차야말로 서브스크립션커머스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전문가들과, 자동차 제조사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의 조건은 특정한 상품군에 대한 구매 욕구가 있는 고객의 존재다. 여기에 같은 제품군 내에서 대체 혹은 교환의 욕구가 강한 소비자가 있어야 하고, 또 해당 업계나 기업에 이러한 욕구를 만족 시켜줄 제품 라인업이 있어야 한다.

자동차는 이를 구입하고자 하는 명확한 욕구를 지닌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또한 금전적으로 여유가 되거나 아니면 서비스의 시스템만 가능하다면 제한된 금액으로 여러 자동차를 경험해보고 싶어한다. 또한 소비자들의 구매력 범위 역시 유효하다. 상당수 자동차 구매자들은 그만한 구입 가능 자본이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복수의 차를 구매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런 이들에게 1대의 차를 구매할 때의 월 납부금보다 조금 비싼 가격으로 장르가 다른 자동차를 타볼 수 있게 한다면 매우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차량 배송의 문전연결성(도어 투 도어)이 우수하고 주행 마일리지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또한 차량 관리가 잘 된 차량이 지급된다는 것이 메리트다. 일부 카쉐어링이나 렌터카 서비스의 경우 요금은 저렴한 대신 차량 상태가 다소 지저분한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불편을 해소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금전적인 부분의 해결이 간편하다. 1회 결제로 세금, 보험료(26세 이상 자차), 세금, 범칙금 등의 처리가 가능하다. 결제를 비롯한 모든 금전적 처리는 별도의 앱을 통해 가능하다. 또한 단순 변심, 고객의 사정으로 이용을 취소해도 위약금이 없다는 점은 눈에 띄는 매력이다.

여기에 월 1, 48시간의 보너스 차량 이용 기회가 부여된다. 이러한 서비스는 곧 현대자동차가 런칭하는 현대셀렉션을 통해, 현대자동차 기종에도 적용된다. 계약 시 1개월 의무 이용을 기준으로, 현대 셀렉션의 이용료는 쏘나타의 1개월 렌터카 이용료와 비슷한 72만 원이다. 또한 쏘나타와 SUV인 투싼 그리고 국산 펀카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벨로스터를 교체해 이용할 수 있다. 2019 1월 런칭 예정인 이 서비스 앱을 통해 모든 이용과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전연결성과 관리의 편리성 역시 우수하다.

한 달 최대 3대의 차량을 운용하면서 48 시간 이용 가능한 보너스 차량도 있다. 48시간 부가 이용 가능 차종으로는 최근 국내에 출시한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가 적용된다. 팰리세이드는 잘 알려져 있듯 전장 4,980, 휠베이스 2,900㎜의 대형 SUV로 닛산의 패스파인더, 혼다의 파일럿 등 기존수입차들이 점유하고 있던 대형 SUV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차종으로, 사전 계약에서만 2 500여 대를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제조사의 제 살 깎아먹기?
만족하면 고객 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서브스크립션커머스를 두고제 살 깎아 먹기라며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경기의 퇴축 등으로 구매력이 약해진 점, 서브스크립션커머스가 가진 화제성이 점점 약해지고 있으며 기존의 편리한 모바일 쇼핑과 캐릭터가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차량의 공유, 렌탈에 가까운 서비스는 자동차 제조사의 판촉에 별로 도움 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마케팅 담당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포르쉐의 경우 월 2,000~3,000달러 수준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인 포르쉐 패스포트를 지난 2017년 선보였다. 그러나 포르쉐는 2018년 각 분기마다 역대 최다 판매량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또한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도입한 볼보도 이와 무관하게 세계적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가 일반적인 렌터카와 달리 운전자가 차를 운용하면서 느끼게 되는 차량 자체에 대한 만족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렌터카의 경우 유저가 느끼는 장점이 렌터카 업체의 서비스에 있다면, 서브스크립션의 경우 해당 제조사 차종의 경험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용 마일리지가 구매 시에 적용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자동차 ‘현대셀렉션’, 실험을 넘어 만족으로
현대셀렉션 모바일앱의 실제 인트로 화면

현대 셀렉션 역시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실 일반적인 렌터카나 쉐어링 서비스를 통해 현대자동차를 접하는 유저들은, 해당 차량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이동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이러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현대자동차의 장르별 각 차종을 경험하며 해당 차종이 주는 재미를 은연중에라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는 자동차를 사야겠다는 심정적 변화에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물론 서브스크립션커머스 모델이 세계적 경제 침체 속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기술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사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 있고 흥미로운 서비스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현대 셀렉션에 포진한 차종인 쏘나타와 투싼, 벨로스터는 실제 자동차 구입을 앞둔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에 큰 갈등을 일으키는 자동차들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자동차의 현대 셀렉션 서비스는 많은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새로이 구현하려는 현대자동차의 노력이 어떤 대답을 얻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