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서들의 은인, 한스 개발자 로버트 허바드 별세

한국 모터스포츠의 젊은 스타 김종겸(아트라스 BX)부터 루이스 해밀튼처럼 연봉 수백억 원이 넘는 F1 드라이버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스 장비 없이 머신에 오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머리와 경추 보호 장비(Head and Neck Support)가 정식 명칭이지만 한스라는 약어는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고유명사를 넘어 보통명사가 되었다. 그러한 한스 장비의 공동 개발자인 로버트 허바드 박사가 현지 시간 2 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다.


레이서들의 은인,
한스 개발자 로버트 허바드 별세
로고를 통해 애도를 표하고 있는 한스디바이스 홈페이지

한스 디바이스는 레이스 트랙에서 두개골 골절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하버드 박사와 미국태생의 모터스포츠 드라이버이던 짐 다우닝이 1980년대 초에 제작한 안전장치다. 짐 다우닝은 1960년대 데이토나에서 데뷔한 이래 1970년대 IMSA(국제 모터스포츠 연맹)의 일원으로 주요 대회에서 활동했다. 허바드 박사는 바로 짐 다우닝과 인척 관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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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개발자 로버트 허바드 별세
한스 디바이스 SNS에 게시된 허바드 박사의 생전 모습

한스 디바이스의 개발 계기는 짐 다우닝의 친구이던 르노 소속 드라이버 패트릭 자크마르의 사고였다. 자크마르는 1981년 미드 오하이오 스포츠카 코스라는 트랙에서, 르노의 해치백인 르노5 기반의 차량으로 출전했다가 차량 전복으로 인한 심각한 사고를 당한다. 그는 결국 이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짐 다우닝은 그와 인척관계에 있던 허바드 박사를 찾아간다. 유기화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이던 허바드 박사는 GM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한스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보호 장치의 특허권은 1985년 통과됐으며 1986년 다우닝이 데이토나에서 열리는 IMSA 시즌 마지막 경기에 시제품을 착용하고 출전했다. 본격적으로 완성품이 사용된 시기는 1991년부터다. 이 후 GM, 포드 등 대형 북미 자동차 제조사에서 테스트드라이버들이나 팀이 운영하는 모터스포츠팀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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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가 없던 시대를 달린 아일톤 세나

허바드 박사와 짐 다우닝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존 멜빈 모터스포츠 세이프티 어워드를 수상했다. 존 멜빈은 나스카 대회에 참여하는 GM 차량의 안전을 담당한 엔지니어로, 허바드 박사와 마찬가지로 유기화학 분야의 연구자였다. 존 멜빈 모터스포츠 세이프티 어워드는 그를 기리는 시상식으로, 미국 자동차공업협회가 주관한다.

한스 디바이스는 어깨 보호대와 경추 보호대가 연결되어 있는 형상이다. 이는 테더라 불리는 끈으로 헬멧과 이어지며, 테더는 좌우 앵커를 통해 헬멧 측면 하단에 고정된다. 그리고 어깨 보호 장치 위로 6점식 벨트가 지나가게 하여 주행 중에 자연스럽게 고정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한스 디바이스를 사용하게 되면 헬멧만 착용하는 것보다 경추와 척추에 부담도 덜하다.

심슨 사에서 제작한 한스 디바이스는 최소 500달러에서 1,000달러가 넘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격렬한 주행과 이로 인한 사고 위험이 있는 트랙에서, 생명 보험비용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비싼 비용은 아니다. 한편 허바드 박사의 별세 소식에 세계의 주요 모터스포츠 전문 매체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