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재설정, 현대 쏘나타 DN8의 첨단 디바이스 선언

지난 3 21,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DN8)의 공식 판매 개시와 함께 일산 킨텍스에서 쏘나타 익스피리언스행사를 가졌다. 아직 2019년이 1/4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화제성으로 쏘나타를 넘을 수 있는 자동차는 많지 않을 것이다. SUV의 득세 속에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넓은 세대의 한국인들에게 자동차의 프로토타입으로 각인된 자동차가 바로 쏘나타인 까닭이다. 그런 쏘나타가 지지층을 더욱 넓히고자 한다. 중형 세단에 관심 없었던 IT 네이티브 세대를 위해, 탈 수 있는 IT 디바이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첨단 기능을 집약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쏘나타

신형 쏘나타의 총괄 디자인을 맡은 이상엽 상무는 21일 킨텍스에서 열린 신형 쏘나타 공개 및 시승행사 쏘나타 익스피리언스에서 쏘나타는 더 이상 아빠차’, ‘누구나 타는 국민차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잘 알려져 있듯 이상엽 상무는 디자인 총책임자이다. 그러나 이번 쏘나타의 외적인 이미지는 해당 차종이 갖고 있는 첨단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보이는 요소인 까닭에 그의 메시지는 신형 쏘나타의 모든 의미를 함축하는 것으로 들렸다.

현대자동차는 쏘나타 출시 전부터 과거 쏘나타와 연결되었던 키워드들과의 링크를 모두 끊어내는 데 집중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세대론조차 사용되지 않길 바랄 정도였으며, 가장 확실하게 판매량을 책임져주는 택시도 출시하지 않겠다는 강수를 두었다.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는 쏘나타에 가장 우호적이지 않았던 세대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어필하겠다는 자세다.

나만의 쏘나타,
디지털키와 개인화 프로필

젊은 자동차 유저들은 자동차를 개인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사실 따져보면 현대의 도시생활에서 자신만의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신형 쏘나타의 디지털 키와 개인화 프로필은 이 차가 자신만의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인식시켜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디지털 키는 스마트폰의 NFC(근거리무선통신)을 활용한 도어 개폐 기능이다. 그렇다고 다른 운전자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이들의 스마트폰에 디지털 키를 공유할 수 있다. 대리나 발렛파킹의 경우 카드 타입의 키와 일반적인 스마트키(FOB )가 함께 제공된다.

개인화 프로필은 디지털 키를 공유한 운전자 각자의 체형과 취향 따라 시트포지션과 헤드업디스플레이 조사각, 사이드 미러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맞춤형으로 조절되는 기능이다. 차주 포함 최대 4명이 디지털 키를 공유할 수 있는데 운전자마다 개인 설정을 구현할 수 있다. 이전 소유자와 시트포지션 및 개인 설정이 달라 옥신각신할 일도 없게 되는 셈이다.

섀시와 조화 이룬
첨단 오디오 시스템

신형 쏘나타는 멀티미디어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일반형부터 8인치, 10.25인치까지 다양하게 구현되어 있다. 여기에 카카의오 인공지능 플랫폼인 카카오-i를 활용한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통해 구현한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에 따라 공조 기기, AVN 등 각종 기능에서 간단한 음성 제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오디오 시스템의 변화다. 쏘나타는 기존 현대자동차에 적용되던 크렐 오디오 대신 보스(BOSE) 12채널 스피커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렇게 많은 채널 수는 오디오로 구현되는 음악의 여러 음역대를 디테일하고 풍부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음원 서비스 등이 제공하는 고음질, 고해상도 음원을 재현해 듣는 즐거움을 구현한다.

또한 쏘나타에는 보스의 특허인 센터포인트(CENTERPOINT®) 시스템을 적용했다. 원래 이 테크놀로지는 캐딜락의 기함급 SUV 에스컬레이드에 최초 적용된 이래, 인피니티 등 보스와 협력을 맺은 자동차 중 고급 차종에 적용되었다. 승차 위치에 상관없이 서라운드 음향 환경을 즐길 수 있는 사운드 세팅이 장점이다.

사실 오디오 세팅은 섀시 자체의 NVH(소음, 진동, 거슬림) 제어가 우선이다. 쏘나타에 적용된 3세대 플랫폼은 도어·창문 접합부와 창문의 재질 및 두께 강화, 흡차음재의 대폭 보강으로 정숙성을 강화했다. 특히 후석 승차감과 차체 전반적인 진동, 노면 충격 및 소음 제어 등에 대응하는 리어 플로어 모듈의 설계를 통해, 새로운 오디오 시스템 최적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현대차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전장 많은 차는 고장이 잦다?
리던던시 시스템으로 해결

차량 내장에 장착된 전·후방 카메라 영상을 녹화하는주행영상기록장치(DVRS, Drive Video Record System)’인 빌트인 캠은 현대자동차가 신형 쏘나타의 디지털 세대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강조하는 영역 중 하나다. 해당 기능과 연동되는 광학카메라는 룸미러 뒤쪽에 빌트인 타입으로 설치돼 운전자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또한 AVN 시스템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시인성이 우수하다.

또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여 공유하고 싶은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최근 대학의 각 전공마다 유망 직종은 모두 해당 분야의 유튜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일상 콘텐츠를 공유하려는 욕망은 강하다. 쏘나타의 빌트인 캠은 주·야간 저장영상 품질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별도의 관리도 필요 없다. 또한 타임랩스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고, 별도 앱을 통해 공유가 간편하다. 실제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역시 SNS의 해시태그, 모바일 기기의 세로화면 등의 톤 앤 매너를 활용할 예정이다.

물론 전장 기능이 다양한 자동차는 고장 요인도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3세대 플랫폼에서, 이러한 첨단 기능의 고장에 대비해 필수 안전 기능을 살려두는 리던던시 시스템(redundancy system)을 적용해 이 같은 위험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던던시란 여분이라는 의미로, 중요 전장 부품의 운용에 있어서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리던던시 시스템은 향후 자율주행 차량의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자동차 플랫폼은 한 번 만들어지면 최소 5~10년간은 한 제조사의 라인업을 책임져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3세대 플랫폼은 현재의 쏘나타뿐만 아니라, 향후 개발될 다양한 첨단 신차, 특히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차량의 안정성도 담보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첨단 편의 장비 중심으로 신형 쏘나타를 설명했지만, 자동차의 기본인 달리고, 돌고, 서기에 관해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는 변화도 적지 않다. 쏘나타는 출고 타이어 사이즈로 단면폭 235, 편평비 45%, 휠 림 직경 18인치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를 선택했다. 고속주행에 적합한 컴파운드를 갖고 있는 피렐리인데다 특히 편평비를 50% 이하로 낮춰, 낮아진 무게중심의 플랫폼과 함께 좋은 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2.0리터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엔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엔진의 위치가 조금 더 카울 쪽으로 이동해 있는데다, 엔진의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는 멀티 로드 패스 스트럭처(multi-load path structure, 다중골격 구조)를 택했다. 여기에 랙기어 센터를 보다 휠 센터 쪽으로 이동시켰다. 이는 FF(프론트쉽 전륜 구동) 세단의 조향 성능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운전의 재미 부족을 이유로 쏘나타를 외면했던 이들을 포섭할 수 있는 장점이다.

“Bon Voyage(봉 브야지, 즐거운 여행이 되길)”, 현대자동차 이상엽 상무는 자신이 맡은 프리젠테이션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했다. 이는 쏘나타와 함께 할 많은 이들을 위한 축사임과 동시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세상으로 나아갈 쏘나타를 위한 축원으로도 들렸다. 그를 포함해 쏘나타 개발 프로젝트에 몸담았던 현대자동차의 많은 연구원들은, 과거의 영광이 새로운 날을 비춰 줄 햇빛이 아니라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했다. 그리고 플랫폼부터 모든 것을 바꾸었다. 이러한 노력은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완벽한 자동차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어떤 차종보다 많은 도전을 해결해가며 진화한 모습을 보인 차종이기에 등장부터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한명륜 기자

사진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