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EV의 선택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 그룹은 최근 폭스바겐을 누르고 전기차 부문 세계 랭킹 10위에 오를 정도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탈 만한’ 전기차의 라인업을 두루 확충해가고 있는데, 그 중 기아자동차는 디자인과 실용성 면에서 매력적인 EV를 선보여왔다. 특히 쏘울은 2세대부터 EV 파워트레인이 적용되며 실용적이고 개성 강한 EV로 자리잡았고, 2019년 1월에 출시된 3세대부터는 진일보한 동력성능의 배터리와 모터를 장착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쏘울 부스터 EV의 디자인적 개성과 기아차 EV 전략을 함께 살펴본다.
2세대 쏘울,
EV를 통해 맞이한 기회
그간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디자인은 에너지 소모의 최소화를 관건으로 하고 있었다. 따라서 디자인이 모두 비슷비슷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닛산 리프와 같은 패스트백 세단과 해치백의 혼용형 혹은 테슬라 류의 유선형 디자인이 전기차의 전형처럼 자리잡았다. 이러한 자동차들은 처음 등장했을 때 기존 석유기반 엔진 자동차들과 차별되는 외모로 눈길을 끌었지만, 최근 수 년간 비슷한 콘셉트의 자동차가 많이 출시되면서 오히려 디자인적 변별력이 퇴색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2014년 2월, 2세대 쏘울을 통해 구현된 쏘울 EV는 처음부터 독특한 존재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쏘울은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며 기존 박스카 타입의 차체가 갖고 있던 높은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 당시로서는 27kWh 용량의 고밀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차체 하단에 적용된 덕분이었다.
또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전방에서 맞게 되는 주행풍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다. 여기에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섀시 하단에 비틀림 강성이 높은 소재를 적용함으로써 조종 성능이 개선되는 효과도 구현되었다.
3세대 쏘울의 이미지,
전기차를 위해 구현됐다?
2세대까지의 쏘울은 은연중 귀여움이 강조된 자동차로 통했다. 전장 4,140㎜, 휠베이스 2,570㎜의 컴팩트한 차체와 실내외 각부분의 조형적 요소에 원형적, 곡선적 처리를 구현했다. 당시 이는 여성 유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수입차의 엔트리급 해치백이나 소형 SUV로부터 시선을 끌어오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3세대 차량의 이미지를 공개하던 2018년 말부터, 기아차는 쏘울의 ‘하이테크’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전장 4,195㎜, 휠베이스 2,600㎜로 차체 사이즈 변화는 크지 않았으나, 전장이 55㎜ 늘어난 데 비해 전고는 5㎜ 높아지는 데 그치며 측면 비례감이 개선되었다.
특히 전면이나 측면 모두에서 봤을 때 보닛 후드의 수평적 이미지가 강해졌고, 컴포지트 타입의 DRL이 적용되면서 로우 앤 와이드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DRL 아래로는 크롬 바를 장식으로 구현했는데 이는 전면을 가로지르며 수평적 이미지를 한 번 더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단 범퍼 중앙부에는 엔진 자동차에 비해 축소된 공기 흡입구가 보인다. 전기차이지만 최소한의 냉각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용한 공기 통로이자 주행 시 차량 하부의 유속을 빠르게 해, 상하부 압력차를 이용한 마찰력 유지를 위함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는 레이더 센서가 적용되어 있다. 이 부분은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된 사다리꼴의 윤곽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그 위 향우측에는 니로 EV처럼 충전구 커버가 있다.
무엇보다 이 자동차의 디자인이 엔진 자동차보다 전기차에 더 어울린다고 느끼게 되는 부분은 포그램프다. 수평으로 정리된 LED 포그램프는 LED DRL을 포함한 전면 상단부의 라인과 통일감을 이룬다. 측면에서 봤을 때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EV 전용 휠이 적용되어 있다. 타이어 단면폭은 225㎜, 편평비는 55%로 연비 및 소음 개선을 위한 제원에 가깝다. 휠 림 직경은 17인치이다. 참고로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쏘울 부스터에도 동일한 사이즈이나, 엔진 자동차의 경우에는 보다 선회 성능이 강조된 단면폭 225㎜, 편평비 45%의 18인치 휠 및 타이어가 적용된다.
다른 그림 찾기?
개성과 편의 조화된 인테리어
쏘울 부스터 EV의 인테리어는 가솔린 터보 엔진의 쏘울 부스터와 분위기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구성된 도어 핸들 트림의 사운드무드램프, 도어 스피커의 테두리를 이루는 무드 라이트도 공유하는 요소다. 언뜻 놓고 보면 다른 그림 찾기처럼 느껴진다.
쏘울 부스터 EV와 쏘울 부스터 가솔린 터보 차종의 실내 요소 중 가장 큰 차이는 스티어링 휠과 클러스터 그리고 변속 장치라 할 수 있다. 쏘울 부스터 가솔린 터보와 달리 EV는 D컷이 아닌 원형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어 있다. 또한 EV 전용의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적용되어 있다. 이는 물리적인 게이지가 아니라 LCD 패널을 활용한 디지털 방식의 클러스터다. 니로 EV를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스티어링 휠은 아랫면을 원형 그대로 살렸다. 이와 함께 스티어링휠의 좌우스포크에 있는 리모트 컨트롤러 버튼과 슈퍼비전 클러스터의 좌우 게이지 표시 등 조형 요소들이 원형으로 반복과 통일감을 이루고 있다.
변속 장치는 다이얼 방식이다. 이 역시 니로 EV를 경험해본 이들은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어 레버가 없어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을 활용하기가 더 용이하다. 참고로 이 다이얼식 기어레버의 경우 중립 주차를 하려면, 다이얼 하단부의 시프트락 릴리즈 버튼인 ‘P 릴리즈’를 누르면 된다. 시동을 끄는 순간 ‘P’단으로 체결되므로 다이얼을 돌려도 소용 없다.
두 대의 스마트폰을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 멀티커넥션 기능은 스마트 디바이스 의존도가 높은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이는 10.25인치의 넓은 미디어 패널 화면을 통해 그 가치를 더욱 발휘한다. ‘한 끗 차이’지만 편의적인 면에서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기능이다.
현재 전기차는 불과 수 년 전에 출시된 전기차들보다 한층 진일보한 동력 성능과 길어진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를 기반으로 점점 널리 확산되고 있다. 니로 EV만 하더라도 2018년 4,000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제 전기차도 본격적인 경쟁 시대에 접어들어, 차종 각각의 매력과 가치를 더욱 계발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쏘울 부스터 EV는, 동력성능과 편의 기능 면에서 첨단을 지향하면서도 디자인과 개성을 구현할 수 있는 전기차를 원하는 이들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를 지닌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과연 2019년, 쏘울 부스터가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존재감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글
한명륜 기자
사진
김민주 기자